'마창노련'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8.12.11 민주노총, 사람 차별하나? by 파비 정부권 (3)
  2. 2008.11.28 ‘습지와 인간’ 저자, 김훤주와 만나다 by 파비 정부권 (9)

민주노총 경남본부가 부정선거 논란에 휩싸였다. 대단히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민주노총 내부에서 벌어진 부정 시비로 인해 민주노총의 도덕성은 이미 심대한 타격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 내 일각에서는 이제 더 이상 민주노총에 기대할 것이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제3노총 이야기도 나온다.

“역시 주사파들에겐 안 돼. 고마 민주노총도 찢어져야지 같이 뭉쳐 있어갖고 될 문제가 아니야.”

전화선을 타고 늘어놓는 어떤 인사의 푸념이 그냥 지나치기엔 너무나 분명한 현실이다. 그런데 실상 이번 선거와 주사파가 무슨 상관인가? 왜 말끝마다 주사파를 거론하는가? 이점은 실상 미스터리다. 그러나 공공연한 미스터리다.

민주노총 내 한 인사도 같은 말을 한다. 그는 민주노총에서도 지도적 위치에 있는 소위 ‘국민파’의 대표적 인물이다. 국민파와 자주파가 연합해 지도부를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은 노동계에서는 누구나 아는 사실. 

떠도는 공공연한 이야기들

“주사파들한테는 너거 못 이긴다. 걔들은 얼마나 똘똘 뭉쳐있는지 아나. 그리고 걔들 아니면 일 할 사람이 또 있나. 노동자들이 현장 떠나 상근하면서 일 할 수도 없고... 현실을 받아들여야지.”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민주노총에서도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다. 과거 마창노련 시절부터 전국 노동운동의 흐름을 주도하며 전노협 결성에 앞장서며 오늘날 민주노총을 탄생시킨 주역이라 할 수 있다. 민주노동당 결성에도 주도적인 역할을 했으며, 창원에서 권영길 의원이 연이어 국회에 입성하는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민주노총은 민주노동당이 ‘종북주의’ 문제로 진보신당과 분열한 것처럼, 역시 같은 문제를 내부에 안고 있었다. 그동안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지역의제나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에는 등한시하면서 ‘반미통일사업’에만 매진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실제로 작년에는 세계노동절 행사를 남북통일대회로 변질시키기도 했다.

물론 이 남북통일대회에는 남북노동자축구대회도 있었다. 그러나 5·1절에 북한의 어용단체인 조선직업총동맹을 불러다 축배를 들고 확인되지도 않는 북한노동자축구팀과 통일축구놀이를 벌이는 것은 남한의 많은 노동자,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로부터 눈총을 사지 않을 수 없는 행동이었다. 조선직업총동맹이 민주노총과 비교가 가능한 조직인가? 가당치도 않다. 

통일사업은 분열사업

이런 통일사업 일변도의 사업방침은 내부에 완전히 다른 두 개의 흐름이 벽을 쌓고 화해할 수 없도록 만들어놓았다. 통일사업이 분열사업이 되었다고나 할까. 그리고 이 두 개의 흐름은 끊임없이 대립해오다 마침내 작년 민주노동당 회계부정 의혹사건에서 급격하게 대립했다. 수억대의 횡령의혹이 제기되었지만,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꿈적도 하지 않았다.

결국 간첩사건으로 실형을 받은 당 사무부총장의 징계와 출당을 거부하던 민노당은 이에 반발하는 당원들의 대거 탈당사태를 맞으며 깨졌다. 민노당 지도부는 구속된 간첩행위자에게 계속 월급을 지급하고 있었는데, 이 또한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사태는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민주노총에도 민노당과 같은 문제가 여전히 남아있었다.

이번 민주노총 본부장 선거가 진행되기 전부터 민주노총 현 지도부와 민노당은 선거를 민노당 대 진보신당 구도로 끌고 가고자 시도했던 흔적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이번 선거에서 지면 민노당도 끝장난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실제 이들은 사활을 걸었다. 무조건 당선돼야한다는 위기감은 곳곳에 무리수를 낳았다.

해석이 어려운 흑색비방, "사람이 아니라니?"

“여○○ 있다 아입니꺼. 글마 그거 들어보니까 완전 사람 아이데예. ○○당 사무처장이잖아예. 지가 선거에 와 나옵니꺼. 지 살라고 나온 거 아입니꺼? 지 혼자 잘 살자고 민주노총 선거에 나온다는 기 말이 됩니꺼?”

이 말은 내가 직접 들은 말이다. 이 이야기를 해준 사람은 민주노총 소속 단위노조의 간부다. 그도 역시 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30대 초반의 그의 주장이 사실은 지금도 해석이 안 된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했다. 민주노총 도본부장 선거에 나온 한 후보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이유는 없다. 그저 그렇다는 것이다.

나는 이 젊은 민주노총 조합간부의 말을 들으며 직감했다. ‘아, 이번 선거, 또다시 부정시비에 휘말리겠구나!’ 그리고 민주노총 선거는 부정시비에 휘말렸다. 그런데 부정선거의 핵심은 흑색비방이 아니라 전교조와 건설노조에서 벌어졌다는 대리투표에서 불거졌다. 민주노총 소속의 한 인사는 격앙된 어조로 이렇게 말했다.

“아니 이따위 짓을 하고도 이명박 정권 반대한다며 투쟁할 수 있습니까? 지가 더 더러운데 누구보고 더럽다고 말할 수 있어요. 안 그래요? 한 사람이 여러 색의 투표용지를 동시에 한 투표함에 넣는데 어떻게 같은 색깔의 투표용지가 뭉태기로 나올 수 있습니까. 이거 설명할 수 있어요? 3년 전 선거에도 그러더니 아직도 정신 못 차렸어요. 이제 더 이상 안 됩니다. 민주노총 깨지더라도 끝장 봐야 합니다.”

민주노총, 사람 차별하나?

“게다가 이런 부정투표가 주로 전교조에서 발생했다는 게 무얼 의미하는지 ‘뻔’하잖아요? 건설노조도 마찬가지고…”

글쎄, 그게 도대체 무얼 의미하는 것일까? 그러나 내가 보기에 이번 선거 부정의 핵심은 조합원에게 투표권을 제한한 일이다. 대한민국 국민에게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뽑을 권리는 제한없이 보장된다. 시장을 뽑는데 주민세를 많이 내지 않았다고해서 투표권을 주지 않는 일은 없다. 그런데 민주노총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 

이유는 있다. 도둑이 남의 집 담을 넘을 때도 나름 이유가 있는 법이다. 상급단체인 민노총에 의무금 인상분을 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대우조선노동조합의 조합원 7200명 중 1800명에겐 투표권이 주어지지 않았다. 투표권을 박탈하는 기준이 없었으므로, 그저 입사 순으로 잘랐다. 이것도 웃기는 일이지만, 더 웃기는 건 똑같은 케이스의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는 100% 투표권이 주어졌다는 것이다. 

누구는 주고 누구는 안 준다? 이게 민노총의 민주주의였단 말인가?

우리 애가 그린 만화다. 그림처럼 담배나 피며 만화나 봐야겠다. 신경 그만 끄고… 그게 건강에 좋을 듯.


2008. 12. 11.  파비
Posted by 파비 정부권

어제 김훤주 경남도민일보 기자의 『습지와 인간』 출판 기념회가 있었습니다. 「김훤주를 사랑하는 이들의 모임」에서 주관한 행사였습니다. 김주완 기자의 말처럼 저도 그 명단에 이름이 들어있지 않으니 저는 김훤주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 중에 속하는 모양이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저도 사실은 김훤주 기자를 무척이나 사랑한답니다. 김훤주는 정말 훌륭한 동지였으며 벗이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그렇습니다. 


            여자가 아닌 남자 
                               김훤주와의 만나다?

여자가 아닌 남자 김훤주와의(?) 만나다. 수고하셨는데, 좀 이상하네여. ~와의 만나다?

「김훤주를 사랑하는 이들의 모임」에 실린 명단을 보니 평소 존경하는 정동화 소장님(창원시 전 의원)과 박용규 선생님(마산양덕중학교 교사)의 이름도 보이는군요. 반가운 분들입니다. 행사가 열리는 창원 정우상가 맞은편 후미진 골목에 위치한 나비 소극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참석했습니다. 물론 자그마한 소극장이긴 하지만 빈 자리가 없이 꽉 들어찼습니다. 행사 진행도 재미있었습니다. 일반적인 출판기념회와는 분위기가 많이 달랐습니다.

축하공연도 있었습니다. 장애우 어린이들이 보여주는 공연이었습니다. 특별히 잘한다거나 멋있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감동적인 무대였습니다. 뭐랄까, 사랑이 넘치는 축하공연이었다고나 할까요. 아이들의 공연이 끝나고 연이어 선생님들의 수화 공연이 이어졌는데, 선생님들의 표정 하나하나에서 넘치는 사랑 같은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웃음 띤 얼굴에서 사랑스러움이 뚝뚝 떨어지는 그런 모습이었습니다.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아, 장애인 학교 선생님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저렇게 웃을 때조차 사랑이 눈물처럼 마구 떨어지는 그런 표정을 지을 수 있는 사람들이 하는 일이구나.” 하고 말입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 감상이니 너무 신경 쓰실 필요는 없겠습니다. 사실 요즘 같은 각박한 세상에 웃어주기도 그리 쉽지 않은 일인데 저런 분들과 너무 비교하면 마음이 힘들어질지도 모르겠지요.

‘장애우 학생들의 국토순례대장정’을 크게 취재해준 것이 인연이 되어 함께 하게 되었다는 장애우들과 선생님들.

제가 김훤주 기자를 처음 알게 된 것은 그가 마창노련(마산창원노동조합총연합) 편집부에서 근무할 때였습니다. 80년대 말, 노조일로 마창노련에 자주 드나들었지만 처음엔 그이와 별로 친해지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는 말이 별로 없고 수줍음을 많이 타는 소년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물론 그때나 지금이나 삐쩍 마른 몸매에다 키가 멀대 같이 컸습니다.

마창노련 신문을 만드는 것이 그의 주업이었습니다. 그는 매우 열심히 일했습니다. 마창노련 역사기록의 대부분은 아마 그의 작품이었을 것입니다. 오늘 새삼스럽게 뿌연 먼지를 뒤집어쓰고 책장 위에 잠자고 있던 "내사랑 마창노련"(김하경 편저)을 꺼내 다시금 읽어보았습니다. 감회가 새롭습니다.

처음 그의 이름은 신성욱이었습니다. 그는 고려대를 졸업하고 노동운동을 하기 위해 일부러 마산창원 지역으로 내려온 인물이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새로운 이름 하나를 알게 됐습니다. 이원만이란 이름입니다. ‘부마항쟁사’를 엮어 책으로 펴내는 데 지대한 공헌(편집장)을 한 박영주 씨가 1986년 처음 마산에 내려온 그에게 자기 자취방에서 함께 지내도록 배려했을 때 소개받은 이름이었다고 합니다. 말하자면 이원만은 신성욱보다 앞선 인물로서 저는 모르는 사람입니다.

허연도 전 마창노련 의장. (현) 민주노총 도본부 지도위원이 덕담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이름은 불과 몇 달 밖에 쓰지 못했다고 합니다. 다른 사람이 그 이름으로 이미 취직을 해버렸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다른 분 민증을 빌려 취업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습니다. 당시에는 그걸 위장취업이라고 불렀습니다. 옛날이야기지만 재미있는 이야기이기도 하고 치열했던 삶의 흔적이기도 합니다.

그러던 그가 이제 노동을 넘어 자연과 인간의 문제로 삶의 궤적을 넓혀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습지와 인간』에서 그걸 읽을 수 있었습니다. 습지와 인간은 인간미 넘치는 자연스러운 문체로 습지와 대화하는 책입니다. 이를 반영하듯 출판기념회도 평범하지 않았습니다. 장애우 어린이들의 공연으로 시작해서 민중가수 김산이 열창하는 나비소극장엔 훈훈한 감동이 넘쳐났습니다.

그렇게 열기가 오르던 행사 중간에 시상식이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마창환경운동연합’이 김훤주 기자에게 ‘습지 강사 위촉장’을 수여하는 자리였습니다. 사회자의 말처럼 작가에게 시상식(사실은 수여식)을 하는 출판기념회는 처음 보는 것 같습니다. 나중에 환경연합 관계자의 설명에 의하면, 앞으로 ‘저자와 학생들이 함께하는 습지여행’ 같은 것을 기획하고 있나 봅니다. 정말 좋은 계획입니다.

가수 김산. 이렇게 노래도 잘 하고 얼굴도 잘 생긴 가수가 테레비에는 왜 안 나오는지 모르겠네요.

습지강사 위촉장을 수여하는 마창환경연합 대표 신석규 선생님.

저는 이미 ‘저자와 함께 하는 소벌여행’을 해보았는데 소벌(우포)을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눈 뜨고도 보지 못하던 것도 보았습니다. 눈을 감고 마음으로 보아야 하는 것이 있다는 것도 저자와의 여행을 통해서 배웠습니다. ‘습지는 아는 만큼만 보여준다’는 진리도 새삼 깨달았습니다. 『습지와 인간』이 환경연합을 통해 자라나는 아이들 속에서 새롭게 재조명되기를 기대합니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책 속의 습지를 영상으로 보여주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지나친 저자의 열정 탓에 시간이 너무 늘어나다 보니 짜증이 좀 나긴 했지만, 훌륭한 자료들을 보여주기 위해 뛰어다닌 노력이 절절이 느껴졌습니다. 영상으로 보는 습지들이 너무나 아름다웠습니다. 아름다운 습지가 인간의 욕심으로 파괴되어가는 현장도 생생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저자와 함께 하는 ‘영상으로 보는 습지’. 좋았다. 그런데 보여주고 싶은 게 너무 많았던지 나중엔 지루해졌다.

그러나 역시 너무 지루하게 오래 끈 것은 결정적인 흠이었습니다. 아무리 훌륭한 감동도 오래가면 그 빛이 바래는 법입니다. 조금만 불편해지면 언제 감동을 먹었었는지 기억도 잘 하지 못하는 게 간사한 인간이랍니다. 가장 좋은 자료 몇 장만 엄선해서 20분 내외로 편집을 해주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저자님, 다음 출판기념회 할 때는 유념해 주시와요.

 ‘뒷풀이’ 자리에서 들은 바에 의하면 김훤주 기자(현재는 언론노조 도민일보지부장)는 인간을 소재로 한 새로운 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벌써 기대가 됩니다.

2008. 11. 28.  파비
습지와 인간
카테고리 여행/기행
지은이 김훤주 (산지니,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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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