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연'에 해당되는 글 5건

  1. 2012.12.17 복지재정? 박근혜는 지하경제, 김소연은 재벌환수 by 파비 정부권 (4)
  2. 2012.12.13 박근혜와 김소연의 차이 by 파비 정부권 (1)
  3. 2012.12.12 김소연 “재벌들 주머니 털어 복지재원 충당할 것” by 파비 정부권 (4)
  4. 2009.12.20 '아이리스' 김현준의 죽음과 최승희는 무관할까? by 파비 정부권 (11)
  5. 2009.11.05 '아이리스' 지나친 중간생략, 어리둥절하다 by 파비 정부권 (4)

참 세상 오래 살다보니 별 꼴을 다봅니다. “열 자식 안 굶기는 어머니 마음으로 국민을 자식처럼 돌보겠다”는 집권여당 대통령후보의 말을 들을 땐, ‘아, 우리나라 정치가 갈 때까지 갔구나!’ 하는 탄식이 절로 흘러나옵니다.

이런 마음을 가장 잘 아는 것은 안타깝게도 한국인들이 아니라 ‘스트롱맨스 도터(독재자의 딸)’란 표지제목으로 한국정치에 모멸감의 똥물을 끼얹은 미국기자였습니다. 그들의 눈에 비친 한국인은 대체 어떤 모습일까요? 그의 눈에 남한국민은 “어버이 수령님”을 외치며 광분하는 북한인민과 어떤 차이가 있었을까요?

박근혜는 그 미국기자의 비웃음에 답이라도 하려는 듯 국민을 일러 자식이라고 불렀습니다. 자식으로 호명된 국민들… 그렇군요. 송해라는 늙은 꼰대(!)가 박근혜후보 지지연설에서 “효도의 도리 있다면 박근혜의 한 풀어주자”는 괴상한 효도론을 다 주절거리는군요.

허허. 세상 말셉니다. 대명천지에 대통령선거하면서 “대통령은 어머니요, 국민은 그 자식” 얘기가 나오고, “효도의 도리로 박근혜를 찍자”는 사람마저 나오고 보니 종래에 이 나라가 망하지 싶습니다. 오호 통제라!

그래서 생각해봤습니다. ‘그래, 열 자식 안 굶기는 어머니 마음으로 국민을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그 방법이란 게 대체 뭐지?’ 아하, 그래서 알게 됐습니다. 지난 2차 대선토론에서 그랬잖습니까? “지하경제 활성화시켜서 복지재원 만들겠다!”

아, 그래요, 그렇군요. 지하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는(양성화를 잘못 말한 거라고 변명했지만, 활성화나 양성화나 제 보기엔 차이가 없습니다. 이를테면, 마약경제를 활성화시키는 거 하고 양성화시키는 것이 무슨 차이가 있죠?) 그 말속에 이토록 심오한 뜻이 있었습니다.

“열 자식 안 굶기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지하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는 것이었지요. 살다살다 별 소리를 다 듣습니다. 지하경제 활성화시켜서 복지국가 만들겠다니. 세상에 이보다 더 기괴한 발상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이 글을 쓰는 중에도 웃음이나는군요.

하지만 저는 박근혜의 엉터리 같은 말 중에도 꼭 버리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단 한명의 국민도 굶지 않도록 하기 위해 어떡해서든 복지재원을 마련해서 복지제도를 확립해야한다는 것이지요. 역시 결론은 ‘버킹검’이 아니라 ‘마니’입니다.

어떻게 재원을 마련할 것인가? 박근혜의 지하경제활성화론은 사실 복지 안하겠다는 소리와 진배없습니다. 활성화시킬 지하경제도 뚜렷하게 없거니와 그걸로 재원 확보할 수 있다는 것도 황당한 일이죠. 답은 재벌에 있습니다. 

기호5번, 노동자대통령후보 김 소연, 그녀는 말합니다. “재벌들 주머니 털어서 복지재원 마련하겠습니다.” 원래 재벌들의 주머니란 것이 국민들 주머니 털어서 만든 것이니 그들의 주머니를 털어 보편적 복지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지요.

물론 문재인후보도 복지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선 증세가 필요하고, 증세의 핵심은 부자증세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부자에게 세금을!’ 이 구호가 처음 나왔던 게 10여 년 전이었던 것 같은데요. 이제 최소한 새누리당을 제외한 야권진영에선 보편화된 구호가 됐습니다.

아무튼 노동자대통령후보를 표방하는 김소연의 공약이 가장 화끈하지 않나요? “재벌들 주머니 털어 복지재원 마련하겠다.” 이보다 더 분명하고 구체적인 공약은 없지 싶군요. 박근혜와 가장 확실한 차이를 보여주는 김소연, 역시 노동자대통령후보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

무소속, 기호5번, 지지율 1% 미만, 이런 지표들로만 보자면 김소연을 박근혜와 비교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는 두 여성이 살아온 지난 궤적을 통해 이들의 삶이 확연히 달랐으며 앞으로도 다를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박근혜는 공주였습니다. 그녀의 말과 행동을 보면 청와대는 다시 돌아가야 할 집입니다. 마치 무너진 왕조를 되살리는 것이 그녀가 살아야할 이유인 듯이 보입니다. 그녀의 ‘시대교체’ 카피는 유신시대로의 회귀를 뜻하는 것이라는 불안감이 많은 사람들 사이에 있습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박근혜 캠프의 김성주 선대위원장은 트위터에 “이제 슬슬 손볼 자들 명단을 짜야겠다”는 식으로 으름장을 놓습니다. 김성주 개인의 무지한 오만함이라고만 하기엔 많은 이들의 불안이 너무나 현실감이 있습니다. 오늘도 뉴스를 보니 새누리당 인사들의 막말행진이 이어집니다.

“간신 안철수는 죽여버려야 한다.”

오, 정말이지 무섭습니다. 그에 비해 김소연은 어떤 사람일까요? 그녀는 평생을 노동자로 살았습니다. 노동자들이 인간답게 사는 세상을 꿈꾸며 노동운동에 몸을 던졌습니다. 1895일 동안 해고자복직투쟁을 이끌었고 승리했습니다. 아마도 어쩌면 김소연 같은 이는 새누리당의 ‘슬슬 손봐야할 명단 1순위’일지도 모릅니다.

경남블로거들과의 간담회에서 본 그녀는 목이 한껏 쉬어 있었습니다. 쇳소리가 섞여 나왔습니다. 그 이유를 그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희들은 주로 투쟁사업장, 송전철탑 농성장, 쌍용차, 현대자동차 농성장 등을 돌며 선거운동 하고 있습니다.”

그녀가 달려가는 곳은 사회로부터 소외된, 배척당한 사람들이 모인 곳입니다. 그곳에서 그녀는 목이 터져라 외칩니다. “우리의 운명을 다른 이들에게 맡겨서는 안 됩니다. 우리의 운명은 우리의 힘으로 개척해야 합니다.”

그녀는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번화가의 거리에서도 큰소리로 외칩니다. “1800만 노동자와 그 가족들이 힘을 합치면 세상을 뒤엎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박근혜 후보는 어떻게 선거운동을 할까요? 그녀는 대규모 군중들을 이끌고 우아하게 손을 흔듭니다. 그리고 악수를 합니다. 악수를 너무 많이 해서 손이 아프다며 경우에 따라선 악수를 거부하기도 해서 말썽이 나기도 합니다.

그녀는 아니라고 하지만, 우리가 보기엔 악수를 청하는 상대가 너무 남루해서 그렇다는 의심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아무튼 그녀는 악수를 너무 많이 해서 손이 부었다며 붕대를 감고 다니기도 했습니다. 붕대를 감은 이유는 누가 보더라도 악수를 피하기 위한 방편이란 걸 모를 리 없습니다.

@경남블로그공동체(경블공)와 간담회 하는 김소연 대통령후보 @사진.. 양솔규

자, 그럼 여기서 제목에 대한 정답. 박근혜와 김소연의 차이는? 

박근혜는 군중들을 향해 우아하게 손을 흔들고 악수하느라 손이 아프고, 김소연은 철탑농성장을 찾아다니며 목이 터져라 외치느라 목이 아픕니다. 박근혜는 손이 아프다며 남루한 서민들과의 악수를 피하고, 김소연은 목에서 쇳소리가 나도록 쉬어도 외치기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김소연이야말로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첫 여성대통령감이 아닐까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궁금하게 여깁니다. “왜 나왔니? 겨우 영점 몇 퍼센트의 지지도 안 되는데 되지도 않을 거 왜 나왔니?” 그녀는 당당하게 말합니다. “새로운 진보정당운동의 씨앗을 심기 위해 나왔다.”

마침 어제 늦은 밤, 진보정치의 영원한 정책통 이재영씨가 숨을 거두었습니다. 어느 분의 추도글 제목처럼 실로 ‘큰 별이 인간의 대지에 떨어졌’습니다. 그가 마지막으로 썼던 글 중에 일부가 그녀의 답변을 훌륭하게 대신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습니다.

“제 한 몸 살리겠다고 불량배의 사타구니 밑을 기는 것은 일시의 모면책일 뿐이다. 잔도를 불사르고 파촉(巴蜀)에 깃드는 것만이 장래의 출사를 도모할 수 있는 유일한 방책이다. 독립적 정치세력임을 흔들림 없이 천명하고, 작은 영지(領地)나마 소중히 가꾸어 나가는 것이 현단계 진보정당운동의 과제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

엊저녁에 노동자대통령후보를 표방하는 김소연 대통령후보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경남블로그공동체(경블공)와 간담회가 있었는데요. 오후 7시 창원 용지동 <까페 하우>에서 만났습니다. 경블공 회원들은 많이 오지 못했습니다.

아마 시간적 여유가 없이 연락을 해서 스케줄을 못 맞춘 탓도 있을 테지만, 군소후보에 대한 무관심 탓도 한 몫 하지 않았을까 나름대로 생각해봅니다. 김훤주 경블공 대표와 달그리메, 장복산 그리고 저 이렇게 네 사람이 경블공 회원으로서 참석했고요.

다른 이들로는 블로그를 운영하는 지역노동자로서 문상환 씨와 김택선 씨가 참석했습니다. 역시 블로거인 이김춘택 씨도 참석했지만 그는 한편 김소연 노동자대통령후보 선거본부 운동원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진보신당 경남도당에서 정책실장을 했던 양솔규 씨가 참석했습니다. 음, 그러고 보니 허윤영 진보신당 경남도당 위원장도 와서 잠깐 인사말을 했군요.

김소연 후보는 의외로 매우 명랑했습니다. 20년 넘게 노동자로 살면서 노조민주화투쟁 등 노동운동으로 단련된 낙관주의가 몸에 밴 탓일까요? 다니던 회사가 파산하고 다시 기륭전자에 입사했을 때 그녀는 비정규직이었습니다. IMF 이후에 얻을 수 있는 직장의 대부분은 비정규직이었던 것이지요.

그녀는 이곳에서도 노조를 결성했습니다. 정규직 노동자도 아닌 비정규직들이 노조를 결성한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었습니다. 언제든 해고당할 수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헌법에 명시된 단결권을 행사한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을 겁니다.

물론 회사는 이들을 모두 해고했습니다. 1895일에 걸친 투쟁이 이어졌습니다. 1895일, 말이 쉽지 5년이 넘는 긴 세월 투쟁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처음에 200여명으로 시작한 이 투쟁은 갈수록 숫자가 줄어 마지막엔 10명만 남았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마침내 승리했습니다. 최후까지 남은 10명은 모두 정규직으로 복직되었던 것입니다. 한국노동운동사에 길이 남을 승리였습니다. <까페 하우>에서 만난 그녀는 당당했습니다. 그녀는 “야권연대의 힘이 아니라 우리의 힘으로 우리의 꿈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민주당이 말로는 우리를 위한다고 하지만 말뿐이지 실제로는 새누리당과 다를 바가 없어요. 기륭전자노조원들이 해고당한 것이 참여정부 때였습니다. 우리는 참여정부를 상대로 투쟁했습니다. 약간의 차이가 있긴 하겠지만 노동자 입장에서 보면 똑같아요.”

김소연 후보는 정리해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제1공약이라고 말했습니다. 사회양극화의 주범은 다름 아닌 바로 이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이란 것입니다.

“IMF 이전에 힘들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어요. 우리의 싸움 대상은 박근혜도 문재인도 아닙니다. 이건희와 정몽구죠. 삼성과 현대로 대표되는 자본. 그래서 우리는 선거운동 출정식을 (상징적으로) 삼성그룹 본관 앞에서 했습니다.”

그녀는 지난 10여년의 진보정당운동은 실패했다고 규정했습니다. 민주노동당이 노동중심성이 실종되면서 신자유주의세력인 국민참여당과 통합해 통합진보당이 출범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이건 아니다’라고 생각해 탈당했다고 말했습니다.

통합진보당은 주지하듯이 4․11 총선에서 부정선거 시비로 다시 쪼개져 진보정의당과 갈라졌습니다. 그녀는 대선 이후에 새로운 진보정당을 건설하는데 힘을 보탤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녀의 대선출마는 작지만 노동정치의 새 씨앗을 심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헤어질 때 그녀는 “새싹입니다. 새싹이 잘 자랄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십시오!”라고 인사했습니다. 확신에 찬 그녀의 태도는 새싹이라고 보기엔 너무 당찼지만, 아무튼 명랑한 모습은 보기 좋았습니다.

하지만 이날 간담회에서 가장 인상에 남는 발언은 이것이었습니다. “복지 재원이요? 다들 증세도 말하고 하지만, 글쎄요, 복지의 재원은 재벌들 주머니에서 나와야 합니다. 그게 원칙입니다. 재벌들 주머니를 털어서 복지 재원을 마련할 것입니다.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재벌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을 텐데 가능하겠냐는 질문에 그녀는 “저 김소연이 대통령에 당선될 정도라면 이미 그 정도의 사회적 여건은 마련된 거 아닐까요? 99%의 힘으로1%를 누르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하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간담회는 오후 7시부터 2시간가량 이어졌습니다. 김소연 후보는 목이 많이 쉬어있었습니다. 주로 투쟁현장을 돌며 큰 목소리로 외치다보니 그런 것 같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박근혜 후보는 악수를 많이 해서 손이 아프다고 엄살을 떨더니만, 김소연 후보는 목이 많이 아프구나.’ 

Posted by 파비 정부권
『아이리스』를 방금, 오늘에서야 봤습니다. 이미 김현준(이병헌 역)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고 난 터라 별로 긴장감은 없었습니다. 19회와 20회를 연속으로 봤는데 스토리를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죠. 김현준이 마지막에 죽는 장면은 좀 의외였습니다. 사실 해피엔딩으로 끝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지만, 비극적인 설정도 나쁘진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비극적인 마무리가 더 진한 여운으로 시즌2를 기다리는 기쁨을 줄 지도 모릅니다.   

어이없는 김현준의 죽음   

김현준의 죽음은 너무 허망했습니다. 자동차를 타고 가다 총에 맞아 죽는다는 설정, 그것도 애인에게 줄 반지를 들고 프로포즈의 단꿈에 빠져 운전을 하다 하얀 등대가 보이는 곳에서 총에 맞아 죽는 장면은 매우 로맨틱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역시 허무한 건 어쩔 수 없습니다. 너무 급작스럽고 너무 어이없는 죽음이었습니다. 도대체 김현준이 왜 죽어야 했을까요? 아이리스의 음모는 분쇄됐고 김현준은 NSS를 떠났는데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비슷한 장면이 오래 전 보았던 한 영화에서 오버랩됩니다. 한석규가 주연했던 『이중간첩』이란 영화였습니다. 여주인공은 고소영이었죠. 위장귀순한 이중간첩 림병호, 남북 어디로도 갈 수 없게 된 림병호와 윤수미가 택한 곳은 브라질이었습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수미와 함께 행복한 여생을 보낼 단꿈에 젖은 그들의 모습은 김현준과 최승희의 모습과 같았습니다. 수미가 기다리는 집으로 자동차를 타고 가던 병호는 물론 총에 맞아 죽음을 맞습니다.  

그런 병호를 기다리는 수미의 행복한 모습이 마지막을 장식했었지요. 이어폰을 귀에 꽂은 채 행복한 시선으로 어딘가를 응시하며 김현준을 기다리는 최승희(김태희 역)와 윤수미는 확실히 닮은 꼴입니다. 그런데 여기까지 글을 쓰고 난 다음 검색창에서―병호와 수미란 주인공의 이름과 줄거리가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이중간첩』을 검색해보았더니 다음뉴스나 다른 블로그들에서도 저와 똑같은 의문을 제기한 분들이 많군요. 『이중간첩』의 오마주 아니냐고 말입니다. 역시 보는 눈은 비슷한가 봅니다.

<아이리스> 라스트 장면은 <이중간첩> 오마주? 


그러나 저는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림병호를 기다리는 윤수미와 김현준을 기다리는 최승희는 다르다고 말입니다. 림병호와 윤수미는 함께 조직을 버리고 제3국으로 탈출을 결심했습니다. 그들은 남과 북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새로운 삶을 살기로 결심합니다. 그런데 최승희는 어땠을까요? 아무도 모릅니다. 최승희의 속마음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다만, 최승희가 김현준을 무척 사랑한다는 사실만 나열되는 화면을 통해 알고 있을 뿐입니다.

지난주던가요? 아니면 그 전주던가. 아무튼 얼마 전에 저는 백산과 승희의 관계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적이 있습니다. 사실 그때까지는 최승희의 정체에 대한 어떤 실마리도 보여진 적이 없습니다. 최승희는 NSS 내 뛰어난 프로파일러이며 김현준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 외에는 전혀 알려진 게 없었지요. 저는 최승희를 그저 나레이션 정도로만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최승희가 아이리스의 테러범들에게 잡혔을 때, 백산의 전화 한 통으로 구출되었을 때, 그녀의 정체를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대체 그녀는 누구였을까요? 이후에 백산의 딸이다, 백산보다 더 상위에 있는 아이리스의 리더 미스터 블랙의 딸이다, 아니 아이리스 고위층의 애첩이다, 온갖 억측들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리스』는 이에 대한 어떤 해답도 내놓지 않은 채 김현준을 죽임으로써 드라마를 마무리지었습니다. 『아이리스』가 내년에 다시 시즌2로 복귀한다고 하지만, 시즌2라는 이름이 말하듯 전편과는 어떤 연관성도 없는 독립된 스토리로 갈 가능성이 큽니다.

최승희의 실체는 영원히 비밀의 바다로?

실제로 대충 훑어본 바에 의하면―이 글을 쓰는 중 잠깐이었지만―제작자인 태원엔터테인먼트 측은 그렇게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최승희의 정체는 영원히 미스터리로 남게 되는 것일까요? 물론, 최승희가 김현준에게 “나는 중앙정보부 요원의 딸이며, 박정희 대통령 시해사건에 연루된 아버지가 사형당한 후 백산의 도움으로 살았으며, 백산의 인도로 NSS에 들어오게 됐고 아이리스를 적대시하기 어려웠다” 하고 고백하지 않았냐고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렇게 말하고 김현준의 품에 안긴 최승희의 눈동자를 유심히 살펴보았습니다. 눈은 거짓말을 못하는 법이니까요. 최승희는 눈을 감지 않았습니다. 보통 진실을 고백하고 연인의 품에 안긴 상태라면 눈을 감는 게 정상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최승희는 눈을 감지 않았을 뿐 아니라 눈동자를 좌에서 우로 굴리더군요. 저는 최승희가 김현준에게 모든 진실을 고백했다고 믿지 않습니다. 최승희의 움직이는 눈동자가  흔들리긴 했지만…. 

김현준이 최승희에게 진실을 고백하도록 미리 “내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르게 말할까봐 그게 겁나” 하고 말했지만, 최승희가 고도로 훈련된 프로파일러란 사실을 우리는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그럼 또 이렇게 의문을 제기하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최승희는 아이리스가 대통령을 암살하려고 배치한 저격수들을 모두 제거했지 않느냐. 결국 그녀는 아이리스를 배신하고 김현준에게로 간 것이 아니냐.”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저도 확언을 못하는 것입니다. 

이어폰에 묻힌 김현준 암살의 총성

그러나 저는 최승희의 귀에 꽂은 이어폰을 통해 그녀가 김현준의 암살에 관여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합니다. 제주도에서 최승희가 백산과 또 다른 한 사람―어쩌면 이 사람이 바로 미스터 블랙일 수 있다―을 만나는 장면이 담긴 CC-TV 화면을 보면 최승희가 백산과 의문의 사람 사이를 왔다갔다 하며 소리를 지르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게 무얼 뜻하는 것일까요? 저는 이 장면을 보면서 최승희는 백산 뿐 아니라 미스터 블랙과도 매우 가까운 사이란 걸 직감했습니다.

즉, 최승희는 아이리스의 핵심이란 사실입니다. 김현준도 그걸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랑에 눈이 먼 김현준은 애써 자기가 원하는 쪽으로 답을 내고 싶었을 것입니다. 최승희가 자기 부친이 중앙정보부 요원이었으며 사형당했다고 말했을 때 김현준은 그렇게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래, 내 사랑하는 승희가 아이리스일리가 없지. 불가피한 사정이 있었던 거야.” 사람에겐 그런 게 있습니다. 특히 위기에 몰린 사람일 수록 좋은 쪽으로 나는 결말을 믿는 마음 말입니다.  

결국 모든 것은 백산이 말한 것처럼 되었습니다. 백산이 말했죠? “김현준, 너는 내가 설계한 대로 지금껏 살아왔어. 앞으로도 그렇게 될 거야. 너는 어떤 비밀도 알지 못할 걸야. 아무것도 모른채 죽게 되겠지. 네가 죽게 되는 것은, 네가 금단의 열매를 먹었기 때문이야.” ‘금단의 열매’란 것이 최승희란 사실은 분명해 보이는데, 아직 최승희에 대해 밝혀진 게 하나도 없네요. 김현준의 죽음도 의혹 투성이지만, 최승희가 왜 ‘금단의 열매’란 것인지…. 최승희는 정말 김현준의 죽음과 아무런 관련이 없을까요?


풀리지 않은 의혹,
아이리스와 미스터블랙 그리고 최승희

미스터 블랙은 누구였을까요? 미스터 블래과 최승희의 관계는? 아무튼 『아이리스』가 시즌2에서 이 부분에 대한 의혹을 어느 정도는 풀어주는 친절을 보여주시길 바란 뿐입니다. 아무리 독립된  스토리로 간다고는 하지만 시청자들을 위해 그 정도 배려는 할 수 있겠죠. 『아이리스』는 많은 기대와 비판―비판도 기대의 연장이죠―을 한 몸에 받았지만, 제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남과 북이 한 팀이 되어 아이리스에 맞섰다는 것입니다.

남과 북 내부에 아이리스와 연결된 반통일 세력이 있으며, 이들의 음모를 분쇄하기 위해 남과 북의 첩보조직이 힘을 합쳤다는 설정은 좀 억지라는 생각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참신하고 통쾌한 시도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주로 북쪽에 올라가서 협상을 진행하는 것과는 반대로 남쪽에 내려와서 남북이 협상을 했다는 점도 의미 있는 대목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보다 북한 호위총국 김소연의 활약은 남남북녀란 말을 실감나게 했습니다. 시즌2에도 꼭 나왔음 하네요.

'………'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찌 되었든, “최승희 도대체 너 누구야?”
Posted by 파비 정부권

<아이리스>는 6부 마지막 장면에서 의외의 화면으로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김현준(이병헌 분)이 헝가리를 탈출하여 일본으로 간 것까지는 좋았다. 김현준은 한국 최고의 첩보요원이니 그 과정을 굳이 보여주지 않아도 충분했다. 김현준이라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라고 모두들 믿으니까. 


그리고 김선화(김소연 분)가 김현준이 일본으로 피신했다는 사실을 간파하고 일본으로 건너간 것까지도 좋았다. 또 하얀 설원을 지나 아키타로 향하고 있는 김현준을 쫓아 총을 겨누는 장면도 좋다. 왜? 김선화는 북한 호위부에서도 가장 유능한 첩보요원 중 한사람이다. 과감한 중간 생략은 스피드와 긴장감을 끌어올리는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갑자기 김소연이 동해안에 나타나 NSS로 압송되고 취조를 받는다는 설정은 지나친 무리가 있다. 거기다 화면은 갑자기 김현준이 어디에선가 고문 받는 장면을 라스트로 처리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시청자들은 궁금하다 못해 어리둥절하다.

우리나라 드라마는 조금만 인기가 있으면 연장방송 등으로 시청자들을 실망시켰었다. 연장방송은 스토리를 질질 끌어 지루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는 게 필연이다. <선덕여왕>도 마찬가지였다. 처음 출발할 때 빠른 스피드와 박진감 넘치는 전개, 색다른 이야기로 화제를 모았던 선덕여왕도 연장을 결정하면서 늘어진다는 원성을 샀다. 

그러나 역시 초반의 인기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여전히 40%대의 높은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한번 고지를 점령하면 쉽사리 빼앗기지 않는 것이 드라마의 세계다. 시청자들도 웬만해선 채널을 바꾸지 않는다. 그래서 방송사와 드라마 제작자들은 거리낌 없이 연장방송이란 카드를 쓰는 것일까. 

그런데 <아이리스>의 경우엔 반대의 이유로 불편하다. 너무 생략을 하는 것이다. 그게 처음엔 태원엔터테인먼트 정태원 사장의 주특기라고 해서 그런가보다 했다. 그리고 사실 빠른 전개는 첩보영화의 상식이다. 첩보영화가 느리면 긴장감이 떨어지고 재미가 없어진다. 당연히 빨라야하는 것은 기본. 

그러나 그것도 어느 정도껏 해야지 너무 지나치면 이야기의 연속성이 떨어진다. 지난 6부의 마지막이 그랬다. 갑자기 김선화가 NSS에 체포되고, 김현준은 고문을 받고 있다. 따뜻한 설국의 온천에서 김현준과 함께 차를 마시던 김선화는 왜 갑자기 동해안에 나타나 체포된 것일까?

북한 최고의 특수요원이 나타나자마자 일반 군경에 잡혔다는 게 말도 안 되지만, 일부러 NSS에 잡혔다는 것도 말도 안 된다. NSS에 잡혀가서 빠져나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면 이야말로 난센스 중의 난센스다. NSS가 어디 동네 파출소쯤 되는 걸로 생각하지 않았다면 말이다. 

그러나 어떻든 김선화는 최승희(김태희 분)의 도움으로 탈출에 성공한다. 그리고 아마도 최승희를 만나 김현준을 소식을 전할 테고, 최승희는 일본으로 날아갈 것이다. 물론 오늘 방송에서 우리가 궁금해 하는 또는 어리둥절해하는 사건의 전말에 대해 충분한 설명이 있을 것이다. 

만약 그러지 않는다면 이보다 더 황당한 드라마도 없었다는 오명을 쓰게 될 테니까, 아마도 그런 일은 없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오늘 모든 의혹이 해소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불편한 것은 어쩔 수 없다. 스피드도 좋고, 긴장감도 좋지만 <아이리스>는 영화가 아니고 드라마다. 


일주일을 기다려 다음 편을 보아야하는 시청자들의 처지도 고려해주는 친절함을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까.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은 매 편 완성도 있는 줄거리를 원한다. 어느 정도의 복선을 깔아 다음 편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전략도 필요하지만, 지나치면 곤란하다. 

아무튼 오늘 밤, 지난 1주일 동안 기다려왔던 의혹이 해소되길 기대해본다. 도대체 왜 김선화는 느닷없이 NSS에 잡혔던 것일까? 그리고 실수로 잡혔던 걸까, 일부러 잡혔던 걸까? 그랬다면 이유는 무엇일까? 혹시 최승희 사진을 보고 그녀에게 김현준이 살아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갔던 것일까? 

그리고 연이어 김현준은 왜 또 고문장에서 비명을 지르고 있었던 것일까? 아, 정말 머리 아프다. 오랜만에 만나는 멋진 드라마라 생각하고 열심히 보고 있지만, 가끔 너무 불친절하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어쨌든 오늘 7부에선 모든 의혹이 밝혀지겠지. 만약 오늘도 아무 설명 없이 그냥 넘어가버린다면? 용서하지 않을 테다. ㅋㅋ       

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