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9.03.15 북한의 비인도적 도발보다 더 한심해보이는 한국의 진보 by 파비 정부권 (4)
  2. 2008.10.18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댓글 폭력들 by 파비 정부권 (11)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다고 한다. 인공위성용 로켓이라고 하지만 인공위성과 미사일의 차이는 발사체인 로켓에 탄두를 장착하는가, 위성을 장착하는가 하는 것뿐이다. 그러므로 미사일이 위성이 될 수도 있는 것이고 위성이 미사일로 변할 수도 있다.

 

또 북한이 신고한 것처럼 평화적 목적의 인공위성이라고 하더라도(물론 이 평화적 목적이란 언제든 군사적 목적으로 변용될 수 있다는 걸 우리는 역사적 경험으로 충분히 알고 있지만) 위성이 궤도에 진입하기 전 분리된 로켓이 어디에 떨어질지도 문제다. 발사체의 낙하지점에 위치한 인접 관계국들로선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문제다.


핵실험 압박에 민간인 억류까지, 북한은 6·15선언과 10·4선언을 입에 담을 자격 없다 


그런데 북한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 미사일 발사쇼에 이어 이번엔 개성공단에 출퇴근하는 수많은 남측 노동자들을 억류한 것이다. 이유는 있다. 북한은 남한과 미국이 키 리졸브 한미군사훈련을 실시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무자비한 보복조치의 일환이라고 주장한다.

개성공단 입주업체 차량들이 개성에서 파주로 돌아오는 모습. 사진=경남도민일보제휴 뉴시스

 그러나 이는 온당치 못한 변명이다. 남한이 미국과 군사훈련을 강행한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평화에 대한 의지를 의심받기에 충분한 행동임에 틀림없다. 지난 10여 년 간 쌓아온 군사적 대결태세를 완화하고 화해와 협력을 증진해온 역사적 진전에 대한 반동(反動)이다.

 

그러나 그렇다면 북한이 그 동안 취해온 태도는 평화적이었던가? 북한은 말끝마다 6·15선언과 10·4선언의 이행을 촉구하지만, 정작 그들은 대포동 미사일 발사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핵실험 파동으로 정치적 외줄타기를 펼치더니 마침내 핵 보유국으로 인정받는 분위기다.

 

작년에는 금강산에 바람 쐬러 온 관광객을 총으로 쏘아 죽이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아들과 남편을 둔 50대의 여성관광객이 그렇게 해금강 해수욕장에서 비명횡사 했다. 그때도 그들은 군사분계선을 넘은 불법적 행위에 대한 정당한 군사적 대응조치였음을 강변하며 사과도 하지 않았다.


상식을 잃은 진보, 진정한 진보라고 말할 수 있나
 

북한은 6·15선언이나 10·4선언을 입에 담을 자격이 없다. 이명박 정부의 반평화적이고 반통일적 정책은 비난 받아 마땅하지만, 북한의 작태를 보노라면 새 발의 피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말인 듯하다. 이 모든 것이 신년벽두부터 줄곧 주장해온 북한의 무자비하고 한계를 모르는 타격력의 실체를 보여주기 위한 전초전인가.


그러나 무엇보다 화가 나고 괘씸한 것은 북한의 이처럼 무모하고 도발적인 민간인 억류사태에 대하여 인권과 평화를 주장해온 진보정당을 비롯 시민사회단체들이 한마디 말이 없다는 사실이다. 민노당은 어차피 친북파가 헤게모니를 잡고 있는 정당이라 이해하고 논외로 하자.

 

친북자주파의 패권적이고 종파적인 행태에 반대해 민노당을 탈당해 새로운 진보정당운동을 구현하겠다던 진보신당에서조차 성명은 고사하고 논평하나 없다는 것은 매우 섭섭한 일이다. 진보신당뿐만 아니라 북한의 국경차단문제에 대해 유감을 표시한 어떤 진보단체도 보지를 못했다.

 

이 문제는 여야의 문제도 아니고 보수와 진보의 문제도 아니다. 그저 상식의 문제이다. 상식이 무너지는 현실에 입을 닫는 것도 진보라고 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나는 그런 진보라면 차라리 진보하고 싶지 않다. 나는 진정한 진보는 상식이라고 생각한다.


 통일은 상식의 회복으로부터 싹튼다
 

남과 북이 상식으로 만나는 날, 통일은 우리에게 진보가 될 것이다. 지금은 남과 북이 말하는 어느 쪽의 통일도 진보라고 믿을만한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 오로지 상대를 제압하기 위한 전략과 전술로서의 당위만 보일 뿐이다. 이들에게 통일은 정권안보용 수단일 뿐이다.  

 

루소는 자연으로 돌아가라!고 했지만, 지금 이순간 나는 상식으로 돌아가자!고 말하고 싶다. 상식이야말로 루소가 말한 자연으로 돌아가는 열쇠라고 생각한다. 이 몰상식의 시대에… 상식을 회복하는 것이야말로 진정 자연으로 돌아가는 길이 아닐까.   파비

ps; 방금 전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가 북한의 개성공단 통행차단은 남북관계를 해치는 비인도적 처사라는 비판과 아울러 이명박 정부에도 남북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재정립을 요구하는 발언이 있었다는 소식이 있네요. 일단 시시비비를 떠나 민간인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

평양에 다녀온 많은 분들이 쓰신 방문기를 읽어보았습니다. 아름다운 평양거리도 보았고, 묘향산도 보았으며 백두산도 보았습니다. 백두산 천지는 사진으로만 보아도 장관이 감동적입니다. 역시 웅대한 민족의 성산입니다.

저는 사실은 백두산보다는 금강산을 더 좋아합니다. 물론 가보지는 못했지만, 늘 인터넷으로 금강산을 구경하곤 합니다. 제 방에는 북한 최고의 인민화가 정창모가 그린 『금강산 보덕굴』그림이 걸려있기도 합니다. 초등학교 5학년인 아들과는 벌써 3년 전부터 금강산에 가기로 약속해놓고 아직도 지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백두산 천지,
사진=블로그 '김용택의 참교육'

꿈에서도 그리운 금강산

약속을 안 지키는 제게 아들 녀석이 물어봅니다.

“아빠, 금강산은 언제 가는 거야?”

“어, 그게 말이야. 아직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허락을 안했어. 조금 더 기다려야 돼.”

달리 둘러댈 말이 없어서 그냥 김정일 탓을 하고 말았습니다. 그래도 아들 녀석은 제 말을 믿습니다. 그리고 생각날 때마다 “아빠, 아직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허락 안했나?” 하고 물어봅니다.

그러나 이제 아들도 더 이상 물어보지 않습니다. 아빠와 함께 어딜 가는 것 보다 제 친구들과 노는 것이 더 좋은 나이가 되어버린 것이지요. 세월은 이처럼 아이에게 사랑을 베풀 기회도 알듯 모를 듯 빼앗아가 버립니다.

그러나 설령 다시 물어본다 하더라도 김정일 국방위원장 탓을 더 이상 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금강산 해수욕장에서 북한군 병사가 쏜 총에 우리나라 국민이 죽음을 당한 사건 이후로 금강산은 이제 갈 수가 없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게 이명박 정부의 반북정책 기조 탓이든 아니면 북한군의 도발적 민간인 총격사건 탓이든 10년 넘게 쌓아온 남북관계가 순식간에 경색되고 금강산은 다시 꿈에서도 그리운 산이 되고 말았습니다. 
 

                "영광스러운 조선로동당 만세!" 선전문구 옆에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 찬양 선전판이 얼핏 보인다.
               어린 시절 우리
가 다니던 학교 건물에도 이런 식으로 "10월 유신"을 찬양하거나 "근면 자조 협동" 같은 
               계몽 선전판이 붙어있었다. 평양의 거리는 서울에 비해 말쑥하게 잘 정돈된 느낌이다.  
               사진=블로그 '김용택의 참교육'

그래서 이번에 평양을 다녀오신 몇몇 분들이 올려주신 평양거리와 묘향산, 백두산 사진은 금강산은 아니지만 참으로 살갑게 느껴집니다. 특별히 김용택 선생님은 사진을 소개하며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하지 못하는 괴로운 심정도 토로하셨습니다. 모두 국가보안법 탓이라고 말입니다. 맞는 말씀입니다. 저 역시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하지 못하고 추한 것을 추하다고 하지 못하는 이 야만의 시대가 싫습니다.
 
인류는 말을 사용함으로서 사람이 되었다

‘호모 에렉투스’는 서서 걷고 도구를 사용함으로서 최초의 인류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저는 사람이 비로소 사람이 된 것은 말을 할 줄 알게 된 때부터라고 생각합니다. 글자의 발명은 사람을 더욱 사람답게 만들었습니다. 현대에 이르러 말은 컴퓨터와 인터넷의 발달로 전 세계 사람들이 동시에 소통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습니다. 바야흐로 말의 전성시대가 온 것입니다.

그러나 이 말은 씨족과 부족으로 나뉘어 살던 공동체사회가 국가라는 권력구조 하에 놓이게 되면서 통제당하기 시작했습니다. 말은 오로지 최고 권력자만 할 수 있는 전유물이 되고 말았습니다. 귀족들은 통치자의 귀에 거슬리지 않는 한도 안에서 말을 허락 받았습니다.

그리고 평민들은 말다운 말은 할 수가 없었으며, 천민계급은 아예 말을 하지 말아야 했습니다. 로마의 폭군 네로의 스승이었던 세네카조차도 불필요한 말을 하다가 모함에 빠져 죽음을 당했습니다. 그러나 이처럼 오랜 세월 사슬에 묶여 신음하던 말이 프랑스대혁명을 거치며 슬슬 자유를 얻기 시작했습니다. 

                                    프랑스혁명 -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 〔들라크루아 作〕

근대시민혁명이 쟁취한 자유 중에 가장 위대한 것이 바로 말의 자유, 표현의 자유입니다. 말이 자유를 얻게 되자 세계는 급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역사, 문학, 예술 등 문화적인 분야만이 아니라 산업이 급속도로 발전하는데도 큰 역할을 했습니다. 오늘날 컴퓨터와 인터넷 혁명은 말의 자유가 없이는 도저히 불가능한 것이었습니다.

근대시민혁명이 쟁취한 말의 자유

그런데 아직도 우리나라는 말이 완전한 자유를 얻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김용택 선생님에게 말은 불편하고 부담스럽고 거추장스러운 것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참교육’이란 블로그에 북한 방문길에 찍어놓았던 사진을 올리면서 아무런 설명을 달지 않았던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어처구니없게도 선생님은 국가보안법이 아니라 전혀 엉뚱한 곳에서 폭력을 당하셨습니다. 북한 방문기를 맑은 공기와 아름다운 거리와 함께 꾸준히 소개해주시던 선생님이 주사파에 대한 비판적 표현을 잠깐 언급했던 것이 빌미가 되어 느닷없이 노망난 늙은이로 매도당하고 조선일보의 ‘조깝제’와 사상적 동반자로 몰리게 되었던 것입니다. 아마도 주사파에 호의적인 사람들이었나 봅니다. 
<관련기사
http://chamstory.tistory.com/68>


평생을 교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은퇴하시고 이제는 남은 여생을 참교육 운동에 매진하고 있는 선생님에겐 너무나 가혹한 형벌이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나 마음이 여리신 선생님이 받았을 상처도 걱정이 되었습니다. 도대체 주사파에 대한 짧은 언급 하나가 그다지도 노여웠던 것이어서 평생을 교육에 헌신하고 정년퇴직한 교사의 명예를 무참히 짓밟는단 말입니까? 

저는 선생님이 사진과 설명을 통해 평양거리를 너무 미화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고 마음이 불편했지만, 굳이 반대 댓글 같은 걸 달지는 않았습니다. 평생을 참교육 운동에 바친 선생님을 존경하는 마음 만큼 선생님을 신뢰하는 마음도 컸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주사파 비판' 한마디에 선생님의 자존심은 여지없이 구겨지고 말았습니다. 이참에 선생님은 국가보안법보다 주사파가 더 무섭다고 생각하게 되실지도 모를 일입니다.

국가보안법보다 더한 말의 자유에 대한 폭력

국가보안법은 법전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늘 우리들 속에 숨어 함께 숨 쉬면서 자유로운 말을 향해 폭력을 행사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요즘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란 노래가 유행입니다. 이명박 정부를 규탄하는 노래지요. 그러나 저는 이 노래를 들으며 우리는 과연 얼마나 민주적인가에 대해서도 반성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주체사상탑, 사진=블로그 '김용택의 참교육'

이 사진은 선생님이 찍어 오신 주체사상탑입니다. 평양의 맑은 하늘을 이고 우뚝 솟은 탑이 인상적입니다. 그러나 저는 이 탑을 바라보며 그런 생각을 합니다.

이 주체사상탑은 도대체 말의 자유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할까? 표현의 자유, 양심의 자유, 사상의 자유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할까?”

‘유일무이한 주체사상과 수령에 대한 충성’을 강조하는 저 주체사상탑은 서로를 인정하며 화해와 협력으로 통일의 길로 가자고 하는 민족대단결의 정신을 헤치는 반통일적 조형물은 아닐지 의심이 든다고 하면 또다시 나를 반북분자에 수구꼴통이라고 공격하시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아름다운 금강산을 꿈에도 그리며 하루빨리 남과 북이 통일되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러기위해서라도 하루빨리 말이 자유를 찾아 맘껏 세상을 뛰어다녔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합니다.

2008. 10. 18.   부마항쟁 기념일에   파비

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