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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1.06 '아이리스' 김태희는 장동건처럼 될 수 없을까 by 파비 정부권 (22)
장동건.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입니다. 그런 장동건을 김태희와 비교하는 게 과연 옳다고 할 수 있을까요? 지금의 장동건만 아는 사람이라면 아무도 수긍하지 못할 겁니다. 아니, 화를 낼지도 모르죠. 어떻게 장동건을 김태희에게 같다 붙일 수가 있느냐고. 그러나 기억하는 분은 하겠지만, 장동건에게도 김태희와 같은 시절이 있었습니다.

장동건과 김태희/ 다음영화 이미지 편집


장동건도 처음엔 김태희처럼 얼굴만 잘 생긴 배우였다

처음 본 장동건은 정말 '왕짜증'이었습니다. 아니 상당히 오랫동안 나는 그를 브라운관에서 보는 게 고역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의 연기는 정말 엉망이었죠. 대사가 무슨 책 읽는 것도 아니고. 보통 베테랑으로 통하는 노련한 배우들은 연기한다는 말을 듣지 않습니다. 아마 스크린이든 브라운관이든 그들이 하는 연기는 현실처럼 너무나 자연스럽기 때문일 겁니다.  

그러나 장동건은 억지로 연기를 하고 있는 것이 보였고, 그것도 지독히 어설픈 연기를 힘들게 하고 있다고 생각되었습니다. 그게 눈에 보였습니다. 정말 짜증났습니다. 단지 얼굴 잘 생겼다는 이유 하나로 계속 브라운관에 얼굴을 내미는 그가 무척 미웠습니다. 나중엔 연출자, 텔레비전까지도 미울 지경이었습니다. '아, 정말 이건 아니지.' 

그런데 어느 날 장동건이 확 바뀌었습니다. 갑자기 그의 연기가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는 지독히도 어설픈 연기를 억지로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웠습니다. 갑자기 기연이라도 얻은 것일까? 생각지도 않던 기인을 만나 연기를 잘 할 수 있는 비급이라도 얻었던 것일까? 알 수 없는 일이었지만, 갑자기 변한 그의 모습은 실로 매력적이었습니다. 

아마도 그런 모습을 나에게 선사했던 프로의 이름이 <의가형제>였던가요? 1997년이었을 겁니다. 그는 이후 급속도로 성장했습니다. 1999년 안성기, 박중훈과 함께 열연했던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서 가능성을 찾았던 그는 2001년 <친구>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습니다. 물론 그 이전에도 그는 스타였습니다. 그러나 이전의 그는 얼굴만 잘 생긴 스타였을 뿐이지요.  

그리고 마침내 2004년, 장동건은 <태극기 휘날리며>로 한국영화 대표선수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안성기나 한석규가 갖고 있던 타이틀을 장동건이 이어받은 겁니다. 인민군 장교복을 한 장동건이 동생을 살리려고 인민군을 향해 기관총을 난사하며 죽어가던 모습에 전율하지 않은 사람이 있었을까요? 나는 아직도 그 장면을 생생하게 뇌리에 재현할 수 있습니다. 

다음영화 이미지


기회를 잘 살려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한 장동건은 한국 최고의 배우가 되었다

그런데 장동건은 어떻게 얼굴만 반지르르한 발연기의 대명사에서 한국 최고의 배우 자리에 올랐을까요? 물론 치열한 노력이 있었을 겁니다.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으로 만들어진다는 에디슨의 명언이야말로 장동건을 변화시킨 원동력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것뿐이었을까요? 오로지 노력만으로 얻은 영광이었을까요? 

노력만으로 모든 걸 얻을 순 없습니다. 주어진 기회를 잘 살리는 현명함도 필요하죠. 장동건은 주어진 기회를 잘 살렸습니다. <의가형제>가 바로 장동에겐 기회였습니다. 장동건은 <의가형제>를 선택했고, <의가형제>는 자신만의 독특한 이미지를 창조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으며 그는 거기에 부응했습니다.

그럼 김태희는 어떨까요? 많은 사람들이 김태희의 연기를 보며 불안해하거나 불편해 합니다. 나도 그렇습니다. 사실 나는 그녀의 열렬한 팬은 아닙니다. 나에게 김태희는 그저 예쁘장한 LG사이언 광고모델 이상은 아닙니다. 그녀가 연예계 최고의 미인이라고 모두들 말하지만, 글쎄 내가 볼 때 김태희는 전인화나 황신혜처럼 그리 완벽한 미녀라고 생각되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어떻든 그녀가 미녀인 것만은 확실합니다. 최고라는 말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남다른 아름다움을 가진 것은 사실이니까요. <아이리스>는 김태희가 출연했다는 사실만으로도 화제를 몰고 왔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연기가 얼마나 나아졌을까에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었죠. 그러니 나도 덩달아 그녀의 연기를 유심히 살펴보게 됐습니다. 

1부에서 보여준 그녀의 연기는 나름대로 합격점이었다고 생각됩니다. 대학 강의실에서 보여준 그녀의 연기는 사람들의 불안을 어느 정도는 해소시켜주었습니다. 대체로 그런 의견들이었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녀의 연기는 다시 불안해지고 불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아, 이런…, 그러고보니 김태희를 보는 내내 저도 불안해하고 있군요. 

김태희의 연기는 아직 불안하고 불편해

김선화(김소연 분)를 추격하는 그녀가 하이힐을 신고 선글라스도 쓰지 않고 코트를 입고 뛰어가는 모습은 도무지 정예 첩보원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이건 그러나 연출자의 탓이라고 해둡시다. 하지만 늘 입을 반쯤 벌린 채 이를 드러내고 있는 그녀의 모습에선 어떤 긴장감도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왜 입술을 굳게 다물지 않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더군요)

다음영화 이미지


사지에 몰린 애인을 구하겠다는 각오를 가슴에 담은 첩보원의 모습치곤 너무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소연의 비장한 모습과는 너무나 대조적이었죠. 차라리 김소연이 최승희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아직 반 정도 분량밖에 찍지 않았다고 하니 기대를 완전히 접기엔 이르다는 생각도 들긴 합니다만. 

김태희는 장동건처럼 될 수 없는 것일까요? 장동건이 <의가형제>에서 기회를 살려 자신만의 이미지를 완성했듯이 말입니다. 장동건은 이미 거목이 되었습니다. 특정한 이미지의 캐릭터만 연기하던 그는 이제 다양한 캐릭터로 자신의 영역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개봉된 <굿모닝 프레지던트>에서 그는 그걸 잘 보여주었다고 합니다.

김태희도 어느 날 갑자기 장동건처럼 달라진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줄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건 대단히 어려운 일처럼 보입니다. 장동건은 진정한 스타가 되기 전에 꾸준히 브라운관에 얼굴을 보이며 자기 이미지를 완성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차갑고 건방진 의사 캐릭터를 통해 자신만의 이미지를 완성했습니다.

이때부터 그의 연기는 자연스러워졌습니다. 말하자면, 잃어버린 자신의 모습을 되찾았다고나 할까, 아무튼 그는 그렇게 한국영화계를 대표하는 배우가 되었지요. 그러나 김태희는 어떻습니까? 그녀가 연기자라고 하지만, 브라운관에서 그녀를 볼 수 있는 것은 가물에 콩 나듯 어렵습니다. 너무 재는 것일까요?

세월을 이기려면 부단한 노력으로 1%의 영감을 얻어야

여기에다 그녀는 배우인지, CF모델인지 정체성도 모호합니다. 그런 그녀에게 어떤 기회를 통해 자신만의 이미지를 구축하길 바라는 것도 사실은 무리일 수 있겠습니다. 그럼에도 나는 그녀가 장동건의 예에서 뭔가를 배우길 바랍니다. 그래서 더 많은 드라마에 얼굴을 내밀며 자신을 다듬기를 바랍니다. 1%의 영감을 얻기 위해 99%의 노력을 기울이는 천재처럼요.

그러지 않으면 수년 내에 김태희란 이름도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사라질 날이 올 겁니다. 김태희의 얼굴이 아무리 예쁘더라도 세월을 이길 수는 없습니다. 천하절색이라던 황신혜도 <공주가 돌아왔다>에서 보니 늙은 기색이 역력하더군요. 김태희도 그들처럼 오랫동안 인기를 누리고 싶다면 이제 변해야 합니다. 

그러고 보니 이번 주말엔 <굿모닝 프레지던트>를 꼭 보러 가야겠군요. 갑자기 그러고 싶어졌습니다.
아직 안 끝났을라나? … 
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