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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3.31 마이더스 경고 “금감원, 너나 잘하세요!” by 파비 정부권 (41)

지난주에 금감원(금융감독원)이 드라마 마이더스에 경고자막을 내보낼 것을 요청했다고 합니다. 말이 요청이지 사실상 압력입니다. 여기에 대해 네티즌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한마디로 우습다는 반응들입니다.

“너나 잘하세요!”

친절한 금자씨 보신 분들은 이 유명한 대사를 기억하시겠지요? 우리의 친절한 금자씨가 13년을 복역하고 교도소 문을 나설 때, 교회 신도들이 줄을 서서 축하 노래를 불러주며 다시는 죄 짓지 말라는 의미로 하얀 두부를 건네자, 손가락으로 밀어 떨어뜨리며 이렇게 말했죠.

“너나 잘하세요!”


아마도 이 영화를 보고 있던 많은 분들은 친절한 금자씨의 이 돌연한, 그러나 너무나 통쾌한 행동에 속이 시원했을 것입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저는 지금도 가끔 친절한 금자씨의 이 장면이 생각납니다. 최고의 명장면이었죠. “너나 잘하세요!”

너무 놀라 입을 벌린 채 멍하니 서있는 교회 신도들을 뒤로 하고 검은 선글라스를 쓰고 물방울 원피스자락을 날리며 바쁘게 어디론가 사라지던 이영애의 모습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박찬욱 복수시리즈의 완결판. 그런데 금감원이 다시금 이 “너나 잘하세요!”란 명대사를 상기시키는군요.

금감원이 SBS 드라마 마이더스에 경고메시지를 보낸 이유는 이렇습니다. 드라마에서 묘사된 ‘작전’, 즉 주가조작이 사실과 다르고 오해의 소지가 많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금감원 자본시장조사국이 SBS에 다음과 같은 경고자막을 내보내도록 요청했고, 내보냈습니다.

“실제 주가조작은 실패하는 사례가 많으며 성공할 경우에도 최대 무기징역 등 엄중한 처벌을 받게 되는 범죄행위임을 알려드립니다.”그러나 이 말을 믿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은 듯합니다. 그리고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드라마를 보는 국민들 중에 주가조작 할 만한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되겠습니까? 그들 중엔 주식 구경도 못해본 사람이 대다수일 겁니다. 그리고 설령 주식 몇 푼 갖고 있다손 치더라도 주가조작? 꿈도 못 꿀 겁니다.

자, 그럼 네티즌 몇 분의 반응을 한번 살펴보실까요?

“유죄판결을 받은 론스타는 뭐죠? 금융당국은 SBS 마이더스 열심히 시청하고 반성 좀 해야 할 듯!” 
“찔리는 게 있으면 바로 잡아야 쥐, 드라마에다 지랄이야.”
“누군가 발이 저린가 보네.”
“그게 본업? TV드라마는 감독하고 실제 저린 짓한 론스타는 보호하는 금감원, 금융위! 이게 뭥미? 니들이 TV감독위원회니?”

금감원의 경고자막대로라면 론스타의 외환카드 주가조작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일단 검찰에 의해 법정에 세워지고 유죄판결까지 받았다고 하니 ‘성공한 사례’가 되겠군요. 그렇다면 금감원의 경고처럼 ‘성공할 경우에도 최대 무기징역 등 엄중한 처벌을 받게 되는 범죄행위’에 해당된다는 말인데….

그러나 금감원이 지금껏 론스타에 취해온 태도를 보면 마이더스에 발 빠르게 경고메시지를 보낸 것과는 사뭇 다르다는 비판이 많습니다. 유죄판결을 받기 전이나 후나 금감원의 론스타에 대한 입장은 “유보” “법률검토” 이런 말 말고는 없습니다.

마이더스에서 김도현(장혁)에게 매수당하는 한영은행 행장이나 유인혜(김희애)의 뒤를 돌봐주는 금감위 위원장 같은 부패한 인물들이 사실은 너무도 완벽하게 사실적으로 묘사되었다는 사실을 이미 우리 시청자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 특히 론스타가 그걸 일깨워주었죠.

론스타는 최근 다시 하나지주금융의 매매계약으로 ‘먹튀’ 논란이 일고 있는데, 이런 일들이 버젓이 일어나는 것은 어느 네티즌의 말처럼 ‘만인에게 평등한 법’을 ‘만명의 부자에게만 평등한 법’으로 만들고 있는 금융당국 때문인 것입니다.

그건 그렇고 말입니다. 금감원의 이번 처사는 국민을 무시해도 너무 무시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국민들이 무슨 바봅니까? 주가조작이, 돈 보따리를 싸들고 은행장과 이사들을, 금융위원회 위원장을 매수하는 짓이 나쁜 짓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

TV드라마에 절도범이나 강간범, 살인자가 나온다고 해서 선량한 국민들이 모방범죄를 할 거라고 생각해서 “이러저러한 짓을 벌이는 것은 실패하는 사례가 많으며, 성공하더라도 중형의 처벌을 면치 못하는 범죄행위”라고 경찰당국이 매번 경고자막을 내보내라고 한다면 얼마나 우스운 일이겠습니까.

그래도 금감원이 정히 걱정된다면, 서민들이 주로 보는 TV드라마에다 이런 경고자막 내보내라고 강제할 것이 아니라 실제로 잠재적 범죄자들이 우글거리는 경총이나 전경련, 자본시장 이런 곳에 가서 “이러저런 짓을 하면 큰 코 다친다”고 엄포를 놓는 것이 효과적이지 않을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조치유보니 법률검토 따위의 말만 할 것이 아니라, 당장 유죄판결이 난 론스타에 대해 의결권 행사금지(대주주 자격상실로 인한 초과보유주식에 대한)와 초과보유주식 강제매각 명령 등 조처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만.

아울러 경고자막에서 보여주듯 론스타 관계자들을 무기징역 등 중형에 처할 수 있도록 모든 조처를 취함으로써 법이 만인에 평등하다는 걸 보여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다 부질없는 기대란 걸 우리는 압니다. 그들은 아마 이렇게 말하겠지요. “웃기지 마세요!”

하지만 그들도 압니다. 마이더스의 이야기는 거의 실화에 가깝다는 것을.

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