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도'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2.03.05 제대로 바람 부는 날의 바람의 언덕 by 파비 정부권 (3)
  2. 2012.03.04 총선후보 블로거인터뷰, 거제도에 가다 by 파비 정부권 (4)
  3. 2009.01.29 우리딸, 관광지에서 발칙한 남녀의 키스를 방해하다 by 파비 정부권 (7)
엊그제 거제도에 갔습니다. 원래 목적은 야권총선후보 블로거합동인터뷰에 참여하는 것이었는데 시간이 남아 거제도 일주를 한번 했습니다. 오랜만에 콧구녕에 바람을 집어넣으니 기분이 좋더군요. 바람의 언덕에 갔는데 정말 바람 디지게 씨게 불더군요. 바람의 언덕이 왜 바람의 언덕인지 알겠더이다. 

제 몸무게가 무려 150근에 육박하는데 막 바람에 날려가려고 하더군요. 어이구, 여기선 나도 잘못하면 가랑잎 신세 되겠구먼, 흐흐. 

아래에다 사진 두 장 올립니다. 바람소리가 들리시나요? 아마도 드라마 신들의 만찬을 즐겨보시는 분이라면 이렇게 말씀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바람소리가 정말 맛있다!"

하지만 맛있다고 콧구녕에 바람 너무 많이 집어넣으면 다칩니다. 우리가 갔던 날은 토요일(3월 3일)이었는데 어제 저는 하루종일 감기몸살로 고생하던 목구녕이 다시 부어 고생을 많이는 아니고 쬐끔 했습니다.

바람의 언덕 근처에는 신선대도 있고 해금강도 있고 볼 게 꽤 많더군요. 아쉽게도 해금강 사진은 못찍었네요. 아래 사진은 제 휴대폰으로 찍었는데 아이폰도 아니고 갤럭시도 아니라서 사진빨이 별롭니다. 양해들 하시고 즐감은 아니라도 대감 정도만 해주시길… 흐흐~
 

 
Posted by 파비 정부권

거제는 특별한 곳이었습니다. 우선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특별합니다. 신거제대교를 건너 왼쪽으로 꺽어들자 푸른 바다가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얼마를 달리니 거대한 크레인선들이 바다위에 떠있습니다. 옥포조선소입니다.

거제는 수려한 자연경관과 더불어 조선소로도 유명한 곳입니다. 아마 제가 알기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조선소가 이곳에 있습니다. 바로 대우조선입니다. 삼성조선소는 옥포에 대우조선소는 장승포에 있습니다.

이 두 개의 조선소로 말미암아 한적한 유배의 섬 거제는 물가가 전국에서 가장 비싸다고 하는 동네가 됐습니다. 그래서 거제의 특별함에는 푸른 바다와 아름다운 해안선과 기기묘묘한 바위들과 몽돌이 그득한 해수욕장과 더불어 거대한 조선소와 비싼 물가가 있습니다.

거제는 경상남도에 속하는 행정구역이면서도 경남과는 무언가 다른 독립적인 구석이 있는 곳입니다. 어떤 이는 농담 삼아 “거제도는 경남도가 아니라 거제자치도로 따로 불어야 할 것 같아!”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거제도와 경남도는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어떤 단절 같은 것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거제도는 거제 사람들끼리 따로 사는, 어쩌면 율도국(물론 지리적이고 문화적인 단절의 의미에서만) 같은 곳이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3월 3일 오전 10시 거제시 고현읍에 위치한 거제공공청사 회의실에서 열린 총선후보 블로거 합동인터뷰에서 “경남도민일보는 아실 테고 혹시 100인닷컴이나 경남블로그공동체에 대해서 아십니까?” 하고 누군가 묻자 “(아무도) 모른다!”고 답했을 때 더욱 그렇게 느껴졌습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반대로 거제도의 사정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우선 인터뷰어로 참석한 통합진보당 이세종 후보나 진보신당 김한주 후보에 대해 아무런 정보를 우리는 갖고 있지 않았습니다. 이날 참석하지 않은 민주통합당 장운 후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저는 사실 지금도 민주당 후보로 단수공천(혹은 여론조사결과?)됐다는 장운 후보의 이름이 장운인지 장훈인지 아니면 장웅인지 정확하게 알지 못합니다. 지금 당장 확인해서 쓸 수도 있겠지만 그럴 필요를 느끼지 않습니다. 그는 인터뷰에 불참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요청을 받고도 불참한 후보가 몇 분이 계십니다만, 그분들이 왜 불참했는지에 대해선 제가 들은 대로 따로 기사를 작성해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꼭 인터뷰에 응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하는 것이 안 하는 것보다 낫고 또 시대조류에도 맞을 것 같은데 이해가 안 되는군요. 

잠깐 미리 언급하자면, 한 무소속 후보는 “나는 야권후보가 아니다”라는 이유를 대셨고 또 한 무소속 후보는 질문지에 야권단일화 내용이 있는 걸 보고 “내가 참여하는 건 절적하지 않은 것 같다”라고 했다고 하며 위 장운 후보는 “아직 민주당 후보 공천이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나갈 수 없다”고 했다 합니다.

대체로 이해할 수 없는 군색한 변명이란 생각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확실히 거제도는 경남도와는 다른 특별한 무엇이 있었습니다. 정치, 사회, 문화적인 풍토가 다른 만큼 정치인들의 생각과 행동도 많이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세종 후보는 내내 자신의 공약을 소개하고자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기회가 주어지자 준비한 공약을 하나부터 열까지 나열하는데 정말 지겨웠습니다. 공약은 그저 공약일 뿐. 바로 엊그제 한 말을 당장 오늘 뒤집는 행태는 창원에서도 얼마든지 지켜본 밥니다.

이런 모습은 후보가 인터넷의 특성이나 블로그에 대해 모르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 아닐까 생각됐습니다. 조금이라도 알고 있었다면 이런 시간낭비는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 대신 보다 산뜻하거나 충격적이거나 특징적인 어떤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했겠지요.

이세종 후보와 김한주 후보는 진보정당 출신이라는 이름이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김영삼 전 대통령에 대해 읍소하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김영삼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말아먹었다”는 당찬 이야기를 듣고 싶었지만 그들은 모두 “김영삼이 받은 기를 받고 싶다”는 이야기만 했습니다.

하지만 두 후보는 대체로 국회의원 후보로서의 자질과 소양이 충분하다는 인상을 주었습니다. 정치적 소신도 분명해 보였습니다. 두 후보는 통합진보당과 진보신당이라는 두 진보정당의 대표선수답게 여러 영역에서 확실한 차이도 보여주었습니다.

두 후보의 답변을 들으면서 두 사람의 사상이나 노선, 정치적 목표가 미세하게 다름을 느꼈는데, 보통의 사람들이 느낄 수 없을지도 모르는 이 미묘한 차이는 그러나 강남과 강북의 차이만큼 크게 다가왔습니다. 분당 이후 서로 많이 달라진 것일까요?

후보들은 바빴습니다. 12시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후보들은 부랴부랴 떠났습니다. 남은 우리는 근처에서 유명하다는 횟집으로 갔습니다. 8명이 회 두 접시를 시켰는데 소위 찌개다시라고 부르는 부대요리가 더 멋진 안주로 나왔습니다.

다른 블로거들도 거제도가 마산이나 창원과는 달리 뭔가 특이한 곳이라는 인상을 받았다는 이야기들을 했습니다. 우리가 미리 그 특별함에 대해 이해하고 가지 못한 것은 인터뷰가 활기차게 진행되지 못한 한 원인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만족할 만한 인터뷰였습니다.

점심을 먹고 난 후엔 거제도 일주가 이어졌습니다. 공곶이도 가고 해금강도 가고 바람의 언덕도 올라갔습니다(사실은 신선대쪽에 차를 대놓고 내려갔습니다). 오늘 길에 거제관아 터도 봤습니다. 옛 관아건물은 헐리고 면사무소가 콘크리트 옷을 입고 서있더군요.

그 옆에는 촉석루, 영남루, 세병관과 더불어 경남 4대 누각의 하나라는 기성관이 외롭게 서있었습니다. 거제관아가 함께 남아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저 부수고 헐고 새 것을 짓기를 좋아하는 우리네 풍토가 한심해 한숨만 나왔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통영에 들러 민주통합당 홍순우 후보와 간담회도 가졌습니다. 집에 돌아오니 한밤중입니다. 아침 7시에 나가 하루 종일 돌아다닌 셈입니다. 외지 인터뷰에는 개인경비도 소요됐습니다. 차량유류비를 빼고도 식사비만 1인당 4만 원 정도가 들었습니다.

무슨 월급을 받는 것도 아니고 자기 돈 들여가면서 왜 블로거들은 멀리 거제도까지 인터뷰를 갔을까? 그리고 앞으로도 창원, 마산뿐 아니라 김해며 부산으로 가고자 하는 것일까?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사명감? 아닌 것 같습니다. 재미있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요.

아무튼, 총선후보 인터뷰를 위해 거제도에 다녀온 소감을 두서없이 적어보았습니다. 통합진보당 이세종 후보와 진보신당 김한주 후보의 선전을 기원합니다. 아울러 두 손을 맞잡고 환하게 웃으며 찍은 아래 사진처럼 사이좋은(!) 경쟁이 되기를 기원해봅니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
설 연휴에 잠시 짬을 내 거제도에 다녀왔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바다가 싱그럽습니다. 와이프의 친구가 거제도에서 장사를 한답니다. 일이 바빠 마산에 넘어오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준비해둔 오피스텔에서 하루밤 묵었습니다. 그 친구의 백화점 내 골프웨어 가게에도 들렀는데, 아쉽게도 우리는 사 입을 옷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오피스텔 유리창 밖으로 조선소가 보인다.


우선 가격대가 사람 기를 팍 죽여 놓더군요. 거기 옷 한 벌이면 제 평생 입을 옷을 살 수 있을 듯싶었습니다. 물론 조금, 아니 과장으로 많이 화장한 말이긴 하지만…. 어쩌면 과장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여간 저로서는 계산이 잘 안 되는 숫자들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옷을 입고 아마도 골프를 치는 모양입니다.  

그 옆 가게에서는 골프채를 팔고 있었는데 가격대가 최저 25만원 대에서 최고 95만 원대까지 있더군요. 물론 그것보다 더 비싼 것도 있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직접 살펴보는 게 왠지 두려워서 슬쩍 지나가면서 곁눈질로 보았거든요. 왜 그랬을까요? 마음속으로는 저거 한 번 빼들고 이리저리 돌려보고 싶었지만, 마치 부잣집 담 넘어보기가 쉽지 않은 것과 같았습니다.  

이거 혹시 못 가진 자의 비굴함이 아닐까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오늘은 주제는 이 이야기가 아니랍니다. 거제도에 갔으니 당연히 거제도 유람을 했겠지요? 추운 겨울날 어디를 갈까 고심을 하다가 바람의 언덕에 가기로 했습니다. 언젠가 <블로거스 경남>에서 바람의 언덕이 매우 훌륭한 관광지라고 격찬을 한 걸 보았던 기억이 났기 때문입니다. 기억은 가물거리지만, 발칙한 생각님이셨던가요?

몽돌해수욕장의 급경사에 쩔쩔매는 우리 딸내미. 뒤에 보이는 녀석은 아들내미.

그러나 바닷가에서는 승리의 V자.


그래서 그곳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장승포를 돌아 구조라해수욕장을 지나고 학동 몽돌해수욕장을 거쳐 달렸습니다. 가던 길에 잠시 구조라와 몽돌해수욕장에 내려 시원한 바닷바람에 몸을 맡기기도 했습니다. 바닷물을 머금은 구조라 해변의 모래사장은 정말 고왔습니다. 오래전 총각 시절, 친구 종길이와 신안 비금도에서 보았던 명사십리의 모래에도 뒤지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길은 구불구불 바닷가 언덕을 기어가고, 파아란 바다는 햇빛에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우리도 구불구불 해변을 달려 마침내 바람의 언덕에 닿았습니다. 바람의 언덕에는 많은 사람들이 바다로부터 불어오는 바람을 즐거운 듯 마주하고 있었습니다.

바람의 언덕은 해변으로 달려오던 산이 멈칫거리며 뭉쳐져 만들어놓은 커다란 놀이터 같았습니다. 놀이터 아래는 절벽이 깎아지른 모습으로 서있었습니다. 이름처럼 바람이 시원했습니다. 무척 추운 날씨였지만, 바람이 참 시원하다고 느꼈습니다. 손사래 치는 아이들을 뒤로 하고 나는 언덕위로 향했습니다. <전망대 가는 길>이란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이왕 이곳까지 왔다면 당연히 전망대에 가서 사방을 조망하는 것이 도리 아니겠습니까? 그리하지 않는다면 전망대에 대한 무례이기도 하거니와, 두고두고 후회가 될지도 모릅니다. 구두를 신은 폼이지만, 관광지의 전망대에 오르는 게 무에 그리 대수일까 싶었습니다. 

바람의 언덕. 그래도 여기는 시원했다. 아지랑이 뭉실한 봄에 다시 오면 좋겠다.

저 위 올라가는 저 부부를 말리지 않은 게 후회가 됐다. 나중에 욕 좀 했을 거다.


제 예상은 여지없이 빗나갔습니다. 올라도, 올라도 끝없이 펼쳐진 구불거리는 나무계단들만이 우뚝 솟아있을 뿐 전망대는 그림자조차 비치지 않았습니다. 그러고보니 내려오는 사람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도 이미 시작한 일을 중도에서 포기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태산도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리 없다고 옛 성현은 갈파했습니다. 

그러나 후들거리는 두 다리는 제발 돌아 내려가자고 타이르고 있었습니다. 반면, 비 오듯 땀에 젖은 머릿속은 손사래 치는 아이들을 나무라며 올라온 체면으로 갈등이 처연합니다. 결국 어리석은 체면이란 두개골에 포장된 뇌수의 명령에 따라 휘청거리며 나무계단을 따라 올라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마침내 저 위에 전망대 비슷한 것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무너질 듯 흐느적거리던 두 다리는 어느새 힘을 얻어 가뿐해졌습니다. 세상 모든 것을 다 얻은 듯 기쁨이 흐르는 땀방울을 타고 함께 흘러내리는 듯했습니다. 자, 조금만 더 힘을 내자. 고지가 바로 저기다!

이곳에서 만난 두쌍의 부부는 시청을 향해 투덜거렸다. 그럴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속았으니까.

나무들 사이로 다도해의 섬들이 펼쳐져 있다. 사진은 이렇지만, 실제 풍경은 빵점이다.

답답한 정상의 나무숲 너머로 멀리 외도가 보인다.


여러분, 저는 정상이란 것을 정복해본 숱한 경험 중에 이날처럼 허무한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모두들 아시다시피 산의 정상이란 늘 상쾌함, 시원한 전망, 포만감, 승리의 도취 같은 것을 우리에게 제공해주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곳엔 그런 것은 고사하고 사방을 가린 소나무들로 인해 낭패감만 밀려왔습니다. 이렇게 허무할 수가. 이보다 더 나쁠 수는 없었습니다.  

가파른 경사를 타고 내려오는 다리는 천근처럼 무거웠습니다. 게다가 비탈길에 수술한 허리마저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아, 이거 오늘 완전 왕재수다.’  한참을 내려오다 보니 아들놈이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하도 안 오니까 어떻게 됐나 제 엄마가 가보라고 시킨 모양입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며 오를 땐 몰랐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던 모양입니다. 

다 내려와서 정상 올라가는 입구에 세워진 표지판을 다시 살펴보았습니다. 아! 그런데 표지판에는 누군가가 4.0km라고 적어 놓았던 것입니다. 4.0km면 산길로서 대단히 먼 거리입니다. 그러나 제 느낌으로는, 그처럼 먼 거리는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누가 굳이 이렇게 친절하게 연필로 4km라는 어마어마한 단위를 적어놓았을까요?  

“여기 올라가시면 큰 낭패를 당하게 되니 주의하시오!”  

혹시 이런 뜻이 아니었을까요?

저 뒤 언덕 너머에도 훌륭한 주상절리가 있다. 그러나 거긴 못 갔다. 여기서 너무 진을 뺐다.

외도 가는 유람선 선착장이 바람의 언덕 아래로 보인다.


역시 우리 딸이 반갑게 맞아줍니다. 우리 딸을 보니 땀 흘려 내려온 보람이 있습니다.

“왜 이렇게 늦었어?”

그러더니 딸아이가 제 귀에 대고 속삭입니다. 무슨 커다란 비밀이야기라면서 말입니다.

“아빠, 아빠, 저기 있잖아. 어떤 아줌마하고 어떤 아저씨가… 조오기서 둘이서 얼굴을 마주대고… 히힛~ 뽀뽀 하려고 그랬다~ 그런데 내가 딱 쳐다보고 있으니까, 하려다가 못했다. 히히.”

옆에 있던 우리 아들놈은 둘이서 무슨 이야기 했느냐고, 빨리 실토하라고 막 따집니다. 자기 흉 본 거 아니냐고 말입니다. 우리 아들은 늘 그런 식입니다. 제가 딸과 이렇게 귓속말을 하면 틀림없이 자기 흉을 봤으리라고 짐작하는 것입니다.

어쨌든 그 아줌마와 아저씨(실은 젊은 처녀총각이었겠지만. 우리 딸에겐 누구나 아줌마고 아저씨니까), 참 안됐습니다. 하필 우리 딸애가 보고 있었을 게 무어란 말입니까?

아니, 사실은 그게 아니로군요. 하필 우리 딸애도 보고 있고 다른 사람도 많은 그런 곳에서 둘만의 은밀한 뽀뽀를 하려고 한 그분들이 잘못한 거지요. 물론 분위기에 도취돼 감정이 시키는 대로 한 것이라고 이해는 합니다만, 그렇더라도 장소선택에 보다 신중했어야겠지요.  

그래도 저는 그 젊은 선남선녀가 부럽기는 합니다. 장소에 아무런 구애 받지 않고 버젓이 뽀뽀를 하겠다는 용기가 참으로 가상합니다. 우리 때는 사람들이 많이 모인 장소에서는 손도 잡지 못했습니다. 그게 뭐 그리 큰 자랑은 아니겠지만요. 요즘 젊은 분들처럼 못해본 것이 후회스럽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래도, 역시, 조금 지나치다는 생각은 어쩔 수 없군요.

그랬거나 말거나, 바람의 언덕엔 여전히 바람이 씽씽하게 불고 있었습니다.

2009. 1. 29.  파비

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