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놀랐습니다. 나이 스물여섯 먹었다는 대선후보 찬조연설원이 대학등록금을 벌기 위해 시급 2500원짜리 아르바이 경험을 이야기할 때 저는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아니, 저 친구 정말 새누리당 연설원이야?
하지만 그 젊은이는 진짜 새누리당 연설원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습니다.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든든한 일자리 단장’ 이종남입니다. 나이는 스물여섯이고요. 나이 외에 저를 소개할 수 있는 건 아르바이트 경력이 10년 된다는 것 외에는 없는 것 같네요.”
그는 10년 넘게 아르바이트를 해 학업을 이어왔다고 했습니다. IMF 때 아버지의 사업이 망해 어렵게 공부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이런 사정은 너나없이 마찬가지여서 그가 생각할 때 대부분의 학생들이 아르바이트가 용돈벌이가 아닌 생계수단이 되고 있다고 그는 말합니다.
정말이지 그의 말은 틀림이 하나 없습니다. IMF로 경제가 무너지자 단란했던 가정에는 불화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는 그의 말은 실로 공감이 갑니다. 먹고 살기 힘든데 집안이 화목할 리가 없습니다. 가난한 집에 웃음꽃이 더 핀다는 말은 다 거짓말입니다. 그의 육성을 한번 들어보시죠.
“하지만 밥은 먹게 해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하루 8시간 일하면 근로기준법상 1시간 휴식시간을 갖게 되어 있는데 10시간씩 일하면서도 휴식시간에도 시급은 나가는 것이니, 점심시간에 저녁밥까지 먹으라는 식입니다. 그러니 저녁밥을 안 먹는 게 당연한 것이 돼버렸습니다.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 하면서 저녁밥을 못 먹는다? 점심시간에 두 끼를 한꺼번에 먹고 밤까지 일해라? 이런 불합리한 경우가 어디 있습니까? 저는 남자라 조금 더 참을 수도 있지만, 여학생 아르바이트는 더 힘든 일이 많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가 하는 말들은 모두 옳은 것이었으며 그의 하소연은 실로 눈물겨운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처음엔 깜짝 놀랐다가 나중엔 분노가 치밀었습니다. 왜냐고요? 그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그 젊은 청년이 너무도 뻔뻔스럽게 박근혜를 지지한다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IMF를 말하고 근로기준법에도 미치지 못하는 열악한 아르바이트 근로환경을 말하고 지나치게 비싼 등록금을 말하면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만이 이런 모든 부조리와 불합리를 타파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하니 기가 차지 않을 수 없지 않습니까?
IMF를 만든 장본인이 누구고 근로기준법 적용도 못 받는 비정규직을 양산한 것이 누구며 비싼 등록금으로 학생과 학부모들의 주머니를 갈취하도록 조장한 세력이 누군데 이따위 망발을 할 수 있는 것인지, ‘그 젊은이가 정녕 대학에서 공부를 하는 학생이 맞을까?’ 하는 의심마저 들었습니다.
그 청년은 초두에 “제가 새누리당을 열심히 돕고 있다고 하니까 새누리당도 알바 아니냐고 곱지 않은 시선으로 싫은 소리 하실 지도 모르겠네요” 라면서 알리바이를 만들려고 했습니다만, 제가 보기에 그는 ‘새누리당 알바’가 분명해보입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뻔뻔한 얼굴을 하고서 이런 사기를 칠 수는 없는 노릇이죠.
아르바이트가 아니라면 그는 후보를 잘못 선택한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도 자격지심에 “저더러 알바 아니냐고 하실지 모르겠지만”이란 말로 변명을 한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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