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저녁에 노동자대통령후보를 표방하는 김소연 대통령후보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경남블로그공동체(경블공)와 간담회가 있었는데요. 오후 7시 창원 용지동 <까페 하우>에서 만났습니다. 경블공 회원들은 많이 오지 못했습니다.
아마 시간적 여유가 없이 연락을 해서 스케줄을 못 맞춘 탓도 있을 테지만, 군소후보에 대한 무관심 탓도 한 몫 하지 않았을까 나름대로 생각해봅니다. 김훤주 경블공 대표와 달그리메, 장복산 그리고 저 이렇게 네 사람이 경블공 회원으로서 참석했고요.
다른 이들로는 블로그를 운영하는 지역노동자로서 문상환 씨와 김택선 씨가 참석했습니다. 역시 블로거인 이김춘택 씨도 참석했지만 그는 한편 김소연 노동자대통령후보 선거본부 운동원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진보신당 경남도당에서 정책실장을 했던 양솔규 씨가 참석했습니다. 음, 그러고 보니 허윤영 진보신당 경남도당 위원장도 와서 잠깐 인사말을 했군요.
김소연 후보는 의외로 매우 명랑했습니다. 20년 넘게 노동자로 살면서 노조민주화투쟁 등 노동운동으로 단련된 낙관주의가 몸에 밴 탓일까요? 다니던 회사가 파산하고 다시 기륭전자에 입사했을 때 그녀는 비정규직이었습니다. IMF 이후에 얻을 수 있는 직장의 대부분은 비정규직이었던 것이지요.
그녀는 이곳에서도 노조를 결성했습니다. 정규직 노동자도 아닌 비정규직들이 노조를 결성한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었습니다. 언제든 해고당할 수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헌법에 명시된 단결권을 행사한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을 겁니다.
물론 회사는 이들을 모두 해고했습니다. 1895일에 걸친 투쟁이 이어졌습니다. 1895일, 말이 쉽지 5년이 넘는 긴 세월 투쟁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처음에 200여명으로 시작한 이 투쟁은 갈수록 숫자가 줄어 마지막엔 10명만 남았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마침내 승리했습니다. 최후까지 남은 10명은 모두 정규직으로 복직되었던 것입니다. 한국노동운동사에 길이 남을 승리였습니다. <까페 하우>에서 만난 그녀는 당당했습니다. 그녀는 “야권연대의 힘이 아니라 우리의 힘으로 우리의 꿈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민주당이 말로는 우리를 위한다고 하지만 말뿐이지 실제로는 새누리당과 다를 바가 없어요. 기륭전자노조원들이 해고당한 것이 참여정부 때였습니다. 우리는 참여정부를 상대로 투쟁했습니다. 약간의 차이가 있긴 하겠지만 노동자 입장에서 보면 똑같아요.”
김소연 후보는 정리해고,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제1공약이라고 말했습니다. 사회양극화의 주범은 다름 아닌 바로 이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이란 것입니다.
“IMF 이전에 힘들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어요. 우리의 싸움 대상은 박근혜도 문재인도 아닙니다. 이건희와 정몽구죠. 삼성과 현대로 대표되는 자본. 그래서 우리는 선거운동 출정식을 (상징적으로) 삼성그룹 본관 앞에서 했습니다.”
그녀는 지난 10여년의 진보정당운동은 실패했다고 규정했습니다. 민주노동당이 노동중심성이 실종되면서 신자유주의세력인 국민참여당과 통합해 통합진보당이 출범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이건 아니다’라고 생각해 탈당했다고 말했습니다.
통합진보당은 주지하듯이 4․11 총선에서 부정선거 시비로 다시 쪼개져 진보정의당과 갈라졌습니다. 그녀는 대선 이후에 새로운 진보정당을 건설하는데 힘을 보탤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녀의 대선출마는 작지만 노동정치의 새 씨앗을 심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헤어질 때 그녀는 “새싹입니다. 새싹이 잘 자랄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십시오!”라고 인사했습니다. 확신에 찬 그녀의 태도는 새싹이라고 보기엔 너무 당찼지만, 아무튼 명랑한 모습은 보기 좋았습니다.
하지만 이날 간담회에서 가장 인상에 남는 발언은 이것이었습니다. “복지 재원이요? 다들 증세도 말하고 하지만, 글쎄요, 복지의 재원은 재벌들 주머니에서 나와야 합니다. 그게 원칙입니다. 재벌들 주머니를 털어서 복지 재원을 마련할 것입니다.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재벌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을 텐데 가능하겠냐는 질문에 그녀는 “저 김소연이 대통령에 당선될 정도라면 이미 그 정도의 사회적 여건은 마련된 거 아닐까요? 99%의 힘으로1%를 누르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하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간담회는 오후 7시부터 2시간가량 이어졌습니다. 김소연 후보는 목이 많이 쉬어있었습니다. 주로 투쟁현장을 돌며 큰 목소리로 외치다보니 그런 것 같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박근혜 후보는 악수를 많이 해서 손이 아프다고 엄살을 떨더니만, 김소연 후보는 목이 많이 아프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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