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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이야기

박근혜와 김소연의 차이

무소속, 기호5번, 지지율 1% 미만, 이런 지표들로만 보자면 김소연을 박근혜와 비교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는 두 여성이 살아온 지난 궤적을 통해 이들의 삶이 확연히 달랐으며 앞으로도 다를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박근혜는 공주였습니다. 그녀의 말과 행동을 보면 청와대는 다시 돌아가야 할 집입니다. 마치 무너진 왕조를 되살리는 것이 그녀가 살아야할 이유인 듯이 보입니다. 그녀의 ‘시대교체’ 카피는 유신시대로의 회귀를 뜻하는 것이라는 불안감이 많은 사람들 사이에 있습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박근혜 캠프의 김성주 선대위원장은 트위터에 “이제 슬슬 손볼 자들 명단을 짜야겠다”는 식으로 으름장을 놓습니다. 김성주 개인의 무지한 오만함이라고만 하기엔 많은 이들의 불안이 너무나 현실감이 있습니다. 오늘도 뉴스를 보니 새누리당 인사들의 막말행진이 이어집니다.

“간신 안철수는 죽여버려야 한다.”

오, 정말이지 무섭습니다. 그에 비해 김소연은 어떤 사람일까요? 그녀는 평생을 노동자로 살았습니다. 노동자들이 인간답게 사는 세상을 꿈꾸며 노동운동에 몸을 던졌습니다. 1895일 동안 해고자복직투쟁을 이끌었고 승리했습니다. 아마도 어쩌면 김소연 같은 이는 새누리당의 ‘슬슬 손봐야할 명단 1순위’일지도 모릅니다.

경남블로거들과의 간담회에서 본 그녀는 목이 한껏 쉬어 있었습니다. 쇳소리가 섞여 나왔습니다. 그 이유를 그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희들은 주로 투쟁사업장, 송전철탑 농성장, 쌍용차, 현대자동차 농성장 등을 돌며 선거운동 하고 있습니다.”

그녀가 달려가는 곳은 사회로부터 소외된, 배척당한 사람들이 모인 곳입니다. 그곳에서 그녀는 목이 터져라 외칩니다. “우리의 운명을 다른 이들에게 맡겨서는 안 됩니다. 우리의 운명은 우리의 힘으로 개척해야 합니다.”

그녀는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번화가의 거리에서도 큰소리로 외칩니다. “1800만 노동자와 그 가족들이 힘을 합치면 세상을 뒤엎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박근혜 후보는 어떻게 선거운동을 할까요? 그녀는 대규모 군중들을 이끌고 우아하게 손을 흔듭니다. 그리고 악수를 합니다. 악수를 너무 많이 해서 손이 아프다며 경우에 따라선 악수를 거부하기도 해서 말썽이 나기도 합니다.

그녀는 아니라고 하지만, 우리가 보기엔 악수를 청하는 상대가 너무 남루해서 그렇다는 의심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아무튼 그녀는 악수를 너무 많이 해서 손이 부었다며 붕대를 감고 다니기도 했습니다. 붕대를 감은 이유는 누가 보더라도 악수를 피하기 위한 방편이란 걸 모를 리 없습니다.

@경남블로그공동체(경블공)와 간담회 하는 김소연 대통령후보 @사진.. 양솔규

자, 그럼 여기서 제목에 대한 정답. 박근혜와 김소연의 차이는? 

박근혜는 군중들을 향해 우아하게 손을 흔들고 악수하느라 손이 아프고, 김소연은 철탑농성장을 찾아다니며 목이 터져라 외치느라 목이 아픕니다. 박근혜는 손이 아프다며 남루한 서민들과의 악수를 피하고, 김소연은 목에서 쇳소리가 나도록 쉬어도 외치기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알 수 있습니다. 김소연이야말로 소외된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첫 여성대통령감이 아닐까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궁금하게 여깁니다. “왜 나왔니? 겨우 영점 몇 퍼센트의 지지도 안 되는데 되지도 않을 거 왜 나왔니?” 그녀는 당당하게 말합니다. “새로운 진보정당운동의 씨앗을 심기 위해 나왔다.”

마침 어제 늦은 밤, 진보정치의 영원한 정책통 이재영씨가 숨을 거두었습니다. 어느 분의 추도글 제목처럼 실로 ‘큰 별이 인간의 대지에 떨어졌’습니다. 그가 마지막으로 썼던 글 중에 일부가 그녀의 답변을 훌륭하게 대신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습니다.

“제 한 몸 살리겠다고 불량배의 사타구니 밑을 기는 것은 일시의 모면책일 뿐이다. 잔도를 불사르고 파촉(巴蜀)에 깃드는 것만이 장래의 출사를 도모할 수 있는 유일한 방책이다. 독립적 정치세력임을 흔들림 없이 천명하고, 작은 영지(領地)나마 소중히 가꾸어 나가는 것이 현단계 진보정당운동의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