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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이야기

통진당이 보는 경남도민일보는 친진보신당 성향 신문?

된 말로 좀 거시기 하지만 경남도민일보를 보면서 드는 생각은 이거다. “◯ 대주고 뺨 맞는다.”

얼마 전에 어느 술집에서 합석한 한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 당원은 이런 말을 했었다.

“경남도민일보는 진보신당 성향 신문이라고 하대예.”

이 말을 들으며 들었던 생각은 ‘참 어이없다’였다. 어떻게 저런 말을 할 수 있을까? 그래도 통진당이 하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성의 있게 기사를 써주는 신문사가 경남도민일보 말고 또 어디 있다고. 물론 민중의소리라는 인터넷신문이 있지만 요즘 드러난 바에 의하면 그 신문사는 사실상 이른바 경기동부가 만든 신문이다(그러므로 이 신문사의 통진당 빨아주기는 당연한 일이다).

경남도민일보는 그저 ‘통진당에 관심을 가지고 성의 있게 기사를 써주는’ 정도이기만 했던 것은 아니었다. 경남도민일보의 주 배포지역인 창원지역에서 통진당이 갖고 있는 영향력을 고려한다 하더라도 경남도민일보의 통진당에 대한 관심과 격려는 지나칠 정도였다.

△ 오늘(6/21)자 경남도민일보 인터넷판 메인에 강병기 통진당 당대표 후보의 일문일답이 올라 있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지난 4․11총선 때 본선개막을 알리는 경남도민일보의 기사는 1면 메인을 비롯해 몇 개의 지면이 온통 통진당 기사들로 도배가 됐었다. 기사만 도배된 것이 아니었다. 자료사진들조차도 온통 통진당 관련 사진들로 큼지막하게 처리됐으니 가히 도배란 말이 과장이 아니었다. 오죽했으면 내가 이런 글을 썼을까! 경남도민일보, 미친 거 아닐까? 

그런데도 경남도민일보를 향한 통진당 일부 당원들의  목소리는 이것이다. “경남도민일보는 진보신당 성향 신문이라고 하대예.” 이래저래 언론들로부터 ‘다분히 의도적인 소외와 푸대접’을 받고 있는 진보신당 사람들이 들으면 실로 기가 찰 말이다.

하지만 가끔 신문 절독운동을 하겠다고 엄포를 놓거나 편집국장실을 찾아가 농성이라도 하며 언론을 입맛에 맞게 관리하겠다는 통진당 당원들의 다혈질에 10분지 1도 미치지 못하는 그들이고 보면 소외와 푸대접을 받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귀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하여 오죽했으면 또 나는 이런 글을 썼을까! 진보신당, 통진당 이정희에게 배워야 산다 

물론 가끔 통진당에 비판적인 기사가 나가기도 한다. 일례로 얼마 전 통진당 경남도당사무처장이 페이스북에 ‘대한민국 국민은 쓰레기다. 찍어주지도 안했으면서 웬 잔소리가 그렇게 많냐’는 식으로 글을 올리자 다음날 지면에 그대로 보도가 됐던 일이 있었다.

글을 쓴 당사자는 크게 반발했다. “개인적으로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왜 함부로 인용해 기사화하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다 볼 수 있는 공개공간에 글을 올려놓고 ‘개인적인 글’ 운운하는 상식과 한참 괴리된 인식수준을 탓할 것도 없이 공당의 사무처장이 할 수 있는 말은 아니다.

그래도 분이 안 풀렸던지 그는 엊그제 새벽 페이스북에다 “개쓰레기 도민일보, 쓰레기 편집국장 두고 보자”는 식으로 쌍소리를 섞어 글을 올렸다가 30여분 만에 내리는 해프닝을 만들기도 했다. 아마도 통진당 쪽 관계자가 새벽에 올라온 이 글을 보았던 모양이다.

조선일보는 주지하듯이 친새누리당 신문이다. 하지만 그들도 늘 새누리당을 ‘빨아주기만’ 하는 기사만 쓰는 것은 아니다. 가끔 새누리당이 저지르는 ‘뻘짓’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기사를 싣는다. 예를 들면 성추행사건이나 민간인사찰사건 등에 대해선 보도를 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조선일보가 갑자기 반MB신문으로 둔갑되었다고 한다면 누가 이를 믿겠는가.

어찌 됐든 이런저런 통진당 쪽 인사들의 볼멘 소리에도 불구하고 경남도민일보의 통진당에 대한 애정과 관심은 여일한 모양이다. 부정선거 사태로 온통 통진당 때리기가 언론의 메인을 장식할 때도 경남도민일보는 십수 일을 침묵하며 지냈다. 물론 나중에 비판적인 기사 몇 편이 나오긴 했지만 내 보기엔 그저 보도해야 할 것을 보도하는 수준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러다 통진당 선거부정 문제가 종북논쟁으로 옮아가면서 사태는 ‘착한 마녀 구하기’로 변질되기 시작했고 경남도민일보도 드디어 적극적으로 통진당 사태를 조명하기 시작했다. 선거부정 사태 초기엔 조용하던 지면이 운신의 폭이 넓어진 것은 당권선거로 국면이 전환될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 점이 작용했을 것이다.

아무튼 경남도민일보는 엊그제는 ‘강기갑 vs 강병기 당대표 출마’ 소식을 1면 메인타이틀로 다뤘고 그 다음날에는 석영철 도의원을 비롯한 경남지역 통진당 인사들의 강병기 지지선언을, 오늘 신문에서는 강병기 당대표 후보 일문일답을 한 면의 대부분을 할애해 다루었다.

이렇게 잘해주다가도(통진당으로선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어느 날 비판적인 기사 한 줄이 나가면 통진당 당원들은 또다시 그럴까? 그럴 것이다. “개쓰레기같은 찌라시, 절독운동으로 혼내줄 테다.” 물론 절독운동도 그만한 힘이 있으니 할 수 있는 것이고 그래서 그 오만방자한 패기가 부러울 때도 있다.

하지만 ‘◯ 대주고도 뺨마저 내밀어야 하는’ 자의 심정은 누가 헤아려줄 것인가. 

ps; 내 짐작에 "경남도민일보는 진보신당 성향 신문"이라고 말하는 이면에는 아마도 통진당에 불리한 기사에 반발하는 과정에서 나온 언사였다고 생각한다. 통진당에 비판적인 기사가 실리면 통진당 당원들의 입장에서 보면 친 진보신당 성향이 되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