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사이야기

두개의 얼굴 통합진보당, 콩가루정당인가

마침내 통합진보당 손석형 도의원이 의원직을 중도사퇴 했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2012년 4월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서입니다.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닙니다. 사람에겐 누구나 권력욕이란 것이 있습니다. 도의원보다야 국회의원이 폼이 나겠죠.

하지만 생각해보십시오. 그게 과연 옳은 일일까요? 도의원이 국회의원보다 폼이 덜 난다고 생각하는 것이 과연 정상적인 사고방식일까요? 지역정치의 경험을 살려 중앙정치로 진출하겠다는 변명이야말로 지역정치를 중앙정치에 예속시키는 행위 아닐까요?

손 의원은 도의원 직무를 수행한지 불과 1년 6개월 만에 사표를 던지고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나섰습니다. 진즉부터 국회의원이 되고 싶은 야망이 있었다면 왜 1년 6개월 전에 도의원에 출마했던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 왼쪽부터 진보신당 김창근, 무소속 박훈, 통합진보당 손석형 후보 @사진=김훤주

도의원은 국회의원이 되기 위한 징검다리가 아닙니다. 도의원과 국회의원은 하는 일이 다릅니다. 도의원은 국회의원의 하위직도 아닙니다. 지방의회에서 배출된 인재가 국회로 가야한다는 주장은 엉터리일 뿐 아니라 풀뿌리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며 모독인 것입니다.

권영길 의원의 불출마선언을 예측하지 못했다고 변명할 수도 있겠지만 이 또한 올바르지 않습니다. 국회에 가서 봉사할 의지가 있다면 권 의원의 행보와 상관없이 자기 결정을 했어야 하는 것입니다. 진보정치 1번지 창원을 ‘수성’하기 위해서 손 의원이 나가야 한다고요?

이야말로 가장 바람직스럽지 않은 중도사퇴의 변입니다. 이는 사실도 아닐 뿐 아니라 훌륭한 선후배들과 동지들에 대한 예의가 아닙니다. 창원에는 샛별처럼 빛나는 인물들이 은하수처럼 즐비합니다. 왜 자기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얼마 전 블로그 ‘김주완 김훤주의 지역에서 본 세상’의 공동운영자인 김훤주 씨가 ‘통합진보당은 정신분열증 정당인가?’라는 제목으로 손 의원의 도의원 중도사퇴를 비판하는 글을 쓴 적이 있었는데, 이에 대한 통합진보당 당원들의 대응수준은 가히 분열적이었습니다(분열적이란 말은 김 기자가 말한 정신분열증보다는 종파적, 파당적이란 의미로 썼습니다).

그들은 “한나라당 도의원이 중도사퇴 하는 것 하고 진보정당 도의원이 중도사퇴 하는 것이 어떻게 같은가?”라는 괴변을 늘어놓았습니다. “통합진보당은 당원투표에 의해 결정한 것이므로 다르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이 역시 괴변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만약 한나라당이 당원투표나 여론조사 등 적절한 방식을 선택해 중도사퇴 한 현역 지방의원이나 자치단체장을 국회의원 후보로 뽑아도 아무런 이의를 달지 않겠다는 뜻입니까? 오히려 당원들이 투표로 현역 지방정치인의 중도사퇴를 용인한 것이 더 큰 문제 아닐까요?

통합진보당의 당원들이 직접투표로써 현역 도의원을 총선후보로 뽑았다는 사실이야말로 오히려 ‘통합진보당은 정신분열증 정당인가?’란 물음에 스스로 “그렇소!”하고 답하는 꼴입니다. 차라리 한나라당은 후보 개인의 문제지만 통합진보당은 당 전체가 문제라는 것입니다.

손 의원의 바람직스럽지 않은 행보는 진보대통합을 염원하며 내린 권영길 의원의 은퇴 결심과 문성현 전 민노당 대표의 창원 을 포기선언이 가진 대의도 무색케 하고 말았습니다. 나아가 창원 갑과 을이 함께 승리하기 위해 힘을 모을 수 있는 기회도 반감시키고 말았습니다(창원 을에서 벌어지는 중도사퇴 소동은 창원 갑에도 치명타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아래 참고로 첨부한 자료는 통합진보당 전북도당이 엊그제 발표한 논평입니다. 순천의 통합진보당도 전북도당과 비슷한 논평들을 쏟아내며 현역 지방정치인들의 총선출마를 위한 중도사퇴를 비판하고 있습니다만, 반대로 울산에서는 창원과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실로 참담한 일입니다. 도대체 이 기괴한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처신하기 곤란한 이런 상황을 맞아 창원지역의 대부분의 시민사회단체들이 함구하고 있는 가운데 마창진참여연대가 ‘총선출마를 위한 중도사퇴는 옳지 못하므로 자제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습니다. 참 다행스럽고 고마운 일입니다.

그러나 이미 손 의원은 어제 날짜로 사퇴서를 던져버렸습니다. 울산의 통합진보당 이은주 시의원은 이보다 앞선 작년 말 아예 논의도 하지말라는 듯이 미리 사퇴해버렸습니다. 이런 가운데 나온 1월 9일자 통합진보당 전북도당의 논평은 도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 지난해 12월 30일 경남도민일보가 주최한 후보자 초청 블로그합동인터뷰에서 손을 맞잡은 세 후보 @사진=실비단안개

김훤주 기자의 말처럼 ‘정신분열증’ 말고는 뭐 뾰족한 다른 표현이 생각나지 않으니 이것 참 걱정입니다. 아, 그리고 내친 김에 통합진보당의 이런 이중적 태도를 비판하는 것을 비판하는 <민중의소리>도 정신분열증이긴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분들이 조중동과 한나라당을 비판할 땐 그저 웃음만 나옵니다만, 이는 다음 기회에 말하기로 하고요. 일단 아래 논평을 읽어보기로 하지요. 통합진보당이 추구하는 정의가 뭔지 실로 헷갈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냥 콩가루정당이라고 해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통합진보당 전북도당 1월9일(월) 논평

[논평] 총선 출마를 위한 지방의원 중도사퇴,
도민들에 대한 무책임한 정치 행위를 비판한다.

김호서 도의회 의장을 비롯한 김성주, 유창희 현 도의원 3명이 총선 출마를 위해 도의원직을 9일 사퇴했다.

이는 4년 동안 도민들을 위해 봉사하겠다던 도민과의 약속을 1년 반 만에 내팽개친 것으로서 자신을 당선시켜준 유권자들과 도민들에 대한 무책임한 정치행위다. 또한 이들의 중도 사퇴로 인해 치러질 보궐선거 비용을 결국 우리 도민들이 부담하게 된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지방의원이 국회의원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으며, 지역 사정을 잘 아는 지역 정치인이 국회에 나아가 큰 정치를 하겠다는 뜻도 충분히 일리 있고 존중받을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방법이다. 2012년 총선을 염두에 두었다면 2010년 6월 지방선거 때 유권자들에게 솔직하게 그 계획을 밝히든지, 아니면 출마를 하지 않고 2012년 총선을 준비하는 것이 정치 도의상 올바른 선택이었을 것이다.

도민과 지역발전을 위한 선택이 굳이 이번 2012년 총선 후보로 나가는 것만이겠는가? 도민과의 4년 임기 약속을 성실히 수행한 후에 그들 말대로 ‘더 큰 정치’를 위해 준비하면 안 되는가?

스스로 원했든 그렇지 않든 결과적으로 이들의 도의원 1년 반은 국회의원 후보로 가기 위한 발판으로 활용됐다는 다수 시민들의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자신의 정치적 야망과 욕심 때문에 지역발전과 주민을 위해 4년 동안 봉사하겠다는 약속을 내팽개쳤다는 세간의 평가는 결코 억울해 할 일이 아닌 것이다. 이런 사정을 감안해 민주당 지도부도 공직자 사퇴 자제 권고 결정을 내리지 않았겠는가?

통합진보당 전북도당은 이들 현역 도의원들의 총선 출마를 위한 중도사퇴에 대해 명백히 비판적 입장을 밝히는 바이다.

통합진보당 전북도당은 이번을 계기로 공직자의 임기 중 사퇴 규정을 엄격히 제한하거나, 재보궐선거의 원인제공자 또는 이들을 공천한 정당이 재보궐선거 비용을 부담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제도적 개선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2012. 1. 9

통합진보당 전북도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