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때 다시 한 번 참 델리커트한 문제로군요!” 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참 곤란하다, 미묘하다, 말하기 어렵다, 예민하다, 민감하다, 까다롭다 같은 뜻을 가진 이 외래어가 아니고서는 이 상황을 묘사할만한 단어가 딱히 떠오르지 않습니다 

제가 잠시 전라도 목포 땅에 머물고 있는 사이에 블로그와 페이스북에서 약간의 그러나 매우 심각한 충돌이 있었던 듯싶습니다. 충돌의 이유는 김주완 김훤주의 지역에서 본 세상이란 블로그의 공동운영자 중 한사람인 김훤주 기자가 포스팅한 글 때문이었습니다 

제목이 매우 선정적입니다. “통합진보당은 정신분열증 정당인가!” 하필이면 왜 정신분열증에 빗대었는지 통합진보당 당원들으로서는 매우 기분 나쁘고 짜증 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김 기자로서는 이런 제목을 달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우선 김 기자가 올린 글의 요지를 살펴보도록 하지요 

▲ 좌로부터 창원을에 출마한 진보후보들. 김창근, 박훈, 손석형 @사진. 김주완 김훤주의 지역에서 본 세상

불과 36개월여 전 똑같은 이유로 한나라당 강기윤 의원을 비판하며 당선된 손석형 도의원이 중도사퇴하고 국회의원에 출마한 것은 잘못되었다. 통합진보당은 울산에서도 똑같은 행태를 벌이고 있는데 반대로 순천에서는 현직 시장이 중도사퇴하고 총선에 출마하는 데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 강기윤 의원이 도의원직을 중도사퇴하고 총선에 출마한 것도, 이를 비판하던 통합진보당 손석형 의원이 똑같은 행위를 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가 같은 이유로부터 나온다고 보는 것입니다. 세월이 흐르면 정의와 불의의 구분 따위는 슬며시 잊힌다는 것 

2008년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도의원직을 사퇴한 강기윤 의원을 비난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던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손 의원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실로 궁금한 대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마도 미루어 짐작하건대 지금껏 보아온 이분들이라면 이런 모습 아닐까요? 

침묵이 금이다!”  

이분들이야말로 실로 델리커트한 문제다가 난감한 상황에 대한 심정을 가장 잘 드러내는 표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의 실정에 대해선 날선 비판을 아끼지 않았던 시민사회단체들이 진보정당에 대해선 입을 닫는 것은 비겁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입니다 

그런 점에서 김 기자의 날카로운 비판은 용감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통합진보당 쪽 사람들의 생각은 완전히 다릅니다. 그들은 김 기자를 향해 "진보신당 지지자이거나 당원일지도 모르는 신문기자" 운운하며 원색적으로 공격합니다 

경남도민일보를 절독해야겠다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도무지 이해도 안 될 뿐더러 신문기자들이 불쌍해지기까지 합니다만-사실 이런 행위는 한나라당 정권과 하등 다를 바 없는 행태이긴 하지만 본래 인간이 나약하고 이기적인 존재란 점에서 일견 이해는 됩니다-실로 그 증세가 분열적입니다 

현재 통합진보당에서 어떤 직에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민노당 경남도당 사무처장을 지낸 정철 씨는 김두관 지사의 민주통합당 입당은 비판 안하면서 왜 통합진보당만 가지고 그러느냐며 지켜보겠다고 으름장을 놓기까지 합니다. 페이스북에 올린 그의 글입니다 

경남도민일보 김훤주 기자가 통합진보당을 보고 정신분열운운한다. 현직공직자 출마와 관련해서다. 룰을 공평하게 적용해야 한다. 그래서 김훤주 기자에게 한 가지 부탁하자.
깔려면 공평하게 까라. 김두관 도지사의 무소속 약속 위반과 대선 출마(김두관 도지사는 현직 공직자 아니냐?)에 대해서 준엄하게 비판하라
.
사설로, 혹시 기사로, 혹은 블로그로 비판하라. 그럼 김휜주 기자를 인정한다
.
손석형과 통합진보당은 까도 되고 김두관과 민주통합당은 못 까나? 지켜보겠다.”
  

한마디로 통합진보당을 까려면 먼저 다른 정당 내지 정치인을 깐 연후에 까라는 겁니다. 그러지 않으면 이른바 인정이란 것을 해줄 수 없다는 말인데 거의 협박 수준입니다. 통합진보당과 손석형 의원의 행태를 비판하는데 왜 김두관 지사를 먼저 까야만 하는지에 대해서도 도시 이해불가입니다 

또 설령 김 지사의 행위가 손 의원의 행위를 동렬에 두고 비판할 내용이라 하더라도-그렇게 생각하는 분 설마 없을 테지요?-, 무엇 때문에 김 지사부터 먼저 까고 손 의원을 까야하는지 이해하기가 실로 난해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통합진보당 사람들의 주장에 따르면 순수한(?) 블로거는 괜찮은데 신문기자는 함부로 비판-물론 MB와 한나라당 비판은 괜찮다-을 해선 안 된다는 것인지와 더불어 따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재미있을 것 같지 않습니까 

이렇게 이야기를 풀다보니 시민사회단체들의 "델리커트한 문제"가 실은 그들 스스로 가진 이중적 잣대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MB와 한나라당은 얼마든지 씹을 수 있지만 이른바 진영논리 때문에 통합진보당을 씹기가 참 애매한 것입니다. 애정남이라면 이렇게 말할까요 

통합진보당, 한나라당스런 짓거리를 했지만 참 애매합니다잉~”
도의원 중도사퇴하고 총선 출마한다고 해서 경찰차 출동 안합니다잉
~”
쇠고랑 안찹니다잉
~”
그렇지만 국민들에게 욕먹을 수 있습니다잉
~”
이런 경우에 대비해서 만들어진 말이 있습니다잉~ 한나라당이 하면 불륜이고 통합진보당이 하면 로맨스입니다잉~” 
 

통합진보당 당원이라는 어느 분이 김 기자를 향해 어떻게 한나라당이 개인의 이익을 위해 도의원 중도사퇴 하는 거 하고 통합진보당이 큰 뜻을 위해 도의원 중도사퇴 하는 것을 똑같이 볼 수 있냐?”고 분개하는 부분에선 참으로 사람이 달라도 한참 다르구나 하는 것을 느낍니다 

심지어 어떤 분은 통합진보당은 당원들의 결의를 통해 중도사퇴를 결정한 것이 한나라당과 다르다고 주장하지만 이야말로 김 기자의 통합신당 정신분열증논리를 뒷받침하는 실상이 아닐까요? 하지만 애석하게도 이는 사실관계와 부합하지도 않습니다 

울산의 이은주 시의원은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위에 말한 절차 없이 미리 사퇴해버림으로써 도덕성 논란을 미리 잠재워버렸던 것입니다. 또 순천에서는 창원이나 울산과 달리 정반대의 이유로 싸우고 있습니다. 도대체 통합진보당에겐 무엇이 정의일까요 

김훤주 기자의 특정정당 당적을 문제 삼는 통합진보당 당원도 있습니다만, 이는 그야말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이율배반적 행동에 다름 아니란 것은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어쨌든 문제를 삼으니 아는 한도 내에서 말하자면 이렇습니다 

경남도민일보 기자는 정당원이 될 수 없으므로 그는 현재 특정정당 당원이 아니다. 그리고 이미 진보신당이 분화했고 민주노동당이 사라진 시점에서 그가 어떤 특정정당을 지지하는지도 현재로선 알 수 없다.”  

더불어 저도 커밍아웃을 해야 편하겠군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창당발기인이기도 했고 당원이기도 했던 저는 현재 거의 정치미아 수준입니다. 문성근의 백만민란을 지지하기도 했지만, 차라리 이럴 거면 민주진보당으로 가는 게 옳지 않겠나 생각도 하는 사람입니다 

문성근이 제기한 것처럼 민진당 내 진보블럭도 괜찮겠다, 그런 말씀이지요. 그래서 앞으로 뭐 어떡하겠다는 거냐? 사실상 제가 할 일도 별로 없고 있더라도 하고 싶지도 않지만, 그냥 괜찮은 사람 위주로 좋아하고 지지도 해줄 수 있으면 딱 그 정도만 해 줄 생각입니다 

그런 점에서 말씀드리자면, 손석형 의원도 아주 괜찮은 사람이긴 합니다. 하지만 도의원을 중도사퇴하고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아무리 괜찮은 사람이라도 아닌 것은 아닌 것입니다. 특히 진보정당의 정치인이라면 말입니다. 그래서 어쨌으면 좋겠느냐고요 

과감하게 수건을 던지시는 게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손석형 의원이 그러셔야죠. 통합진보당에서 대신 다른 후보를 단일화 경선후보로 내시든 안 내시든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진보정당이 그동안 주장해왔던 원칙은 지키는 게 도리 아닐까요 

그것만이 통합진보당이 신뢰를 획득하고 손석형 의원이 존경을 받을 수 있는 길 아닌가 합니다

ps; 목포에서 여행 중 잠깐 짬을 내 피씨방에서 글을 올리다가 갱블에 들어가보니 김훤주 기자가 자기 글에 대한 논쟁과 관련하여 공개토론을 하자고 제안했군요.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기회에 진보진영이 취해야 할 태도, 관점, 노선 등에 대해 정리를 해보는 것도 유익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그렇고, 오늘 저녁 문성현 통합민주당 창원위원장님의 출판기념회가 있다던데 시간 내에 도착할 수 있을지... 걱정^^  

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