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을 선거구는 한나라당 텃밭인 경남의 한가운데에서 진보정당 후보가 재선을 이룬 곳이라는 점에서 정치적으로 대단히 의미가 있는 곳이다. 더구나 창원을은 경남의 수도란 점에서 진보정치 1번지일 뿐 아니라 경남의 정치 1번지라고도 할 수 있다.

12월 30일 오후 2시, 세모의 끝자락에 치러진 진보후보들 간의 합동인터뷰는 그래서인지 뜨거웠다. 도의원을 중도사퇴하고 출마한 통합진보당 손석형 후보가 쟁점이었는데 진보신당 김창근 후보와 무소속 박훈 후보는 원칙과 당선가능성 두 가지 면으로 손 후보를 압박하는 모양새였다.

▲ 왼쪽부터 손석형, 김창근, 박훈 후보. 사진=실비단안개

여기에 대한 손 후보의 대응은 이런 것이었다. 우선 김창근 후보와 박훈 후보에 비해 통합진보당 출신인 자신이 한나라당을 상대로 이기는데 훨씬 유리하다는 것. 그는 도의원을 중도사퇴하고 국회의원에 출마하는 자신을 비판하는 여론을 의식해 이런 비유를 들었다고 한다.

“큰 고기는 큰 그물로 잡아야 합니다. 짧은 두레박줄로는 깊은 우물물을 긷지 못하는 법입니다. 과연 누가 이 중차대한 소임을 제대로 수행해 낼 수 있을 것인지 현명한 판단을 기대합니다. 맏며느리가 없으면 그 역할은 둘째며느리가 이어받는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둘째 며느리가 하던 일이 있다고 해서 막내며느리가 맏이 노릇을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자 여기서 큰 그물은 무엇이고 짧은 두레박줄은 무엇일까? 맏며느리가 권영길 의원인 건 알겠는데 둘째며느리는 누구이며 막내며느리는 또 누구일까? “둘째며느리가 하던 일이 있다고 해서”란 표현을 보면 하던 일이 있던 둘째며느리는 바로 자신이란 점을 말하고 싶은 듯하다.

여기에 대해 진보신당 임수태 고문은 “자기만이 큰 그물이고 긴 두레박줄이며 다른 후보들은 고기도 잡을 수 없고 물도 길을 수 없다는 것”이냐며 “자기가 최고라는 자가발전”을 “너무나 한나라당스런”이라는 격한 용어까지 사용하며 비판했다.

게다가 더욱 문제는 며느리들의 서열을 강조하는 하는 듯한 발언이 전근대이라는 것이며 진보정당의 정치인으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말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이런 자가발전은 인터뷰 당일에도 은근하게 드러났는데 “나는 다섯 번이나 한국중공업 노조위원장을 역임했습니다. 김창근 후보도 한 네 번인가 했지만”이라고 말해 자신의 경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태도는 그렇게 올바른 것도 아닐 뿐 아니라 사실과 부합하지도 않는 것이다. 김창근 후보는 서슬 퍼런 전두환 정권 시절이던 85년에 한국중공업에 노조를 설립한 장본인으로 설립위원장을 지냈다가 해고됐다. 이후 90년에 복직해 네 번의 위원장을 더했으니 한국중공업 위원장 경력으로 보자면 김 후보가 선배인 셈이다.

그런데도 굳이 이런 경력들과 현역 도의원이란 점에 더해 며느리서열까지 내세우는 것은 이른바 대세론으로 입지를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합동인터뷰 때 좀 더 보충질문을 할 시간이 주어졌다면 이렇게 물어보고 싶었다.

“권영길 의원의 불출마선언이나 문성현 민노당 전 대표가 창원을을 포기하고 창원갑 출마를 선언한 것은 모두 진보대통합을 위해서였습니다. 비록 진보대통합이 실현되지는 못했지만 손 후보가 다시 한 번 통 큰 양보로 대단결의 불씨를 살릴 용의는 없습니까?”

손석형 후보의 며느리론을 들먹이자면 누가 보더라도 사실상 창원에서 둘째며느리는 문성현 민노당 전 대표(현 통합진보당 창원시당위원장)가 아닐까? 그렇게 본다면 모든 후보들은 이 시간부로 즉각 사퇴하고 둘째며느리가 맏며느리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하는 것 아닐까?

하지만 문성현 전 대표는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고 창원갑 지역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이 결단을 진보대통합의 제단에 바치겠다고 했으며 진보신당과 함께 투트랙 전략으로 양쪽에서 모두 승리할 수 있는 기틀을 만들기를 바랐을 것이다.

물론 진보대통합이 물 건너갔으므로 통 큰 양보를 꼭 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손 후보의 주장처럼 반드시 이기기 위해선 오히려 도의원 중도사퇴라는 흠결이 있는 자신보다 다른 후보들에게 통 크게 양보해서 권영길 의원이나 문성현 전 대표의 바람을 이루는 것이 맞지 않을까?

2000년 이후 지난 세 번의 선거를 기억해보자. 창원의 노동자들이 총결집해서 달려들었는데도 근소한 차이로 한나라당을 이겼을 뿐이며 2000년에는 근소한 차이로 진 경험도 갖고 있다. 창원을과 창원갑이 동시에 진보정당 후보를 당선시키는 역사적 쾌거를 바란다면 통합진보당과 진보신당을 비롯한 지역사회가 총결집하는 방향으로 틀을 짜야만 할 것이다.

손석형 후보의 큰 그물, 긴 두레박줄 표현이나 며느리론에는 통합진보당이 이 지역에서 갖는 위상에 대한 자신감 같은 것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두 알다시피 노동계는 51:49로 두 진보정당의 친소그룹으로 쪼개져있다. 게다가 통합진보당의 지지율 전망도 그리 밝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통합진보당 지지율이 12월 초 통합대회를 열었을 때만 해도 두 자리 수(10%에서 많게는 14%가 나온 여론조사도 있었다)를 기록하며 이른바 기염을 토하더니 그 이후 추락을 거듭해 3%로 내려앉았다가 심지어 한국일보-한국리서치 조사에 의하면 진보신당보다도 0.4%가 뒤지는 1.5%까지 떨어졌다.

원인은 따져보아야겠지만 진보통합이 큰 감동을 주지 못한데다 뒤에 출범한 민주통합당이 보다 과감하게 좌클릭 한데 반해 통합진보당은 오히려 반대로 우회전 정책을 씀으로써 기존 지지층들의 이탈현상이 일어난 것 아니냐는 관측들이 나오고 있다.

▲ 블로그 합동인터뷰 모습. 사진=경남도민일보 김구연 기자

손 후보는 20석 달성으로 교섭단체를 구성하겠다는 통합진보당의 청사진을 말하지만 앞에서 보았듯이 그리 녹록한 비전이 아닌 것이다. 손 후보 주장의 이면에는 “보다 큰 정당인 통합민주당 후보가 진보단일후보가 되는 게 맞지 않느냐”는 계산도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런 주장은 진보정당의 후보가 내세울 명분이 못된다. 진보정당이 지금까지 취해온 스탠스는 독자노선이었다. 야권단일화, 비판적 지지에 맞서 독자적인 후보를 발굴하고 출마시켰으며 그 성과를 바탕으로 오늘날 진보정당들이 탄생한 것이다.

한발 물러서서 손 후보의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통합진보당 후보 역시 보다 큰 정당인 민주통합당에 양보해야할 것이다. 손 후보의 논리에 따르면 민주통합당은 통합진보당보다 훨씬 더 큰 정당이며 따라서 더 큰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앞에 했던 질문을 다시 한 번 나누는 것으로 이글을 마치고자 한다. “손석형 후보님. 진보정치 1번지의 수성을 위해 통 큰 양보를 하실 의향은 없으신지요? 손 후보가 양보만 하면 모든 장애물이 제거되어 후보단일화 일정이 손쉽게 진행될 것 같습니다만.”

그러나 무엇보다 더 큰 것은 이것이다. 창원을과 창원갑이 투트랙으로 비상할 수 있다는 것.

※ 다음 글에서는 김창근 후보와 박훈 후보에게 손석형 후보가 원칙에 어긋나는 흠결이 있더라도 이해하고 단일화 경선에 합의해 그 결정에 승복할 용의가 없는지 묻는 글을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