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봉고등학교, 공교육이 가야할 길을 찾는다
사진= 백인닷컴 김주완 기자
얼마 전에 독일에서 살고 있는 교포 한 분이 한국을 다녀갔다. 그녀는 유명한 블로거다. 독일에 살면서 경험한 독일 교육 현실을 한국에 소개하는 것이 그녀가 운영하는 블로그가 하는 일이었다. 반응은 매우 폭발적이었다. 책도 냈다. 제목이 <꼴찌도 행복한 교실>.
무터킨더라는 필명을 가진 이 유명한 블로거가 한국에 온 이유는 태봉고등학교를 방문하기 위해서였다. 그녀는 무엇 때문에 저 먼 독일에서 한국의 자그마한 시골, 마산시 진동면 태봉마을에 있는 이제 겨우 한 하급의 학생만을 가진 아담한 고등학교에까지 오게 된 것일까?
사진= 백인닷컴 대표 김주완 기자
태봉고등학교는 경남교육청이 공교육의 대안모델로 선택한 학교다. 2008년 3월 특성화고교설립계획을 확정한 뒤 그해 6월과 10월 두 차례 공청회를 거쳐 확정된 모형이 태봉고등학교다. 그리고 2010년 3월 개교했다. 그 학교에 독일에 살고 있는 유명한 블로거가 온 것이다. 물론 학교설립주체의 한분인 김용택 선생님의 초대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그녀가 움직인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태봉고등학교가 한국 공교육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최소한 독일의 선진교육을 지켜본 무터킨더는 그래 생각했을 것이다. 그녀는 한국의 교육 현실이 바뀌지 않고서는 한국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한국의 교육은 창의성을 상실한 규격화된 인간을 만들어내는 공장에 불과하다는 것은 사실 약간의 의식만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럼 태봉고등학교란 대체 어떤 학교일까? 태봉고등학교는 ‘학교를 넘어선 학교’라는 한마디로 자신을 소개한다. ‘사랑과 배움의 공동체’가 태봉고등학교가 꿈꾸는 미래의 모습이다. 개교식의 마지막 순서는 학교를 넘어선 학교, 사랑과 배움의 공동체를 어떻게 만들겠다는 것인지 그 각오를 보여주는 확실한 장면이었다. 선생님들이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는 세족례가 열렸던 것이다.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면서 선생님들은 무슨 생각들을 하셨을까? 또 자기 발을 씻겨주는 선생님들의 손을 보면서 학생들은 무슨 생각들을 했을까? 순간 스승과 제자 사이에 믿음과 사랑이 물결처럼 흐르지 않았을까? ‘미래로부터의 반란’을 위해 나 먼저 ‘익숙한 것으로부터의 결별’을 선언하겠다는 여태전 초대 교장은 인사말을 통해 “공교육의 새로운 창을 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고 한다. 독일에서 날아온 무터킨더가 갖는 기대도 바로 그런 것일 것이다. “교육이란 바로 이래야 한다. 그 모범을 보여 다오.”
한국 교육의 미래가 다름 아닌 우리 고장 진동면 태봉리에서 그 위대한 역사를 다지고 있다는 사실이 더없이 기쁘고 흐뭇하다. 태봉고등학교의 교육철학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글자 한자 한자에 희망찬 나라의 미래가 보이는듯하다. 실로 아름다운 글귀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