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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이야기

드라마 전우로 생각해보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전시작전통제권? 
당연히 우리나라 대통령 관할에 있는 거 아냐?  

요즘 전시작전통제권이란 말이 자주 들립니다. 사실 일반인들이야 이 말이 무슨 말인가 했을 겁니다. 전지작전통제
권(이하 '전작권')? 그거야 당연히 국군 통수권자인 대한민국 대통령의 관할 아래 있는 거 아녀? 이렇게 생각하는 분이 많았을 겁니다. 저도 당연히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아니라는군요. 전작권은 미군이 가지고 있는 모양입니다. 이렇게 된 것은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그해 7월 14일 이승만 대통령이 맥아더 장군에게 작전지휘(통제)을 이양한다는 서한을 보내면서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정전 후 UN사령부로 넘어갔던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은 다시 1978년 창설된 한미연합사로 넘어갔습니다. 

작전통제권(작통권)은 평시작통권과 전시작통권(전작권)으로 나뉘는데 평시작통권은 노태우 정권 때 이양협상을 시작하여 1992년 평시작통권 이양에 합의하고 1994년 12월 1일부로 한국 합참의장에게 환수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전시에 대한 작전통제권은 한미연합사령관이 그대로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글쎄요, 전작권이 빠진 평시작전통제권이란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적이 우리를 향해 총을 쏘며 달려드는데 "어떻게 할까요?" 하고 물어보고 뭔가를 해야 하는 그런 황당한 시츄에이션이 연상되는군요. 과거엔 어땠을지 몰라도 냉전이 와해된 현재의 정세에서 미군의 대응이란 과연 어떤 것일까, 그것도 알 수 없는 일이고요.  


아무튼 제가 무슨 군사전문가도 아니고… 더 이상 생각하지 않으려 했습니다만, <전우>라는 드라마를 보다가 문득 다시 전작권에 대해 생각이 미쳤던 것입니다. <전우>는 제가 초등학교 때 즐겨 보던 드라마였습니다. 그때는 <전우>, <타잔>, <소머즈> 이런 거 안 보면 동무들과 대화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중 <전우>가 최고였죠. 

21세기에 만든 전우, 기술은 발달했지만 생각은 그대로

주인공이 라시찬이었는데, 그 이름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걸 보면 <전우>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으실 겁니다. 그런데 21세기판 <전우>는 별로 재미가 없습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때보다 제작기술도 훨씬 발달했고 돈도 많이 들였을 텐데 너무 재미가 없더군요. 전쟁놀이도 한때의 유행이라 그런 것일까요?


게다가 <전우>는 70년대의 반공드라마, <배달의 기수>를 연속극으로 만들었던 그 시대의 <전우>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조금 세련되긴 했지만 여전했습니다. 이현중 중사는 너무나 훌륭한 선임하삽니다. 그는 자기 목숨도 돌보지 않고 부하들을 구하기 위해 전력을 다합니다. 그의 분대원 모두가 그렇습니다. 모범적인 전우들입니다. 

똑같은 시간 이현중 중사의 전쟁 전 애인이었던 인민군 소위 이수경, 그녀는 후퇴하는 유엔군과 국군의 뒤를 쫓아 남하하는 중공군 사령관으로부터 특별한 명령을 받았습니다. 독전대. 독전대란 전방에서 탈영해 뒤로 도망치는 아군을 죽이는 것이 역할입니다. 죽이는 자나 죽는 자나 비참한 일이지요.

세련되긴 했지만, 1975년의 <전우>에서 한 치도 나가지 못했다는 걸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국군과 미군이 저질렀던 민간인 학살도 함께 다루었다면 모르겠지만, 한쪽은 탈영하는 자기 편을 향해 총을 쏘고 다른 한쪽은 부상당한 전우를 살리기 위해 목숨마저 돌보지 않는 그런 설정이 얼마나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요. 그러고서 7~80년대의 <전우>나 <배달의 기수>와 다르다고 말한다면 누가 그 말을 곧이 듣겠습니까.   

그런데 말입니다. 독전대를 지휘하는 이수경 소위는 원래 인민군 대위로 정치군관이었습니다. 뭐 물론 드라마상의 설정이긴 하지만, 중공군에 생포된 박웅 국군 13사단장의 취조와 감시 임무를 맡았다가 그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중공군 사령관에게 호된 질책을 받은 이수경 대위는 그 자리에서 소위로 강등돼 최전선 소총수부대로 쫓겨 갑니다.  


군권을 남의 나라에 맡긴 군대, 그런 걸 괴뢰군이라 배우지 않았나?   

그 장면을 보다가 헛웃음이 나오고 말았는데, 중공군과 인민군이 막 뒤섞여 붉은 깃발을 들고 돌격하는 장면도 어이가 없었지만 이건 너무 한다 싶었습니다. 아무리 국군과 유엔군의 공세에 사면초가에 몰린 인민군이라지만 그래도 한 나라의 군관에게 타국의 군 지휘관이(아무리 지원군 사령관이라 하더라도) 린치를 하고 계급을 함부로 강등시키고 배속을 바꾸는 짓을 할 수 있을까요? 

그러고 보니 이거야말로 바로 작전지휘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야 뭐 겨우 육군 병장 출신이라 기라면 기고 쏘라면 쏘는 것만 배웠지 작전 따위에 대해선 아는 바도 들은 바도 없습니다만, 그러나 곰곰 생각해보니 이런 게 바로 작전지휘권 아닐까 싶군요. 그렇다면 김일성이도 이승만처럼 작전지휘권을 중공군에게 넘겼던 것일까요? 그래서 우리가 어릴 때 북한군을 괴뢰군이라고 불렀던 모양입니다.

어쨌든 <전우>를 보면서 드는 생각은 작전지휘권 그거 절대 남의 나라에 주어서는 안 되는 것이로구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고양이가 아무리 쥐를 잡아주는 은혜로운 동물이기로서니 생선가게의 통제권까지 넘겨주어서는 곤란한 일 아니겠는가 말입니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도 작전지휘권을 쥔 명나라 도독에게 곤욕을 치루었다고 하지요. 그런데 현대판 이완용도 아니고 어째서 국권을 남의 나라에 넘겨주려 하는 것일까요?

국제 관계에서 군권은 국권의 대부분 아니던가요? 이 정도만 하죠. 일제의 조선 통치가 미개한 조선을 근대화시켰다고 주장하는 뉴라이트도 버젓이 활보하는 세상인데 뭐, 그깟 전시작전통제권인지 뭔지 좀 넘겨줬다고 무슨 대수겠습니까? 그나저나 KBS가 야심차게 만든 6·25전쟁 60주년 기획특집 <전우>, 너무 재미가 없습니다. 어떤 분은 드라마계의 레전드 최수종이 나와서 참 좋다고 하시던데, 그래도 재미가 없는 건 없습니다.

최수종이 그렇게 열연을 해도 재미가 하나도 없는 전쟁 드라마, 원인이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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