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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이야기

부처님오신날 절에서 거부한 지율스님 낙동강사진전

성흥사에서 거부한 사진전, 덕분에 시원한 계곡 옆 공원에서 열다 

한여름 날씨였습니다. 바로 엊그제까지만 해도 "무슨 봄 날씨가 이래?" 하면서 쌀쌀한 이상기온을 탓했는데, 갑자기 또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니 그 변덕에 어리둥절할 뿐입니다. 성흥사 입구 계곡에 도착했을 때, 계곡 옆 쉼터(공원이라고 해야 할)에는 아이들이 물장구를 치며 놀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에겐 이 뜨거운 날씨가 마냥 행복한 모양입니다.

▲ 물놀이 하고 있는 아이들과 사진전을 감상하는 어른들이 묘하게 어울린다. 사진=달그리메


"낙동강 사진전, 허락받고 합시다"

원래 계획은 성흥사(진해 웅동) 주차장에 지율스님이 찍은 낙동강 사진을 전시하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계획이 수정되어 성흥사까지 올라가지는 못하고 절 못 미쳐 계곡 옆 공원에 사진을 전시하게 되었습니다. 부처님 오신 날이라 신도들이 많이 올 걸로 예상하고 계획을 세운 것이었지만, 틀어졌습니다. 실제로 보니 신도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이 오더군요.

전말은 이렇습니다. 첫 번째 낙동강 사진전에서 약간의 트러블이 있었습니다. 내서 삼풍대 공원에서 미리 행사를 하고 있던 측에서 자기들에게 허락을 안 받았다고 트집을 잡았기 때문입니다. 그분들도 정부의 4대강사업에는 반대한다고 했지만, 자기들 행사장 옆에서 이렇게 사진전을 허락 없이 여는 것은 용인할 수 없으니 당장 철거하라고 했습니다.

어떤 분은 "지금부터 허락할 테니 이 시점 이전에 전시한 사진들은 전부 걷어라. 그리고 새로 깔아라" 하고 말했지만, 너무 치욕적이란 생각 때문에 그리 할 수도 없었습니다. 만약 그리 했다면 얼마나 우스운 꼴이 되었겠습니까? 아무튼 첫 번째 전시회에서 벌어진 이 사건으로 인해 사진전시회 참여회원 중의 한 분인 실비단안개는 이렇게 말했는데, 일리 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앞으로는 이런 일 할 때 허락 받고 해요. 허락을 받는 게 맞고 서로 편하지요"

그리하여 실비단안개는 성흥사에 사진전 허락을 받기 위해 주지스님을 만나러 갔던 것입니다. "저, 사진전을 좀 열고 싶은데요. 경내는 아니고 주차장에서요." "무슨 사진전인데요?" "네, 지율스님이 찍은 낙동강 사진입니다." "아, 지율스님이요? 그럼 당연히 해야지요. 그런데 지율스님이 어떤 분이시더라?" 여기까지는 매우 우호적이었습니다. 그러나 다음 순간 스님의 아미는 일그러지고 말았다지요.

"정부가 못하게 할 땐 다 이유가 있는 거죠"

▲ 바람에 넘어진 사진을 일으켜 세우느라 바쁜 낙사모(낙동강사진전시모임) 회원 달그리메.


실비단안개는 그만 너무 기분이 좋았던 모양입니다. 스님이 순순히 허락했으니까요. 그래서 지율스님에 대해 너무도 자세히, 신이 나서, 천성산에서부터 낙동강까지 시시콜콜 다 설명했던 것입니다. 스님은 안색이 변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라에서 공사를 하겠다고 할 때는 다 이유가 있는 법입니다. 사진전을 못하게 하는 것도 이유가 있는 것이지요."

그러면서 큰스님과 상의해서 연락드릴 테니 그만 돌아가 기다리라고 했답니다. 그때 실비단안개의 마음이 어땠을까요? 처음부터 안 돼 했으면 좋았을 걸 잘 나가다가 이게 무슨 꼴이란 말입니까. 아무튼 그렇게 해서 사진전은 성흥사 주차장 대신 그 아래 계곡 옆 공원에서 열리게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사진전시회는 달그리메, 실비단안개, 두 분 블로거의 말씀처럼 폼이 나기는 났습니다.

그러나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성흥사 주차장에 전시회를 열었다면 훨씬 많은 사람들이 지율스님의 사진을 볼 수 있었을 것입니다. 사진전시회에 반대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찬성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초파일에 부처님을 뵈러 오는 사람들이라면 거의 대부분 사진전시회를 응원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왜냐하면, 자연을 지키는 것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 성흥사로 올라가는 차량행렬


파리도 잡지 말라는 것이 불교의 가르침 아니겠습니까? 혹시 파리채를 들고 계신 스님 보신 분 계시나요? 낙동강을 파헤치면 파리 정도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생명체들이 죽어나자빠져야 할까요? 이미 한강 쪽에서는 수만 마리의 물고기가 폐사된 채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므로 조계종단이 4대강사업에 반대하는 성명을 낸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종교가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까닭은 창조질서에 위배되기 때문

천주교나 개신교단이 4대강사업에 반대하는 것도 마찬가집니다. 4대강사업은 하느님의 섭리를 거스르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신이 창조한 자연을 인간의 힘으로 파괴하는 몹쓸 짓이기 때문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교회 장로이면서 신의 창조사업을 부정하는 짓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이러니지요. 그러면서도 매번 교회에 나가 기도를 한다는 것은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일입니까.

이날 성흥사에는 지역의 유지들, 유력한 정치인들도 많이 왔을 것입니다. 실제로 스님도 그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국회의원도 오시고…, 그러면서 그러니 안 된다고 말입니다.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절의 스님들은 부처님을 모시는 게 아니라 유력한 신도들을 모시는 게 아닐까? 사진전시회를 하는 중간에 절에 올라가 보았더니 입구에선 잡상인들이 아무 제지없이 마음껏 장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 사진 앞에 앉아 한참을 들여다 보고 있는 시민도 있다. 사진=달그리메


어쨌든 실비단안개의 사려 깊고 따스한 마음 덕분으로 따가운 햇살 내리쪼이는 성흥사 주차장이 아니라 시원한 계곡물이 흐르는 공원에서 우거진 녹음 사이를 헤집고 다니는 바람을 친구 삼아 사진전시회를 열수 있었다는 것은 매우 즐거운 일이었습니다. 시원한 물과 상큼한 바람과 하늘에 떠가는 구름 아래에서 사진을 보는 사람들의 반응도 매우 좋았습니다.

"아니 이게 뭐야, 이러면 안 되지." "아니 이렇게 아름다운 강이 이렇게 되고 있단 말이지?" "이기 뭐꼬, 돈 들이 갖고 벨 짓을 다 한다." 어떤 여자분은 10분 이상을 한 사진 앞에서 떠나지 못하고 탄식을 했습니다. "아이고, 저게 상주 아닙니까? 내 고향인데, 어쩌다 저렇게 돼 버렸을꼬? 백사장이 다 없어졌네요. 모래사장이 참 좋은 곳인데, 저기서 좀만 내려가면 경천대 아닙니까? 거기는 어떻게 되지요?"

"어머나, 내 고향 상주 경천대가 없어지다니요"

▲ 시원한 나무그늘이 사진을 감상하기에 더없이 좋았다. 사진=달그리메


경천대는 낙동강 제1경으로 꼽히는 곳입니다. 상주시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가장 아끼는 곳으로 제일 먼저 볼 수 있는 곳입니다. 그러나 거기도 없어지고 말 것이란 저의 설명에 그녀는 크게 낙담했습니다. "내성천 의성포(지금은 회룡포라 부름)도 위험하다고 하지요. 저는 그 근방이 고향입니다." 그러자 그녀는 더욱 놀라운 듯 눈이 동그래졌습니다. "어머나, 의성포도요?"

그들과 대화하며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만약 이 사진들이 뜨거운 성흥사 주차장에 널려있었다면 사람들의 반응이 어땠을까? 사람들은 따가운 햇살을 피하느라 사진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부랴부랴 절 경내로 들어가지 않았을까? 복잡한 주차장에서 자리 잡기에 지친 사람들의 눈에 사진들이 들어오기나 했을까? 그리 생각하니 달그리메의 표현처럼 전화위복이 맞겠다 싶습니다.

실비단안개는 이곳에 사진을 펼치기 전에 성흥사로 올라가는 도로를 무단점거하고 양파를 팔고 있는 노점상 아저씨에게 "저 위 쉼터에다 사진 전시해도 될까요?" 하고 허락을 구해 저를 웃겼습니다. 그 아저씨는 그렇게 묻는 실비단안개에게 마치 주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네, 네, 해도 되죠." 해서 저를 더 재미있게 했습니다. 두 분은 원래 잘 아는 사이였을까요? 무척 친한 듯 보였습니다.  

그렇게 그날 낙동강 사진전은 시원한 나무그늘 아래에서 만만디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