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신데렐라 언니', 급격한 갈등과 변화 예고
신데렐라 언니 7부는 급격한 변전들이 바닥을 뒤흔드는 그런 회였습니다. 마지막에 구대성이 쓰러졌다는 소식은 대성참도가 뿐만 아니라 신데렐라 언니 전체가 위기를 맞았다는 뜻이지요. 비록 지금까지는 갈등이 내재돼 있었다 하더라도 겉으로는 평온을 유지했었는데, 이제 본격적으로 갈등이 표출될 것이란 신호탄이지요.
계모 강숙의 본심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효선과 구대성
효선은 이미 오래전부터, 아니 어쩌면 처음부터 계모 강숙의 본심을 알고 있었습니다. 다만 자기가 얻을 수 없었던 것에 대한 욕심 때문에, 혹은 그리움 때문에 모른 척 하고 있었을 뿐이죠. 강숙이 대성을 움직여 은조에게 도가 공장 일을 맡기고 자기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바보로 만들려고 한다는 걸 효선은 엿보았었지요.
그런데 어제 7부에서는 효선이 아버지도 이미 오래전부터 강숙의 본심을 알고 있었다는 고백이 나와 충격이었습니다. 세상에, 효선 아버지 같은 사람이 또 있을 수 있을까요? 진짜 신데렐라의 아버지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죠. 그러나 사실 신데렐라의 아버지와 효선 아버지를 비교하는 건 무리란 생각도 든답니다.
동화 속 신데렐라 아버지는 일 밖에 모르거나 신데렐라 계모의 치마폭에 싸인 바보 같은 존재였죠. 신데렐라가 어떤 고통을 당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그러고 보면 신데렐라도 바보이긴 마찬가지여요. 그녀는 자신을 위해 스스로 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죠. 그저 운명적인 왕자님을 기다릴 뿐이에요.
그러나 아무튼 효선의 아버지는 분명 신데렐라 아버지와는 달랐습니다. 그는 모든 걸 꿰뚫고 있었습니다. 다만 그의 진심이, 은조 엄마를 향한 사랑, 은조를 보살펴야겠다는 마음이 새로운 가족의 위선을 감추어주고 있었던 것이지요. 그러나 그걸 직접 확인한 순간 받은 충격은 엄청났던 것 같아요.
역시 그도 사람이기 때문이죠. 아마도 어쩌면 구대성이 쓰러지게 된 데에는 대성참도가의 위기보다 진심으로 사랑하는 여자의 "그래, 뜯어먹을 게 많아서 산다"는 말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답니다. 돌아서 휘청거리며 걸어가는 그의 등짝을 타고 흘러내리는 절망감이 그걸 말해주고 있었어요.
사연 없는 사람 없는 신언니 속 인물들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사연들 하나씩은 다 가지고 있습니다. 구대성은 아주 헌신적인 사람이죠. 그의 딸 효선도 그를 닮아 사랑을 베풀길 좋아합니다. 그러나 효선은 사랑하면 모든 것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환상을 갖고 있는 듯이 보이죠. 결국 그런 자신의 아픈 치부를 가장 신뢰하는 기훈이 건드리게 됩니다.
"넌 은조에게 아무것도 뺏긴 게 없어. 너는 스스로의 힘으로 가진 것도, 가지려고 노력한 것도 없기 때문에 빼앗길 것도 없는 거야."
기훈은 왜 그랬을까요? 진심으로 효선을 걱정해서 그랬을까요? 저로서는 도무지 알 수가 없더군요. 은조를 향한 일편단심만 보여주던 기훈이 갑자기 효선을 향해 마음을 여는 듯한 태도를 보이니 말이죠. 아니면 다른 생각이 있는 것일까요? 쌀쌀맞은 기훈의 태도는 오히려 효선에게 자극을 주어 자립심을 키워주려는 의도로 보이긴 했습니다만.
어쨌든 효선은 기훈의 말에 충격을 받아 도가 일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스스로 일어서겠다는 노력이 가상해보일 정도로 그녀의 의지는 대단해보입니다. 여기에 기훈이 조금씩 도움을 주기 시작하죠. 그런 기훈의 모습은 과연 진심일까요?
8년 만에 나타난 기훈의 태도는 정말 종잡을 수 없어요. 8년 전의 기훈은 참으로 신실한 사람이었죠. "은조야!" 하고 부르던 기훈은 은조에게 실로 든든한 울타리였어요. 그런데 지금의 기훈이 그때의 기훈과 같을까요? 알 수가 없군요. 어쩐지 그의 이중적인 모습이 자꾸 보이니 말이에요.
그러나 역시 누구보다 가장 많은 사연을 간직한 사람은 은조 엄마에요. 그녀의 인생은 실로 파란만장했죠. 그녀가 사랑했던 남자가 있었을까요? 제가 보기엔 그녀는 한 번도 누구를 사랑해본 적이 없는 여자 같아요. 오로지 살기 위한 방편으로 남자를 선택했던 여자, 수많은 남자를 거쳐야 했던 여자, 이보다 더 슬픈 일이 있을까요?
신언니에서 가장 사연이 많은 여자, 송강숙
이 드라마에서 가장 현실적인 캐릭터는 은조 엄마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그녀의 삶은 리얼해 보였답니다. 아이를 살리기 위해 쓰레기통을 뒤지는, 나중에 얻게 될 복통의 고통을 알면서도 우선은 먹어야 산다는 절박감, 그것이 그녀의 인생이었지요.
그러므로 그녀가 악녀인 것을 알면서도 정작 그녀를 향해 돌을 던질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아 보이는군요. 누구나 아름다운 동화의 이면에 숨어있는 삶의 고통을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죠. 그런 엄마 밑에서 자란 은조는 누구의 사랑을 받거나 주는 일에 너무 서툽니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마음은 타인을 향해 날카로운 발톱부터 먼저 세우는데 익숙해 있습니다. 은조의 곁에서 늘 따뜻하게 안아주는 효선 아버지의 노력으로 은조의 마음도 서서히 열리기 시작하죠. 그러나 은조가 처음으로 기대고 싶은 마음이 일었던 사람은 기훈이었지요.
이 드라마에서 기훈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백마 탄 왕자님?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었지만, 갈수록 그의 정체가 궁금해지는군요. 지금으로선 기훈이 왕자가 되는 스토리는 포기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왕자가 이렇게 오락가락해서야 안 되지요. 이중적인 성격을 보여서도 안 되고요.
늘 일관된 따스하고 포근한 마지막 안식처, 목표요 결과가 왕자여야만 아름다운 동화가 되겠지만, 기훈은 은조 이상으로 갈등하는 사람이란 말이죠. 그럼 진짜 은조의 왕자는 혹시 정우가 아닐까요? 그럴 수도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그에겐 백마가 안 보이니 그것도 알 수 없네요.
동화 속 왕자님은 누구일까, 기훈? 정우?
아직은 정우는 그저 은조에 대한 변하지 않는 집착만 있을 뿐이에요. 그게 사랑일까요? 글쎄요. 알 수가 없네요. 사랑은 집착이 아니라고 배웠는데, 아직 정우에게선 집착만 보이니. 모르죠. 차차 은조의 행복을 위해 자기 사랑마저도 포기하는 정우의 모습을 보게 될지. 그럼 그는 진짜 왕자가 되는 거죠.
쓰다 보니 뭘 썼는지 잘 모르겠군요. 그만큼 신데렐라 언니에 나오는 인물들의 성격이 복잡하고 다단하다는 뜻이겠지요. 사연 없는 인물이 하나도 없고, 모두들 이중적인 성향을 내포하고 있어요. 특히 은조와 효선, 기훈이 어떻게 변해갈지가 키포인트가 되겠네요.
아무튼 저는 구대성이 이미 처음부터 강숙의 본심을 알고 있었다는 대목에서 실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답니다. 휘청거리며 걸어가는 그의 뒷모습이 측은하기도 했지만, 한편 "오, 저런 사람이 세상에 있을 수 있을까!" 하는 감탄을 아니 할 수 없었죠. 그는 마치 성인처럼 보였어요.
하긴 세상엔 저렇게 훌륭한 인품들이 즐비한데 그런 인격이 있는 것조차 의심하는 제가 문제인 거죠. 그렇겠죠. 어쨌거나 동화 속 왕자님은 누가 될지 그게 궁금하네요. 기훈? 정우? 그러나 그들은 아직 왕자가 되기엔 바퀴 한 짝씩을 잃어버린 수레 같아요.
마찬가지로 왕자님의 품에 안길 신데렐라도 누가 될지 아직은 미지수군요. 신데렐라가 진짜 신데렐라인지, 아니면 신데렐라 언니가 진짜 신데렐라인지…, 또는 어쩌면 은조와 효선이가 함께 신데렐라가 되는 해피엔딩이 될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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