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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4.19혁명 50주년 드라마 '누나의 3월', 꼭 보자

'누나의 3월', 영화보다 더 멋진 2시간짜리 드라마

오늘 밤 10시 40분, 마산 mbc에서 제작한 <누나의 3월>이 전국 방송됩니다. 저는 이미 시사회를 통해 이 드라마를 보았습니다. 지방 방송사에서 만든 드라마라고 하기엔 너무나 멋진 작품이었습니다. 마치 한 편의 잘 만들어진 영화를 보는 듯했습니다. 아니 영화보다 더 멋진 영화였습니다.



3.15는 마산에서 이승만 정권의 3.15부정선거에 항의해 일어났던 민주화투쟁이었습니다. 이 투쟁의 과정에서 김주열 열사가 머리에 최루탄이 박힌 채 죽음을 맞았으며 그 시신은 마산 앞바다에 버려졌습니다. 그리고 4월 11일, 김주열 열사의 시신은 다시 마산 앞바다에 떠올랐습니다.

1960년 4월 11일을 기해 마산 시민들은 다시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이 투쟁은 전국으로 확대되었으며 마침내 4.19혁명의 불길로 치솟았습니다. 바로 내일이 4.19혁명 50주년 기념일입니다. <누나의 3월>은 바로 그 시대를 살았던 이름 없는 사람들의 이야깁니다. 다방레지, 구둣방 소년들, 넝마주이, 그리고 학생들.

<누나의 3월>은 3.15의거나 4.19혁명의 주역들의 영화는 아닙니다. 그러나 사실은 주역들보다 더 주역인 민초들을 다룬 영화입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모든 투쟁의 주역들은 사실은 이름이 없습니다. 10.18부마항쟁을 시작한 사람들도 사실은 이름 없는 학생들이요, 거리의 노동자들이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주역들도 진실을 말하자면 진짜 주역들인 대중이 만들어놓은 투쟁의 현장에서 앞세워진 사람들이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요즘 희한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과거에 민주화투쟁의 대상이었음직한 사람들이 3.15의거, 10.18항쟁 등의 기념식에서 마치 주역처럼 행세합니다.

기념사를 하기 위해 기념식장 맨 앞줄에 앉아 기념사를 하기 위해 기다리는 그들의 모습에 진짜 투쟁의 주역들은 기념식장을 외면하고 창동, 오동동의 막걸리집으로 향한다고 합니다. 완전히 주객이 전도되었다고나 할까요. 그래서 3.15의 주역들이 따로 모여 김주열 열사 장례식을 50년 만에 치르기도 했지요.

얼마 전, 백인닷컴 김주완 기자의 기사에 의하면, 마산시청이 발간하는 시보에서 3.15의거 50주년을 언급하며 김주열 열사에 대해 "구경하다가 희생당했다"는 모욕적인 문구를 발견했다는 것입니다. 이에 김주열열사추모사업회(마산대표; 백남해 신부, 남원대표; 김영철, 김주열열사장례위원장; 김영만)가 마산부시장에게 수정할 용의가 없냐고 항의하자 "그럴 용의가 없다"는 대답만 들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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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현실입니다. 그들은 마치 주역인 것처럼 맨 앞자리에 앉아 3.15의거를 기념하면서도 정작 3.15 투쟁의 정신은 부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들은 3.15의 주역이었던 다방레지, 구둣방 소년들, 넝마주이, 이름 없는 학생들을 부정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그들의 입에서 "김주열 열사가 구경하다가 희생당했다"는 따위의 말이 튀어나왔을 것입니다.

오늘 밤, 4.19혁명 50주년을 맞아 그 도화선이 됐던 3.15의거 현장을 재현하는 영화 <누나의 3월>이 방영됩니다. 드라마지만 영화보다 더 멋진 영화입니다. 재미도 있습니다. 재미로 말하자면 이 드라마보다 더 재미있는 영화는 잘 없으리라고 보증합니다. <화려한 휴가>보다 더 재미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드라마를 꼭 보리라고 생각합니다. 내일이 4.19혁명 50주년 기념일이므로 특히 많은 사람들이 감동을 갖고 이 드라마를 보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궁금한 게 있습니다. 높으신 분들, 공무원들, 마치 주역처럼 맨 앞줄에 앉아 기념사를 하시는 분들도 이 드라마를 볼지…. 

저는 그들이 꼭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고서도 기념식장의 맨 앞줄에 앉아 기념사를 기다리는 것을 부끄러워 하지 않을 자신이 있을지, 그게 궁금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