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예

'신언니' 은조 모녀는 공범, 피는 물보다 진하다

은조는 갈등하는 신데렐라 언니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말은 거의 진실입니다. 아니 '거의'라는 수식어는 사실 불필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거의'가 아니라 '완벽'하게 진실이죠. 피보다 진한 것이 세상에 또 있을까요. 부모는 자식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습니다. 자식도 마찬가집니다. 부모의 마음에 미치지는 못해도 그 끈끈한 정은 그에 못지 않습니다. 


신데렐라 계모 강숙의 의도, 대성참도가를 먹는 것

"너 업고 쓰레기통도 뒤졌어. 더러운 거라도 안 먹이는 거 보단 나을 거 같아서. 뒤져 먹이고 너 탈났을 때, 밤새 열 오르고, 네 눈동자 저 뒤로 까무렁 넘어가 흰자만 번득일 때, 하느님 아버지, 부처님, 신령님, 내 새끼 죽이기만 해보라고, 내가 가만 놔둘 줄 아느냐고, 하늘이고 나발이고 간에 한입에 꿀꺽 삼켜 잘근잘근 씹어주겠노라고, 사람으로 품위 지키며 살긴 그날밤으로 포기했어."

"내가 누군 줄 알아? 하느님 부처님하고 맞장 떠 이긴 년이야, 내가. 너 하나 살리려고." 강숙의 말을 들으며 은조가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그녀는 슬펐을 것입니다. 천륜과 양심 사이에서 그녀는 끝없이 갈등했을 것입니다. 그녀의 차갑고 괴팍하고 공격적인 성격도 그런 갈등의 끝에서 형성되었을 것입니다. 이보다 앞서 은조는 구대성에게 대성참도가를 나가겠다고 선언했었죠. 


구대성이 그럼 나가서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계획서를 만들어 오라고 하자 그렇게 하겠다고 합니다. 이 말을 엿들은 강숙은 구대성의 앞에서 "우리를 쫓아내려고 그러냐" 하며 쓰러집니다. 물론 연기였습니다. 늘 엄마를 의심하는 은조조차 이번엔 감쪽같이 속았습니다. 의사가 다녀가고 구대성이 잠깐 나간 사이 강숙은 언제 쓰러졌었냐는 듯 팔팔하게 은조를 몰아붙입니다. 

"야 이년아, 나가긴 어딜 나가. 가만있으면 이 공장이 통으로 다 너하고 준수 건데, 가긴 어딜 가." 


준수는 구대성과 결혼한 강숙이 낳은 아들입니다만, 그 아비가 누구인지 의심스럽습니다. 매달 털보 장씨를 영양제 맞듯 만나고 있기 때문이지요. 이런 엄마를 보는 것이 은조에겐 가장 큰 고통입니다. 오죽했으면 꿈도 희망도 없는 은조에게 오직 하나 꿈이 있다면 엄마 없는 곳에서 사는 것입니다. 그러나 결국 어떻게 되었을까요? 은조는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요?

구대성은 은조 모녀의 실체를 알게 될까

은조는 대성참도가를 떠나지 않습니다. 은조는 엄마를 그토록 미워하면서도 엄마의 뜻을 저버릴 수 없는 것입니다. 피는 물보다 진한 운명 탓이죠. 구대성은 일단 집을 나가겠다는 뜻을 접은 은조를 격려합니다. 그것이 비록 엄마가 쓰러진 때문이고 일시적인 보류라고 하더라도 구대성의 진심은 은조의 결정을 환영하는 것입니다. 그는 진정으로 효선과 은조를 구별하지 않았노라고 말합니다.

설령 가슴 저 깊은 곳에 그런 마음이 있다고 하더라도 절대 그런 마음이 나오도록 하지 않았노라고 자신 있게 은조에게 고백합니다. 제가 보기에 그것은 진정 고백으로 보였습니다. 무엇 때문에 구대성은 은조를 위해 자신의 속마음까지 내보이며 고백 같은 것을 했던 것일까요? 저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 구대성이 참 대단하고 훌륭한 인격의 소유자라는 것 말고는.


그러나 6부의 마지막 장면에서 구대성은 못 들을 것을 듣고 말았습니다. 은조 모녀의 대화를 들은 것입니다. 어디까지 들었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습니다. 아마도 마지막 부분만 살짝 들은 것 같은데, 그렇다면 강숙의 수완 좋은 말주변에 구대성이 넘어갈 확률도 큽니다. 생각해보니 그리 될 가능성이 더 커 보입니다. 일단 구대성이 강숙이란 존재의 실체를 알게 된다면 이 게임은 더 이상 지속될 수 없지요.

그러므로 현실적으로 구대성은 또 다시 강숙의 찜쪄먹기 작전에 넘어갈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효선이는 이미 강숙의 실체를 알고 있습니다. 그녀는 강숙이 구대성에게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도가는 은조가 있잖아요. 도가일은 은조 하나로 족하지요. 효선이는 제 하고 싶은 일 맘껏 하게 해주셔요." 그게 무슨 의미인지 효선은 다 알고 있습니다. 자기를 바보로 만들어 공장을 은조가 마음대로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강숙의 계획을 알면서도 효선은 왜 그러는 것일까요? 

강숙의 계략을 알면서도 따라가는 은조는 공범

그러나 효선이도 이제 더는 그러지 않겠지요. 은조의 냉소적인 괴롭힘에도, 강숙의 가식적인 보살핌에도 설마 저들이 자기를 미워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효선도 이제 서서히 상황을 깨닫기 시작합니다. 그녀는 드디어 허울뿐인 천사의 날개를 벗어던지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의붓언니와의 전쟁을 시작하겠죠. 도가 마당에서 일꾼들과 어울려 쌀을 씻는 효선의 모습은 잃어버린 자기 것을 되찾아오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6부를 보면서 효선의 모습보다는 은조의 모습이 더욱 걱정스러웠습니다. 일단 엄마의 계략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그에 동조해야 하는 그녀의 심리상태가 참으로 걱정스러웠다는 말입니다. 공범이 되기로 한 은조의 그 결심이 엄마 때문에 어쩔 수 없었던 것인지, 아니면 엄마는 핑계일 뿐 사실은 가슴속 저 밑바닥에 숨어있는 스스로의 욕망에 이끌린 결과였던 것인지.

아무튼 막판까지 갈등하는 모습을 보여주긴 했습니다만, 일단 그녀가 강숙의 계획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효선을 바보로 만들어 배제시키고 은조가 대성도가의 주도권을 쥐도록 한다는 계획에 대해서도 은조, 효선, 강숙 이 세 사람은 모두 잘 알고 있는 듯이 보입니다. 다만, 효선은 이때까지도 실낱같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었던 듯이 보이는데 이제 그 희망을 접었겠죠.

"저 사람들은 절대 나를 사랑해 줄 사람들이 아니다"란 사실을 깨달았으니까요. 어쨌든 은조는 지금 몹시 갈등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역시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사실을 확인한 신데렐라 언니 6부였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복잡한 문제가 더 생겼는데요. 홍기훈의 태도입니다. 그는 매우 신실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줄로만 알았던 그가 이상한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오빠까지 은조에게 가버리면 내겐 뭐가 남아?

대성참도가를 먹겠다나요? 그는 홍주가의 대표인 그의 아버지 홍회장의 사주를 받고 대성참도가의 회계정보를 캐내기 위해 잠입한 것입니다. 거 참 이야기가 이상하게 돌아갑니다. 흥미진진하다고 해야 하나~? 홍기훈은 홍회장에게 이렇게 말했지요. "아버지에게 대성참도가가 넘어가고 난 다음 다시 저에게 넘겨주신다고 약속해주세요." 이게 도대체 뭔 말인지, 원. 

홍기훈에게 결혼해달라고 부탁한 효선이 말했죠. "오빠까지 은조에게 가버리면 나에겐 뭐가 남아?" 그렇군요. 이미 효선은 은조에게 모든 걸 빼앗겼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홍기훈이 지금 무슨 짓을 하려고 하는지 알게 된다면 또 어떤 마음이 될까요? 홍기훈이 하려는 행동도 사실은 은조의 쌀쌀맞은 태도 때문 아닐까요? 처음엔 홍회장의 사주를 거부하려고 했었는데, 갈수록 복잡해지는군요. ^^- 

<관련글☞> 신데렐라 계모 강숙, 효선을 친딸처럼 아끼는 이유
어떤 블로거께서 <신데렐라 언니>를 일러 '악역을 위한 동화'라고 하셨네요. 그분 말씀처럼 신데렐라가 아니라 신데렐라의 계모와 언니의 관점에서 세상을 보니 악역은 사라지고 사연만 남았다는 얘기에 공감이 갑니다. 누구든 사연이 있기 마련이죠. 심지어 은조의 엄마조차도 사연을 들어보니 눈물 나더군요. 그런 엄마에게 엮일 수밖에 없었던 은조는 더 눈물 나게 하는 거고요. 그렇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