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화려한 파격, 문근영이 돌아왔다
<신데렐라 언니>, 특이한 드라마다. 우선 느낌이 확실히 다르다. 이전에 보았던 패턴과는 확연히 다른 뭔가 특별할 것 같은 예감이 드는 드라마, 거기에 문근영의 색다른 변신도 한몫 했다. 글쎄, 내가 문근영을 마지막 본 것이 언제던가? 바람의 화원? 거기서도 이 정도 파격은 아니었다.
빠르고, 기이하고, 신비로운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
무엇보다 문근영의 파격적인 변신을 화려하게 만들어준 것은 드라마 자체였다. 나는 드라마가 시작되자마자 벌어지는 기이한 화면 속 이야기에 빠져들고 있었다. 화면은 빨랐고, 나는 그 템포를 따라가느라 바빴다. 가만, 이게 도대체 무슨 이야기람? 세련되고 감각적인 영상은 무척 젊었다.
우선 등장한 것은 문근영과 이미숙이었다. 이미숙,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최고의 배우 중 하나다. 그녀는 내가 어릴 때부터 스타였다. 오랜만에 나타난 그녀의 실력은 녹슬지 않았다. 역시 이미숙은 타고난 배우다. 갑자기 빠르고, 화려하고, 세련된 영상과 소리에 놀랐는지 거실에서 장난을 치며 놀던 아이들이 TV 앞으로 숨을 죽인 채 다가왔다.
"와, 저 아줌마 연기 엄청 잘 한다." 아들 녀석이 탄성을 질렀다. "진짜의 저 아줌마가 연기를 잘 한다는 말이냐, 아니면 드라마 속의 저 아줌마가 연기를 잘 한단 말이냐." 서슴없이 나오는 대답, "둘 다." 음, 보는 눈은 있구먼. 아무튼 이미숙의 연기가 탁월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드라마 속에서도 연기를 하고 있었다.
드라마 속 이미숙은 매우 팔자가 드센 여자였다. 그녀에겐 딸이 하나 있는데 바로 문근영이다. 이미숙의 팔자가 드센 것은 하나뿐인 딸 때문이다. 물론 자기 자신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두 모녀가 살기 위해 이 남자 저 남자에게 의탁하는 인생을 살아온 터였다. 그러다가 깡패 같은, 아니 진짜 깡패 남자를 만났다.
"와, 저 아줌마 연기 엄청 잘 한다"
드라마의 시작은 바로 이 깡패 남자(남편이라고 하기도 민망한)로부터 탈출하는 것이었다. 그녀들은 간신히 기차를 타고 도망치는데 성공했지만, '남자'의 동생(깡패들은 보통 아랫사람을 동생이라고 부른다)들은 기어이 기차 속까지 따라왔다. 화장실로 도망친 문근영, 그 앞엔 한 여학생이 앉아있었고, 구효선이란 명찰이 보였다.
그리고 그 다음 갑자기 밝아진 화면은 화사한 시골 풍경과 김갑수의 도가를 비추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 시골학교에 구효선이 있었다. 이어 효선이 공부하는 학교에 잘 빠진 양장을 입고 나타난 이미숙, 어라, 이게 뭐야, 그럼 아까 문근영과 함께 도망치던 장면들은 뭐지? 모두가 환상이었나?
그러나 아니었다. 이미숙은 저 깡패 같은 남자로부터 받은 다이아 반지를 들고 도망쳤었는데 그 반지가 든 가방을 구효선에게 맡겼단다. 너무나 빠른 전개 때문에 도대체 언제 어떻게 맡긴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떻든 이미숙은 그 반지를 찾으러 온 것이다. 그러고 보니 문근영만 깡패 남자의 동생들에게 붙들려갔던 것이었다.
구효선은 착한 학생이었다. 착하다기보다 심성이, 영혼이 순수한 아이였다. 그녀는 엄마가 없었다. 6살 때 엄마를 잃었다고 했던가? 이미숙을 만난 효선은 단박에 그녀에게 빠져들었다. 그녀에게서 엄마를 발견한 것이다. 효선을 따라 반지를 찾으러 따라 간 이미숙, 반지만 찾아 얼른 여기를 떠나야지 했던 그녀는 그러나 깜짝 놀란다.
내가 놀란 건 이미숙이 아니라 문근영
대궐처럼 으리으리한 집, 그 집안에 가득 찬 일꾼들, 사장이라 불리는 효선의 아버지는 너무나 자상하고 매력적인 남자다. 잘 훈련된 그녀의 머리는 당장에 사태를 파악하고 만다. "그래, 바로 이곳이야. 내가 머물 마지막 정착지가 바로 여기다." 그리고 그녀는 연기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고혹적이고, 순결하며, 청순한 그녀의 연기에 안 넘어갈 남자가 있겠는가.
우리집 아이들은 이걸 보고 탄성을 질렀던 것이다. "와, 저 아줌마 연기 엄청 잘 한다." 그래, 이미숙이야 원래 연기를 잘 하지. 하긴 이미숙이니까 저런 낯선 곳에 가서도 저토록 자연스럽게 고혹적이고, 순결하며, 청순한 연기를 펼칠 수 있었을 거야. 그래서 김갑수가 홀라당 넘어간 것이겠지.
이렇게 해서 이미숙은 딸을 데리고 오게 되었다. 그녀들의 마지막 정착지에. 우리 아이들은 이미숙의 너무나 천연덕스러운 연기에 놀라 넋을 뺐을 터이지만, 나는 별로 놀라지 않았다. 그녀는 원래 그런 여자였으니까. 그런데 사실을 말하자면, 나도 너무 놀라 넋을 빼고 있었던 것인데, 그것은 다름 아닌 문근영 때문이었다.
문근영이 국민여동생으로 혹은 또 무엇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을 때에도, 그리고 실은 나도 그녀가 출연한 드라마, 영화를 많이 봤지만, 이렇게 놀라게 되리라곤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녀가 예쁘고 매력적인 것은 사실이었지만, 나는 그것이 오히려 더 걱정(하긴 내가 뭐 걱정할 일도 아니지만)이었다.
모든 걱정을 일거에 날려버린
문근영의 독기
너무 귀엽고 예쁜 이미지 탓에 과연 성인이 되어서도 잘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은 아마도 많은 사람들의 공통된 걱정이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오늘 문근영은 그런 걱정들을 일거에 쓸어버렸다. 날카로운 눈빛과 헝클어진 머리카락으로, 거의 괴성에 가깝도록 질러대는 목소리로, 서슬 퍼렇게 뿜어대는 독기로.
오, 저게 문근영이었던가? 거실엔 갑자기 냉기가 감돌았다. 글쎄, 드라마를 이렇게 조용하게 보았던 때가 별로 기억나지 않는다. 그런데 오늘은 너무 조용하게 숨을 죽이고 드라마를 본 것 같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온 가족이 모두 숨을 죽였다. 왜 그랬을까? 어쨌든 이 1부는 다시 보아야 할 것 같다. 내일도 재밌고 다음 주도 재밌겠지만, 이 1부만은 꼭 다시 보아야 할 것 같다.
그나저나 걱정이다. <추노>에서 불꽃같은 연기를 보여준 장혁에게 강적이 등장했다. 그것도 성공적인 종영을 자축하는 축배의 환희가 채 가시기도 전에. 어느 블로거가 그랬던가? 장혁이 연말 대상을 받기 위해선 험난한 고지들을 넘어야 한다고. 그 첫 번째 고지가 바로 문근영이었던 것이다.
문근영, 그녀의 파격적인 변신은 실로 화려했다. 그녀는 더 이상 예쁜 연기자도, 귀여운 연기자, 국민여동생도 아니다. 이제 그녀는 그야말로 문근영이 되었다. 바야흐로 문근영의 시대가 도래 할 것이라는 예감이 <신데렐라 언니>를 통해 확실하게 전해져왔다. 그녀의 변신은 성공적이었다.
문근영의 힘의 원천은 무엇일까?
이 변신에 젊은 감각의 신진 연출자와 베테랑 연기자 이미숙, 김갑수가 함께 한다는 것이 또한 문근영의 행운이겠지만, 그러나 아무래도 그 변신을 화려하게 만들어주는 힘은 역시 문근영 내부에 있을 것이다. 착하고 여린 국민여동생, 기부천사, 보수논객들의 온갖 악랄한 독설에도 의연하던 그녀가 보여주는 내부의 힘은 과연 어떤 것일까?
실로 대단하다는 말밖에…. 가만 그러고 보니 이미숙과 문근영의 역할이 착한 신데렐라를 괴롭히는 계모와 언니잖아? 이거 그래도 좋아해야 되는 건지는 나도 모르겠네, 흐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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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언니>, 특이한 드라마다. 우선 느낌이 확실히 다르다. 이전에 보았던 패턴과는 확연히 다른 뭔가 특별할 것 같은 예감이 드는 드라마, 거기에 문근영의 색다른 변신도 한몫 했다. 글쎄, 내가 문근영을 마지막 본 것이 언제던가? 바람의 화원? 거기서도 이 정도 파격은 아니었다.
빠르고, 기이하고, 신비로운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
무엇보다 문근영의 파격적인 변신을 화려하게 만들어준 것은 드라마 자체였다. 나는 드라마가 시작되자마자 벌어지는 기이한 화면 속 이야기에 빠져들고 있었다. 화면은 빨랐고, 나는 그 템포를 따라가느라 바빴다. 가만, 이게 도대체 무슨 이야기람? 세련되고 감각적인 영상은 무척 젊었다.
우선 등장한 것은 문근영과 이미숙이었다. 이미숙,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최고의 배우 중 하나다. 그녀는 내가 어릴 때부터 스타였다. 오랜만에 나타난 그녀의 실력은 녹슬지 않았다. 역시 이미숙은 타고난 배우다. 갑자기 빠르고, 화려하고, 세련된 영상과 소리에 놀랐는지 거실에서 장난을 치며 놀던 아이들이 TV 앞으로 숨을 죽인 채 다가왔다.
"와, 저 아줌마 연기 엄청 잘 한다." 아들 녀석이 탄성을 질렀다. "진짜의 저 아줌마가 연기를 잘 한다는 말이냐, 아니면 드라마 속의 저 아줌마가 연기를 잘 한단 말이냐." 서슴없이 나오는 대답, "둘 다." 음, 보는 눈은 있구먼. 아무튼 이미숙의 연기가 탁월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드라마 속에서도 연기를 하고 있었다.
드라마 속 이미숙은 매우 팔자가 드센 여자였다. 그녀에겐 딸이 하나 있는데 바로 문근영이다. 이미숙의 팔자가 드센 것은 하나뿐인 딸 때문이다. 물론 자기 자신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두 모녀가 살기 위해 이 남자 저 남자에게 의탁하는 인생을 살아온 터였다. 그러다가 깡패 같은, 아니 진짜 깡패 남자를 만났다.
"와, 저 아줌마 연기 엄청 잘 한다"
드라마의 시작은 바로 이 깡패 남자(남편이라고 하기도 민망한)로부터 탈출하는 것이었다. 그녀들은 간신히 기차를 타고 도망치는데 성공했지만, '남자'의 동생(깡패들은 보통 아랫사람을 동생이라고 부른다)들은 기어이 기차 속까지 따라왔다. 화장실로 도망친 문근영, 그 앞엔 한 여학생이 앉아있었고, 구효선이란 명찰이 보였다.
그리고 그 다음 갑자기 밝아진 화면은 화사한 시골 풍경과 김갑수의 도가를 비추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 시골학교에 구효선이 있었다. 이어 효선이 공부하는 학교에 잘 빠진 양장을 입고 나타난 이미숙, 어라, 이게 뭐야, 그럼 아까 문근영과 함께 도망치던 장면들은 뭐지? 모두가 환상이었나?
그러나 아니었다. 이미숙은 저 깡패 같은 남자로부터 받은 다이아 반지를 들고 도망쳤었는데 그 반지가 든 가방을 구효선에게 맡겼단다. 너무나 빠른 전개 때문에 도대체 언제 어떻게 맡긴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떻든 이미숙은 그 반지를 찾으러 온 것이다. 그러고 보니 문근영만 깡패 남자의 동생들에게 붙들려갔던 것이었다.
구효선은 착한 학생이었다. 착하다기보다 심성이, 영혼이 순수한 아이였다. 그녀는 엄마가 없었다. 6살 때 엄마를 잃었다고 했던가? 이미숙을 만난 효선은 단박에 그녀에게 빠져들었다. 그녀에게서 엄마를 발견한 것이다. 효선을 따라 반지를 찾으러 따라 간 이미숙, 반지만 찾아 얼른 여기를 떠나야지 했던 그녀는 그러나 깜짝 놀란다.
내가 놀란 건 이미숙이 아니라 문근영
대궐처럼 으리으리한 집, 그 집안에 가득 찬 일꾼들, 사장이라 불리는 효선의 아버지는 너무나 자상하고 매력적인 남자다. 잘 훈련된 그녀의 머리는 당장에 사태를 파악하고 만다. "그래, 바로 이곳이야. 내가 머물 마지막 정착지가 바로 여기다." 그리고 그녀는 연기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고혹적이고, 순결하며, 청순한 그녀의 연기에 안 넘어갈 남자가 있겠는가.
우리집 아이들은 이걸 보고 탄성을 질렀던 것이다. "와, 저 아줌마 연기 엄청 잘 한다." 그래, 이미숙이야 원래 연기를 잘 하지. 하긴 이미숙이니까 저런 낯선 곳에 가서도 저토록 자연스럽게 고혹적이고, 순결하며, 청순한 연기를 펼칠 수 있었을 거야. 그래서 김갑수가 홀라당 넘어간 것이겠지.
이렇게 해서 이미숙은 딸을 데리고 오게 되었다. 그녀들의 마지막 정착지에. 우리 아이들은 이미숙의 너무나 천연덕스러운 연기에 놀라 넋을 뺐을 터이지만, 나는 별로 놀라지 않았다. 그녀는 원래 그런 여자였으니까. 그런데 사실을 말하자면, 나도 너무 놀라 넋을 빼고 있었던 것인데, 그것은 다름 아닌 문근영 때문이었다.
문근영이 국민여동생으로 혹은 또 무엇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을 때에도, 그리고 실은 나도 그녀가 출연한 드라마, 영화를 많이 봤지만, 이렇게 놀라게 되리라곤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녀가 예쁘고 매력적인 것은 사실이었지만, 나는 그것이 오히려 더 걱정(하긴 내가 뭐 걱정할 일도 아니지만)이었다.
모든 걱정을 일거에 날려버린
문근영의 독기
너무 귀엽고 예쁜 이미지 탓에 과연 성인이 되어서도 잘 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은 아마도 많은 사람들의 공통된 걱정이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오늘 문근영은 그런 걱정들을 일거에 쓸어버렸다. 날카로운 눈빛과 헝클어진 머리카락으로, 거의 괴성에 가깝도록 질러대는 목소리로, 서슬 퍼렇게 뿜어대는 독기로.
오, 저게 문근영이었던가? 거실엔 갑자기 냉기가 감돌았다. 글쎄, 드라마를 이렇게 조용하게 보았던 때가 별로 기억나지 않는다. 그런데 오늘은 너무 조용하게 숨을 죽이고 드라마를 본 것 같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온 가족이 모두 숨을 죽였다. 왜 그랬을까? 어쨌든 이 1부는 다시 보아야 할 것 같다. 내일도 재밌고 다음 주도 재밌겠지만, 이 1부만은 꼭 다시 보아야 할 것 같다.
그나저나 걱정이다. <추노>에서 불꽃같은 연기를 보여준 장혁에게 강적이 등장했다. 그것도 성공적인 종영을 자축하는 축배의 환희가 채 가시기도 전에. 어느 블로거가 그랬던가? 장혁이 연말 대상을 받기 위해선 험난한 고지들을 넘어야 한다고. 그 첫 번째 고지가 바로 문근영이었던 것이다.
문근영, 그녀의 파격적인 변신은 실로 화려했다. 그녀는 더 이상 예쁜 연기자도, 귀여운 연기자, 국민여동생도 아니다. 이제 그녀는 그야말로 문근영이 되었다. 바야흐로 문근영의 시대가 도래 할 것이라는 예감이 <신데렐라 언니>를 통해 확실하게 전해져왔다. 그녀의 변신은 성공적이었다.
문근영의 힘의 원천은 무엇일까?
이 변신에 젊은 감각의 신진 연출자와 베테랑 연기자 이미숙, 김갑수가 함께 한다는 것이 또한 문근영의 행운이겠지만, 그러나 아무래도 그 변신을 화려하게 만들어주는 힘은 역시 문근영 내부에 있을 것이다. 착하고 여린 국민여동생, 기부천사, 보수논객들의 온갖 악랄한 독설에도 의연하던 그녀가 보여주는 내부의 힘은 과연 어떤 것일까?
실로 대단하다는 말밖에…. 가만 그러고 보니 이미숙과 문근영의 역할이 착한 신데렐라를 괴롭히는 계모와 언니잖아? 이거 그래도 좋아해야 되는 건지는 나도 모르겠네, 흐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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