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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이야기

박남기 총살설, 진실이어도 문제고 거짓이어도 문제다

문제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 그게 비극이다

북한 박남기 국가계획위원장이 총살당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그게 진짠지 아닌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러나 어느 쪽이든 다 문제인 것만은 확실하다. 총살당했다는 뉴스가 진짜라도 문제고, 오보라도 문제인 것이다. 진짜라면 보편적 가치의 차원에서 충분히 논란이 될 만한 문제인 것이며, 오보라면 "역시 북한은 폐쇄적인 사회야!" 하는 게 문제인 것이다.
 


사실 우리가 북한 사회를 정확하게 안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작년이었던가? 한때 북한의 최고 통치자인 김정일이 죽었을지 모른다는 뉴스가 언론을 장식했었다. 그리고 곧 그 '죽었을지 모른다'는 미확인 뉴스는 '죽었을 것이다'는 추정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러나 모든 것은 미확인 혹은 추정일 뿐이었다.

결국 김정일은 나중에 건강한 모습으로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 무성한 추측들을 조롱했다. 특히 김정일의 사망설을 가장 먼저 보도했던 일본 언론들이 가장 큰 낭패를 보았음은 물론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잘못된 정보를 보도한 언론들은 오보에 대해 대중들에게 사과하지 않았다. 그리고 실은 사과할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 

왜 그런가. 이미 대중들은 그런 오보 자체가 크게 실수가 아니며 또 그렇게 나쁜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북한이란 사회는 누구라도 정확하게 실상을 안다는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마도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가공해 미확인 뉴스를 만들어내는 반칙이 일상화 된 것일지도 모른다.

오래 전에 중국에서 압록강 철교를 지나 신의주를 거쳐 평양으로 향하던 열차가 폭파되는 사고가 있었다. 이때도 사람들은(언론들은) 그 열차에 김정일이 타고 있었는지 없었는지를 놓고 미확인 뉴스를 만들어내기에 바빴다. 그리고 대체적인 결론들은 그 열차에 김정일이 타고 있었으며 그 사고는 김정일을 암살하려는 테러였다는 걸로 모아졌다. 

그러나 역시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지금도 그에 대한 실체는 비밀로 남겨져 있다. 역시 북한이란 사회를 객관적으로든 주관적으로든 안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인 것이다. 그러므로 북한 국가계획위원장이 총살당했다는 뉴스도 그런 맥락에서 진실성에 대하여 의심해볼 여지가 충분히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아무래도 김정일 사망설과 박남기 국가계획위원장의 총살설을 똑같은 반열에 두긴 무리가 있다는 것도 분명하다. 김정일은 북한의 최고 권력자일 뿐 아니라 북한 사회를 60년 넘게 세습 통치하고 있는, 사실상의 왕이 아닌가. 그런 점에서 본다면 박남기 국가계획위원장의 총살설마저 의도된 가공뉴스라고 보긴 좀 어려운 면도 없잖아 있다.  

어쨌든 북한 경제가 얼마나 어려워졌기에, 민심의 불만과 불안이 얼마나 팽배했기에 국가경제의 최고책임자를 촐살형에 처하는 극약처방을 내렸을까? 이 뉴스를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역시 북한이란 사회는 아직도 사형을, 그것도 총살형이라는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일까?" (하긴 요즘 우리나라도 김길태 사건으로 사형제에 관한 논의가 뜨겁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그 뒤를 이었다. "아무리 화폐개혁에 실패하고 국가경제를 파탄에 빠지게 한 책임이 있다지만, 총살형에 처한다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 그리고 한편 화폐개혁 정도의 고강도 경제정책은 일개 경제부처의 장이 아니라 통치자에게 책임을 묻는 게 온당한 것이 아닐까?"  

그러나 진실이 무엇이든지간에 우리는 왜 늘 북한 소식을 '설'로만 들어야 하는지 나로선 실로 그것이 안타깝다. 이래서야 어떻게 통일을 이룰 수 있을까? 우리가 신랑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고 혼례식을 치르고 첫날밤이 지나고 나서야 겨우 잠든 얼굴을 볼 수 있었다는 조선시대의 여자도 아니지 않는가.  

그러니까 그런 것이다. 알 수 없는 나라 북한,
또는 북한이란 나라를 전혀 알 수 없다는 것, 그것이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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