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희빈의 죽음에는 장무열의 공도 꽤 큽니다. 물론 이는 역사적 사실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대체 장무열이란 어떤 인물인지 우리는 감도 잡을 수 없습니다. 그는 오직 최철호가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하차하는 바람에 뜻하지 않게 등장한 인물입니다. 급조된 인물이죠.
그런데 급조된 장무열이 실은 매우 중요한 인물이었습니다. 동이 첫회에 등장했던 대사헌 장익헌 영감의 아들이었으니까요. 장익헌은 같은 남인 출신인 오태석의 계략에 의해 죽었습니다. 이 계략에는 장희빈도 연루되어 있는 것으로 드라마는 묘사했었지요.
그런데 아직껏 이에 대한 어떤 해답도 내려주지 않고 있습니다. 뭐 그냥 그 정도로 사건 내막의 대강을 짐작한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라 생각하고 넘어가지요. 그런데, 장무열이란 사람, 참 비열한 인간입니다. 아니, 비열하다 못해 살 가치도 없는 인간이라고 해야 맞겠습니다.
그는 자기 아버지의 원수와 손을 잡았습니다. 오태석, 장희빈의 품으로 들어간 것이지요. 최철호 대신 나타난 이 당찬 한성부서윤(지금은 더 출세해서 병조참판까지 올랐네요)이 뭔가 큰 일을 낼 걸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기껏 눈에 힘주며 목젖을 세우는 정도가 그가 하는 일의 전부였죠.
그런데 자기 아버지의 원수들과도 손을 잡고 권력을 탐하며 병조참판까지 오른 장무열이 이번엔 장희빈을 헌신짝처럼 버렸습니다. 하긴 출세를 위해 아버지의 원수들과도 술잔을 드는 인간이니 그깟 배신쯤이야 식은 죽 먹기일 테지요. 그렇지만 명예가 중요한 시대에 이런 인물이라니 참으로 당혹스럽군요.
그나저나 장무열은 왜 장희빈에게 등을 돌린 것일까요? 장희빈과 장희재의 하는 꼴이 너무 우스워서? 그건 아무래도 아닙니다. 그거야 이미 오래전부터 잘 아는 바이지만, 그런 것쯤은 괘념치 않았던 것이지요. 장희빈이 동이와의 싸움에서 이기지 못할 것 같아서? 글쎄요. 그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장무열은 자신을 철저하게 믿습니다. 실제로 그는 대단한 실력파입니다. 정치가 무언지를 압니다. 나아갈 때와 물러 설 때를 알며 말할 때와 말하지 않아야 할 때를 압니다. 그런 그는 자기 정도면 동이파를 얼마든지 제압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또 그래야 자기 공이 빛이 나는 법입니다.
강한 적을 물리쳤을 때 장수의 기쁨은 배가 되고 전리품도 푸짐한 법이며 논공행상에서도 수위에 설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장무열은 이길 자신이 있으며 지는 데 대한 두려움이 없습니다. 그런데 왜 장무열은 장희빈을 버리고 말을 갈아타려 하는 것일까요?
세자 때문입니다. 세자가 위질이란 병에 걸렸다는군요. 위질이 무슨 병입니까? 말하자면 고자와 다를 바 없다 이런 말입니다. 기가 찰 일입니다. 왕의 임무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후손을 번창해서 왕실을 튼튼하게 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후궁을 많이 두는 거죠. 왕가가 끊기면 안 되니까요.
드라마에서는 위질이 아이를 낳을 수 없는 병이라고는 하지만 아직 정자도 제대로 배출되지도 않을 나이의 세자가 위질이란 병에 걸렸다고 단정하는 것도 우습지만, 도대체 그게 어떤 병일까 궁금하여 검색창을 두드려보았습니다. 고자니 불임이니 하는 말은 없고 다음과 같이 돼 있네요.
'감각(感覺)을 잃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질병(疾病)'
이것 말고는 더 이상의 단서가 없으니 위질이 진짜 고자 비슷한 병인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한의사를 하는 친구가 있긴 하지만 추석 명절이기도 하고 이런 걸 가지고 물어보자니 좀 그렇군요. 대충 술이나 한 잔 하자며 불러내 슬쩍 물어보는 방법이 있긴 하겠으나 지금은 그럴 때가 못되는군요.
아무튼 장무열로서는 다른 어떤 모험이나 위기는 스스로의 능력으로 돌파할 자신감이 있지만, 세자가 후사를 볼 수 없다고 하는 이 중대한 사태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던 모양입니다. 후사를 볼 수 없다는 것은 곧 왕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
숙종에게 달리 아들이 없다면 모르겠으나 연잉군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세자가 후사를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밝혀진 이상 폐세자 절차에 들어가는 것은 종묘사직을 위해 너무나 당연지사. 그러므로 장무열이 장희빈이란 말을 버리고 동이란 말로 갈아타려고 하는 것은 매우 현명한 처사라 할 수 있지요.
다만, 이 동이란 말이 고집이 세서 등에 태워주지 않으려 하니 그게 문제입니다. 허나 장무열 같은 쓸개도 간도 없는 인간말종들은 동이가 명분을 내세워 거부하는 따위엔 전혀 개의치 않습니다. 그들은 오로지 목적만 이루면 그만이니까요. 동이의 환심을 사기 위해 온갖 짓을 다하겠지요. 이러면서 말입니다.
'어? 이 아줌마가 왜 이러는 거야? 보통 이러면 다 넘어오는데, 거 희한하네!'
그러나 여러분. 장무열이 장희빈을 배신한 진짜 이유는 실은 딴 데 있답니다. 그것은 세자가 고자여서도 아니고, 장희빈이 망할 것이라고 여겨서도 아닙니다. 장무열이 배신 때린 진정한 이유는 그의 욕심 때문입니다. 그는 이 욕심 앞에 간도 쓸개도 없습니다. 장희빈이면 어떻고 동이면 어떻습니까?
요즘도 이런 사람들은 눈에 띄게 많습니다. 혹시 오늘 테레비 화면에서도 이런 사람을 보신 분이 있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제 눈에도 그런 사람들은 보입니다. 이솝우화에서 이런 자를 박쥐에 비유했는데, 현대 정치판에서는 철새정치인이라 불리는 분들이 또 이와 비슷한 사람들입니다.
군대 가기 싫다고 생이빨을 뽑는 사람도 아마 이와 비슷한 사람일 겁니다. 가족이나 친지의 특수한 신분을 이용해 군대 빠진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욕심 많은) 사람들은 대체로 장무열처럼 배신 때리기를 손바닥 뒤집듯이 합니다.그러고 보니 우리가 사는 세상엔 장무열 비슷한 사람들이 너무 많군요.
아주 득실거립니다 그려,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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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급조된 장무열이 실은 매우 중요한 인물이었습니다. 동이 첫회에 등장했던 대사헌 장익헌 영감의 아들이었으니까요. 장익헌은 같은 남인 출신인 오태석의 계략에 의해 죽었습니다. 이 계략에는 장희빈도 연루되어 있는 것으로 드라마는 묘사했었지요.
그런데 아직껏 이에 대한 어떤 해답도 내려주지 않고 있습니다. 뭐 그냥 그 정도로 사건 내막의 대강을 짐작한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라 생각하고 넘어가지요. 그런데, 장무열이란 사람, 참 비열한 인간입니다. 아니, 비열하다 못해 살 가치도 없는 인간이라고 해야 맞겠습니다.
그는 자기 아버지의 원수와 손을 잡았습니다. 오태석, 장희빈의 품으로 들어간 것이지요. 최철호 대신 나타난 이 당찬 한성부서윤(지금은 더 출세해서 병조참판까지 올랐네요)이 뭔가 큰 일을 낼 걸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습니다. 기껏 눈에 힘주며 목젖을 세우는 정도가 그가 하는 일의 전부였죠.
그런데 자기 아버지의 원수들과도 손을 잡고 권력을 탐하며 병조참판까지 오른 장무열이 이번엔 장희빈을 헌신짝처럼 버렸습니다. 하긴 출세를 위해 아버지의 원수들과도 술잔을 드는 인간이니 그깟 배신쯤이야 식은 죽 먹기일 테지요. 그렇지만 명예가 중요한 시대에 이런 인물이라니 참으로 당혹스럽군요.
그나저나 장무열은 왜 장희빈에게 등을 돌린 것일까요? 장희빈과 장희재의 하는 꼴이 너무 우스워서? 그건 아무래도 아닙니다. 그거야 이미 오래전부터 잘 아는 바이지만, 그런 것쯤은 괘념치 않았던 것이지요. 장희빈이 동이와의 싸움에서 이기지 못할 것 같아서? 글쎄요. 그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장무열은 자신을 철저하게 믿습니다. 실제로 그는 대단한 실력파입니다. 정치가 무언지를 압니다. 나아갈 때와 물러 설 때를 알며 말할 때와 말하지 않아야 할 때를 압니다. 그런 그는 자기 정도면 동이파를 얼마든지 제압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또 그래야 자기 공이 빛이 나는 법입니다.
강한 적을 물리쳤을 때 장수의 기쁨은 배가 되고 전리품도 푸짐한 법이며 논공행상에서도 수위에 설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장무열은 이길 자신이 있으며 지는 데 대한 두려움이 없습니다. 그런데 왜 장무열은 장희빈을 버리고 말을 갈아타려 하는 것일까요?
세자 때문입니다. 세자가 위질이란 병에 걸렸다는군요. 위질이 무슨 병입니까? 말하자면 고자와 다를 바 없다 이런 말입니다. 기가 찰 일입니다. 왕의 임무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후손을 번창해서 왕실을 튼튼하게 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후궁을 많이 두는 거죠. 왕가가 끊기면 안 되니까요.
드라마에서는 위질이 아이를 낳을 수 없는 병이라고는 하지만 아직 정자도 제대로 배출되지도 않을 나이의 세자가 위질이란 병에 걸렸다고 단정하는 것도 우습지만, 도대체 그게 어떤 병일까 궁금하여 검색창을 두드려보았습니다. 고자니 불임이니 하는 말은 없고 다음과 같이 돼 있네요.
'감각(感覺)을 잃어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는 질병(疾病)'
이것 말고는 더 이상의 단서가 없으니 위질이 진짜 고자 비슷한 병인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한의사를 하는 친구가 있긴 하지만 추석 명절이기도 하고 이런 걸 가지고 물어보자니 좀 그렇군요. 대충 술이나 한 잔 하자며 불러내 슬쩍 물어보는 방법이 있긴 하겠으나 지금은 그럴 때가 못되는군요.
아무튼 장무열로서는 다른 어떤 모험이나 위기는 스스로의 능력으로 돌파할 자신감이 있지만, 세자가 후사를 볼 수 없다고 하는 이 중대한 사태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던 모양입니다. 후사를 볼 수 없다는 것은 곧 왕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
숙종에게 달리 아들이 없다면 모르겠으나 연잉군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세자가 후사를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밝혀진 이상 폐세자 절차에 들어가는 것은 종묘사직을 위해 너무나 당연지사. 그러므로 장무열이 장희빈이란 말을 버리고 동이란 말로 갈아타려고 하는 것은 매우 현명한 처사라 할 수 있지요.
다만, 이 동이란 말이 고집이 세서 등에 태워주지 않으려 하니 그게 문제입니다. 허나 장무열 같은 쓸개도 간도 없는 인간말종들은 동이가 명분을 내세워 거부하는 따위엔 전혀 개의치 않습니다. 그들은 오로지 목적만 이루면 그만이니까요. 동이의 환심을 사기 위해 온갖 짓을 다하겠지요. 이러면서 말입니다.
'어? 이 아줌마가 왜 이러는 거야? 보통 이러면 다 넘어오는데, 거 희한하네!'
그러나 여러분. 장무열이 장희빈을 배신한 진짜 이유는 실은 딴 데 있답니다. 그것은 세자가 고자여서도 아니고, 장희빈이 망할 것이라고 여겨서도 아닙니다. 장무열이 배신 때린 진정한 이유는 그의 욕심 때문입니다. 그는 이 욕심 앞에 간도 쓸개도 없습니다. 장희빈이면 어떻고 동이면 어떻습니까?
요즘도 이런 사람들은 눈에 띄게 많습니다. 혹시 오늘 테레비 화면에서도 이런 사람을 보신 분이 있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제 눈에도 그런 사람들은 보입니다. 이솝우화에서 이런 자를 박쥐에 비유했는데, 현대 정치판에서는 철새정치인이라 불리는 분들이 또 이와 비슷한 사람들입니다.
군대 가기 싫다고 생이빨을 뽑는 사람도 아마 이와 비슷한 사람일 겁니다. 가족이나 친지의 특수한 신분을 이용해 군대 빠진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욕심 많은) 사람들은 대체로 장무열처럼 배신 때리기를 손바닥 뒤집듯이 합니다.그러고 보니 우리가 사는 세상엔 장무열 비슷한 사람들이 너무 많군요.
아주 득실거립니다 그려,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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