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을 만났다. 사실 나 같은 평민이 교육감을 만난다는 것이 그리 평범한 일은 아니다. 교육감은 경남도민이 직접 선거로 선출한 기관장이니 도지사와 같은 급이다. 그러므로 그를 만난다는 것은 아주 영광스러운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교육감과의 블로거 간담회’에 초대됐을 때 약간 으쓱하는 기분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물론 블로거 간담회에 초대된 것이 특별히 잘났거나 다른 인연이 있거나 해서 그런 것은 아니고, 어디까지나 내가 간담회의 주체인 <경남블로그공동체>의 회원이기 때문이지만.
내 자리는 교육감 오른쪽 끝이었다. 그러고 보니 나만 자리가 안 좋고 다른 이들은 괜찮았던 듯싶기도 하다. ㅠ
간담회는 7시부터지만 나는 예의를 차려 30분 일찍 도착해 미리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리고 교육감을 만나면 무엇을 묻는 게 좋을지 머릿속으로 따져보았다. 박종훈 교육감은 직선제가 실시된 이래 첫 진보교육감이라는 평가를 받는 만큼 호의적인 기사를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하지만 내 기대는 처음부터 어그러졌다. 정시에 교육감이 도착하고 일일이 악수를 나눈 다음 자리에 앉았지만 나는 그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예의를 차린다고 제일 먼저 도착해 맨 끝자리에 앉아 있던 덕분에 눈을 맞추는 것도 어려웠다. 눈을 보지 못하니 질문하기도 어려운 것은 불문가지.
왜 이런 식으로 자리배치를 했을까. 간담회 내내 그 생각 때문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간담회가 열린 식당은 공간이 충분해서 얼마든지 원하는 대로 자리를 만들 수가 있었다. 내 생각엔 T자형으로 배열하면 좋을 것 같았다. T자의 가운데 자리에 교육감이 앉고 그 양 옆과 앞쪽에 블로거들이 죽 앉는 것이다.
ㄱ자나 U자도 괜찮다. 아무튼 교육감에게 질문을 하거나 그의 말을 들으려면 목을 앞으로 길게 빼고 디스크 수술한 허리를 왼쪽으로 틀어야 했으니 여간 고역이 아니었다. 내가 담당자였다면, 최소한 1시간 전에 먼저 와서 현장을 살펴 가장 좋은 자리배치를 하려고 고민했을 것이다.
간담회 진행 방식도 매끄럽지 못했다. 물론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것이 더 좋고 격식에 얽매이는 것보다 더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데에는 공감한다. 그렇더라도 사회자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자주 만나는 친구 사이도 아니고, 어쩌면 어려울 수도 있는 교육감인데 적절한 리드를 해줘야 편안하게 대화가 오고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예전에는 이런 행사를 하기 전에 미리 질문도 구하고 인터뷰 대상자의 활동이나 정책 등 정보도 돌려보고 그렇게 했던 것 같은데 그 점도 아쉽다. 이것은 교육청 담당 공무원(혹은 비서)의 책임만은 아니다. ‘교육감과의 블로거 간담회’는 엄밀히 말해서 ‘경남블로그공동체’가 주체이며, 마땅히 책임도 져야 하는 것이다.
결국 문제는 우리 자신이다. 곰곰 생각해보니 우리 스스로 그동안 너무 소통이 없었던 것은 아닐까 반성을 해본다. “아무리 좋은 조직도 훌륭한 리더가 있어야 잘 굴러간다!”는 말이 있지만, 반대로 아무리 리더가 훌륭해도 조직이 소통이 안 되고 화합이 안 되면 어림없는 것이다.
처음 당선된 이른바 진보교육감을 만난 이야기를 칭찬과 격려 일색으로 시작하지 못해 죄송스럽기 하지만, 이번 기회에 의전과 사전 준비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으로 만족하고자 한다. 박종훈 교육감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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