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이 무엇 때문에 유럽 순방을 취소하고 스스로 메르스 대책본부장을 자임했겠습니까? 박 시장이 대권주자라는 거 모르는 사람 있습니까? 박근혜 대통령하고 뭔가 비교가 되려고 그러는 거지요. 정치적 목적이 있는 겁니다.”
모 방송사의 뉴스프로에 출연한 한 논객의 말이다. 한숨을 쉬면서 그런 생각을 한다. 역시 개 눈깔에는 똥밖에 안 보이는 거로구나. 물론 이해가 안 되는 바 아니다. 먹고 살아야 하니까. 종편이든 케이블방송이든 나와서 자기도 모르는 무슨 소리든 떠들어야 살 수 있으니까.
나는 변희재도 이해했었다. 그가 그러는 것도 다 먹고살기 위함이다. 자본주의사회에서 먹고산다는 게 얼마나 처절하고 눈물겨운 일이던가. 그리고 인간은 여느 동물과 달리 자기도 모르고 하던 일을 계속하다 보면 그게 진짜인 것처럼 믿게 되는 능력이 있다.
사이비종교도 그래서 번창하는 거 아닌가. 상식으로 이해 안 되는 일들이 우리가 사는 세계에는 비일비재하다. 나는 박원순 시장이 특정 의사를 지목해 발표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오류와 과장된 제스처로 인한 문제의 소지가 있을 수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오늘 박 시장의 발언처럼 과잉대응이 늑장대응보다 훨씬 낫다. 지금 이 순간 중요한 것은 사람의 안전이다. 누구 말이 옳니 그르니 진실공방 할 때가 아니다. 대통령이 있는데 서울시장이 왜 나서나 따질 때도 아니다. 대통령이 일 잘하면 서울시장이 나설 일도 없었을 거다.
“박원순 시장이 유럽 순방 취소했다고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 가는 게 뭐 어떻다 이런 말씀은 하실 말씀이 아니지 않습니까? 16일까지 메르스 사태가 진정되면 박근혜 대통령 미국 순방 가시면 됩니다. 그걸 누가 뭐라 합니까? 박 시장하고 상관없이 가시면 되죠. 그러나 16일까지 진정이 안 되면 가시면 안 되는 거고요.”
이 분은 정신 똑바로 박힌 논객이다. 옳은 말이다. 박원순 때문에 미국 못 가게 됐다고 시위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가시면 된다. 사태가 진정이 안 되더라도 꼭 가시고 싶다면 가시면 되는 것이다. 대통령이 서울시장 눈치 볼 일이 아니다. 그리고 또, 일개 논객이 대통령 걱정해줄 일도 아니고.
케이블방송 뉴스 프로그램 보면서 아, 이런 거 자꾸 봐야 되나, 정신이상자들의 쇼 같은 이런 방송을 자꾸 봐야 하나, 내가 왜 이걸 보고 있지, 하는 자괴감을 어쩔 수 없다. 아무리 먹고사는 게 중요해도 그렇지, 꼭 저렇게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여야 되나.
초딩들에게 쪽팔리지도 않을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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