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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이야기

선거를 흙탕물로 만든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원래 오늘 경남도민일보에 정문순 씨의 칼럼에 대한 반론 기고문이 실릴 예정이었습니다. 담당부장과 통화도 했고 적당하지 못한 문장에 대한 수정작업도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신문에 나지 않았습니다. 확인 결과 김주완 편집국장이 읽어보고 통진당 쪽에서 명예훼손 제기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잘랐다고 합니다. 데스크회의까지 했지만 결과는 역시 게재불가 쪽으로 기울었다고 합니다. 글쎄요. 무엇이 명예훼손일까요? 사실관계와 틀린 부분이 하나도 없고 특별히 비방하는 부분도 없는데 무엇이 도민일보로 하여금 그런 결정을 하게 하였을까요? 물론 게재니 게재불가니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신문사의 고유권한에 해당하겠습니다만 좀 찜찜하군요. 책임을 지더라도 저자가 지는 것인데 말입니다. 실어주기 싫으면 그냥 고이 싫어주기 싫다고 하면 될 것을. 그건 그렇고, 그렇다면 정문순 씨의 칼럼은 왜 실어줬는지 모르겠습니다. 그이야말로 되지도 않는 억지주장으로 명예훼손을 일삼았을 뿐 아니라 누군가의 좀 과장된 표현을 빌자면 수차례의 이른바 필화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킨 사람인데 말입니다. 저로서는 실로 어이가 없습니다. 그리하여 제 반론문과 정문순 씨의 글을 차례로 아래에 싣는 것으로 대신하겠습니다. 제 글 중에 ‘밝혀주었으면 하는 의혹’이란 1984년의 삼성라디에터 노조를 와해하는데 회사에 협조하고 금전수수까지 했다는 의혹(당시 <마산문화>라는 시사잡지에도 기사화 됐음)에 대한 것과 IMF 이후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 엔진공장 직원들을 퇴사시켜 HSD엔진으로 보내면서 당시 노조위원장이던 본인도 함께 가겠다고 해놓고 자기만 빠진 부분에 대한 것입니다. 신문지면상 원고매수 제한으로 다 쓰지 못해 내용을 모르는 사람은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어용”이라는 표현에 대해 논리비약이라는 오해를 할 수도 있겠습니다. 


 선거를 흙탕물로 만든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 정부권 


사람들은 흔히 자기가 듣기 싫어하는 말에 유독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이번 선거에서도 그랬다. 나는 진보신당에게 야권단일화에 어떤 형태로든 응할 것을 페이스북 등을 통해 몇 차례 공개적으로 주문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나의 그런 언행에는 관심이 없고 내가 누군가를 지속적으로 ‘깐’ 데만 관심이 있었다. 창원시 성산구 선거가 진보진영의 패배로 끝나자 몇몇 이들이 페이스북에 공개적으로 혹은 비공개적인 쪽지로 비난의 화살을 쏘아댔다. 너 때문에 졌어. 꼭 그런 뜻은 아니었을 테지만 그들은 화가 단단히 나 있었다. 그러나 단일화만 되면 이길 수 있었을까? 사람들은 단순계산으로 그렇다고 말한다. 두 진보정당 후보의 표를 합하면 51대 49로 이긴다는 것이다. 이렇게 간단하고 쉬운 계산이 어디에 또 있을까? 하지만 민심을 계산하는 것은 그리 단순한 게 아니다.

막판 감동적인 단일화란 김창근이 아니라 손석형이 사퇴하는 것이었다. 대체 별 힘도 없는 진보신당의 김창근 후보가 물러서는 게 무슨 감동이 있었을까? 5%의 박원순이 50%의 안철수를 위해 양보했다면 그게 과연 감동이었을지 생각해본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그때 안철수는 박원순이 자기보다 서울시장으로 훨씬 낫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결과도 좋았다. 사람들이 얘기하는 것처럼 두 당이 노선과 정책에서 다를 게 없고 결국은 하나가 돼야하는 존재라면 더욱이 그렇다. 통진당은 왜 대승적인 판단을 못했는지 모르겠다. 무엇 때문에 진보신당에만 대승적이 되라고 요구했는지도.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이지만 통진당이 보여준 태도도 그렇다. 진보신당이 ‘최종적’으로 한 후보단일화 제안에 통진당은 ‘총괄적’으로 거부입장을 밝혔다. 이유는 경선 여론조사 때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도의원을 중도사퇴한 손석형 후보’라는 멘트가 흠집 내기라는 것이었다. 몇몇 다른 이유도 달았지만 모두 지엽적인 것들일 뿐 핵심은 이것이었다. 이는 줄곧 자신들이 취해온 언행을 배반하는 것이었다. 대의를 위해 그 정도 흠결은 문제도 안 된다고 하던 사람들이 정작 대중적 검증은 싫다고 하는 것이다. 국회의원에 당선되면 세비로 보궐선거비용을 물겠다는 손석형을 보면서는 사실 이런 의문들이 다 부질없는 것처럼 보이기는 한다. 새누리당 강기윤 후보의 불응을 빌미로 방송토론도 블로그 합동토론도 못하겠다는 그를 보면서는 진보란 이름에 회의가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뿐이었을까? 이로 인해 결국 그가 풀어주어야 할 몇 가지 의혹에 대해 나는 아무런 답도 듣지 못하고 말았다. 만약 그 의혹들이 사실이라면 그는 진보후보는 고사하고 그저 한때의 ‘어용’에 불과하게 되는 것이었다. 내 기준으로는 이는 김용민의 막말보다 이정희의 여론조작보다(새누리당과 비교하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점을 이해바란다) 훨씬 더 사악한 것이다. 물론 그가 말한 것처럼 과거는 과거로 묻어두는 것이 좋겠지만, 애석하게도 도저히 그럴 수 없는 것이었다.

진보신당의 대의를 지지하는 열렬한 당원임을 밝힌 어느 분이 <당신들은 선거를 너무 쉽게 봤어요>라는 제목으로 도민일보 칼럼을 썼다. 그는 경남의 진보신당은 대의를 버리고 한사람을 낙마시키기에만 몰두함으로써 “선거를 흙탕물로 만들었다”고 비판한다. 선거를 “새누리당 심판이 아닌 개인 심판으로 몰고 간 어리석음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말한다. 진보신당 당원이라면서 이렇게 말하니 훌륭하다는 생각은 든다. 역시 통진당에 없는 것이 진보신당에는 있다. 그러나 자, 과연 그런가? 새누리당 심판이라는 대의만 확실하면 어떤 사람이라도 관계없을까?

나는 글쓴이와 달리 진보신당으로부터 오래전에 마음이 떠났던 사람이다. 또 글쓴이처럼 통합진보당이 “세습체제나 핵실험을 애매모호하게 편드는 태도”로 북한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듯이 보여 미운 것도 아니다. 다만, 글쓴이가 진보신당에 제기한 지적들이 실은 통합진보당이 비판 내지 비난받아야 할 내용들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왜들 그럴까? 이른바 진보언론이라 불리는 <한겨레>, <경향>도 그렇지만 왜들 약자에게 무시하고 모욕주고 돌 던지기를 즐기는 것일까? 말해주고 싶다. 이번 선거를 흙탕물로 만든 것은 진보신당이 아니라 통합진보당이라고. 김창근이 아니라 손석형이라고. 그리하여 그들에게 ‘머리로서의 대의가 아닌 가슴으로도 동의를 느낄 수 있는 존재’가 되기를 바란다고. 왜? 모두들 알 것이다. 진보신당의 반성보다 통합진보당의 반성이 이 지역 진보정치의 발전을 위해 더 긴요하고 시급하다는 것을.    


<경남도민일보 칼럼 아침을 열며>

당신들은 선거를 너무 쉽게 봤어요

                                                                                        / 정문순(문학평론가)

이주민 지원단체 도우미로 들락거리다 보니 관념으로서의 이주민 존재와, 피와 살갗을 가진 개별 존재가 다르게 비칠 때가 있습니다. 자격도 안 되면서 어떻게든 한국에 눌러앉으려고 하거나, 한국인들을 죄다 나쁜 사람으로 치부하거나, 돈에 목숨을 거는 모습을 볼 때는 구질구질하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이번 선거도 저한테는 관념과 구체적 현실의 괴리를 절감하게 해주었습니다.

전체 선거판을 평가할 능력은 저한테 없지만, 창원 성산구 선거구로 좁혀 말하면 진보신당 김창근 후보는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해냈다고 봅니다. 자신은 못되더라도 1등과 2등의 순위는 만들어 준 셈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되니 진보신당의 욕심 때문에 '진보정치 1번지'를 빼앗겼다는 말이 들립니다. 진보신당은 남이 잘 되도록 도움은 되지 못하면서 못되게 하는 데만 능한 존재로 낙인찍힌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양보와 배려는 힘센 자가 약한 자한테 일방적으로 할 수 있는 요구가 아닙니다. 김 후보가 얻은 득표율 7.12%도 결코 무시해도 좋을 수치가 아닙니다. 설령 아무리 수치가 작아도 머릿수가 적다는 이유로 이념과 노선의 차이를 접으라고 요구할 권리는 누구한테도 없습니다. 어설픈 봉합으로 나중에 말썽이 되기보다는 처음부터 따로 있는 것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진보신당은 선거 내내 지역 시민단체들의 지원도 못 받고 외톨이였습니다. 해결사를 자처한 '경남의 힘'은 최종 후보 단일화도 되지 않았는데 덥석 통합진보당 손석형 후보의 손을 들어줬지요.

창원이 진보신당 때문에 빼앗긴 거라고 한다면 거제는 어떻습니까? 거제의 김한주 진보신당 후보도 선거 막판까지 혼자였지요. 창원의 분열을 빌미로 그쪽 통합진보당은 경선에서 이긴 진보신당 후보를 제대로 돕지 않았습니다.

통합진보당은 진보신당의 존재 때문인지 갈수록 오른쪽으로 간다는 느낌입니다. 통합진보당은 북한의 핵 실험과 세습체제에 대해 애매모호하거나 편드는 듯한 태도도 그렇고, 이념적으로는 순수한 좌파가 아닌 좌우가 뒤섞인 정당에 가깝습니다.

더구나 국민참여당을 흡수한 뒤로는 더 오른쪽을 향하는 것 같습니다. 통합시청사 사수를 위한 삼보일배도 누구의 아이디어였는지 몰라도 그러면 안 되는 거였지요.

그렇다고 김창근 후보를 편들고 싶지는 않네요. 김 후보 측이 잊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손 후보는 자신들의 주장대로 흠결이 많은 후보일지도 모릅니다. 그렇다고 자신에게 지지가 고스란히 옮아가야 한다는 논리는 어디서 나오는지요?

상대방의 흠결에 근거하여 반사효과를 노리는 것을 진보라고 할 수 있을까요? 한 사람이 자격이 안 된다고 해서 그와 각축을 벌이고 있는 사람이 곧 참진보라는 근거를 말해 준다면 좋겠습니다. 정책과 노선의 차이 때문에 화합하지 못했다면 얼마든지 이해합니다. 그러나 김 후보는 그저 손석형 싫다는 것 하나밖에 없었습니다. 이들에게는 심판 대상이 새누리당인지 특정인인지 헷갈리더군요.

진보신당의 대의는 지지하지만, 경남의 진보신당에게는 좀 더 실력을 키우고 나오라고 말하고 싶네요. 당신들은 선거를 너무 쉽게 봤어요. 이제는 없어진 당의 일원으로서 권고하노니, 특정인 낙선이 정의의 실현인 줄 아는 그대들은 선거를 흙탕물로 만든 책임을 져야 합니다. 선거를 새누리당 심판이 아닌 개인 심판으로 몰고 간 어리석음을 비웃습니다.

꿋꿋한 자존심을 지키고 당당하게 패배를 택한 진보신당을 지지합니다. 그러나 전체 진보신당은 그럴지 몰라도 경남은 아닙니다. 원칙도 없고 유연성은 더 없고 흠집 내기로 일관한 경남 진보신당은 아닙니다. 경남의 진보 정치는 그대로 노동운동의 연장선상이고 연고와 인맥에 의존한 득표 활동이 지배했습니다.

새누리당을 욕할 것 없습니다. 어쩌면 선거판에 그대로 옮겨온 뿌리 깊은 운동판의 다툼에 이용당한 느낌도 없지 않습니다. 부디 앞으로는 머리로서의 대의가 아닌 가슴으로도 동의를 느낄 수 있는 존재로 다가오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