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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이야기

이정희 대표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통진당 이정희 대표가 결국 사퇴했습니다. 봉합의 길로 갈 것인지, 보다 강력한 전투의 장으로 나아갈 것인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이정희 대표는 국회의원이 된 후 2008년 기륭전자 노동자들을 위해 단식농성을 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를 칭송합니다.


하지만 그 1년 전 그녀는 노조탄압 변호사로서 해고노동자들의 임금지급을 중지하라는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했으며 법정에서 그녀의 논리는 완전 자본의 논리, 반노동자의 논리 그것이었습니다.


제가 이를 들추자 한 통진당 당원이 "그건 변호사로서 당연한 직무수행이다. 별 걸 가지고 다 트집잡는다"는 식으로 불쾌한 심경을 토로했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모든 인권변호사들이 그럼 이정희 변호사처럼 행동할까요? 어떻습니까? 우리동네 창원의 노동변호사로 오래 활동해온 박훈 변호사에게 한번 물어봅시다. 당신도 그렇게 했느냐고?


아무튼 이정희 대표는 이해할 수 없는 여러가지 색깔의 얼굴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노조탄압변호사에서 노조를 위해 단식하는 의원으로, 민노당과 통진당의 대표이면서 동시에 한 음지에 숨은 한 정파의 일원으로 다양한 모습을 보여왔으나 결국 그녀의 최종기착지는 엔엘이라는 정파였습니다.


당이 무너지는 것보다 한 종파가 무너지는 것이 더 뼈아픈 그들......


궁금합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이정희 대표를 위해 "이정희 대표를 보면 눈물이 납니다!"라며 울어줄 그녀의 지지자들이 아직도 건재할지......


진정 역사를 위한다면 연기처럼 사라질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하지 않은가 생각되는 시점입니다. 


<ps> 통합진보당 공동대표 전원 일괄사퇴 뉴스속보를 보고 제 페이스북에 쓴 단상이었습니다. 어제 술자리에서 마주 앉은 우리동네의 한 선배는 너무 허탈하고 황당한지 평소와는 다르게 비스듬히 눕듯이 해서 술을 마셨습니다. 원래 진보신당 당원이었던 그는 적당한 시기에 주변의 동료들을 모아 통진당에 입당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그의 계획은 완전히 물거품이 됐습니다. 아마 아무에게도 그런 말을 다시는 꺼내지 못하게 되었을 겁니다. 진보라는 이름 자체가 웃음거리가 된 마당에 무슨 할말이 있을까요? 


제가 말했습니다. 

"원래 그런 줄 모르셨습니까? 옛날부터 많이 당해오던 오랜 습관이었잖습니까? 너무 그렇게 의기소침하지 마세요." 

그 선배가 말했습니다. 

"그건 그렇지만, 이정희가 그럴 줄은 몰랐다." 

"......" 


저는 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정희에 대해 위와 같은 저의 생각을 말한다면 그 선배의 술자리 기분은 엉망진창이 될 게 뻔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화제를 딴데로 돌리고 계속 술만 부어댔습니다. 열심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