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사이야기

편법은 곧 부정부패의 온상이다

[당운영혁신을요청함] 편법은 곧 부정부패의 온상이다

  - 합리적 상식과 합법적 룰이 대접받지 못하는 곳에선

                         부정과 타락이 독버섯처럼 자라는 법이다.


  최근 민주노동당 경남도당 당원들은 위원장으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편지라기보다는 차라리 선언문이라고 해야 할 내용이었다. 편지의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편지를 읽어본 당원이라면 누구라도 억장이 무너지는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도대체 민주노동당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한나라당도 아니고, 열린우리당도 아닌 우리 민주노동당에서 말이다. 참으로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진동하지 않는다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닌가.


  더욱 이상한 것은 도당 위원장이 구체적 내용을 번호를 매겨가면서 적시했음에도 관련 당사자들은 아무 말이 없다는 것이다. 입이 열이라도 할 말이 없다는 나름 무언의 자기반성인가. 아니면 웃기는 소리 말라는 비웃음의 표시인가. 침묵은 갖가지 억측을 불러온다. 확인되지 않은 소문 아닌 소문들이 바람에 실려 이리저리 떠도는 것이다. 수억대의 선거자금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특정정파로 분류되는 당원들은 도당 위원장이 당원들에게 사태의 전말을 밝힌 데 대하여 극도의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왜 쓸데없는 말을 하느냐는 것이다. 통 큰 단결을 저해할 것이 분명한 긁어 부스럼을 왜 굳이 만드느냐는 것이다. 그런 것은 당원들이 알 필요도 없고 알아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진실을 묻어두자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불만과 분노의 밑바닥에는 어느 정도의 부패와 타락은 어쩔 수 없는 것이며, 특히나 자신들의 정파 출신 도당 간부들이 관련된 사건을 들추어내는 것은 반대한다는 정서가 짙게 깔려 있음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건 명백한 종파주의다. 아니 종파주의로 불러주기에도 과분한 파벌의식이다.


  일부 당원들이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서명운동을 벌이고자 한다는 소리도 들린다. 진실은 밝혀져야 마땅할 것이다. 그래야 민주노동당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진보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며, 대중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고서야 노동자계급과 서민대중의 대표로서 그들에게 당당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진실 이전에 우리 당이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에 대하여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왜 이런 불미스러운 사태가 심심치 않게 진보정당 안에서 벌어지고 있으며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는 것인가. 그 모든 문제의 근원이 결국 정파의 폐단 때문이란 것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자신을 좌파라고 부르는 어떤 이는 한발 더 나아가 주사파로 지칭되는 자민통 그룹은 사상적 경향이나 지향하는 목표가 다르기 때문에 하나의 그릇에 담겨져 있다는 자체가 불가사의라고 말한다. 물론 자민통 출신이라면 또 다른 이야기를 할 것이다. 그러나 문제의 근원을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문제를 해결하기란 쉽지 않다. 끼리끼리 놀며 만들어온 파벌의식을 해소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어쩌면 파벌 속에서 자기 존재 의의를 확인하고, 끼리끼리 어울려 놀면서 행복감을 느껴온 사람들에게 종파주의를 버리라고 하는 건 운동을 하지 말라는 선고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근원적 문제를 해결할 어떤 해답도 제시할 능력도 없고, 그 누구로부터 어떤 해결책에 대하여 들은 바도 없다. 다만 누가 누구를 죽일 것인가 하는 쟁투의 문제만 있는 듯하다. 그래서 결론이 이처럼 공허해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서글프다. 그러나 한가지만은 분명히 말하고 싶다. 이 모든 정파적 폐단과 부패와 타락을 가능케 하는 배경 중에는 우리 당이 합법적 대중정당으로서 대한민국 법령이 규정하고 있는 정당 제도에 대한 몰이해가 버티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몰이해인지 아니면 오기인지 나는 아직 이해하지 못한다. 우리가 굳이 고집을 부려가면서까지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지, 아니면 고집을 꺾음으로 인해 무엇을 잃게 된다는 것인지도 잘 모른다. 다만 이거 하나는 분명히 알고 있다. 우리가 부리는 고집이 바로 오늘날 도당사태와 같은 불미스러운 결과를 초래하는 데 일조를 했다는 점이다.


  편법에 의한 당 운영이 회계부정과 같은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를 가져올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작년에 이런 일이 있었다. 모 회사의 한 여직원이 2억이 넘는 돈을 횡령했다. 그런데 그 여직원은 회사에서 사직하는 것으로 그 책임을 다했다. 의아한 일이지만 그 회사가 부정한 돈을 모집했으며, 그 돈이 부정하게 부정(?)한 곳으로 흘러갔다는 것이고, 가운데에서 경리를 담당한 것이 그 여직원이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는 고개가 끄덕여졌다. 조직이 스스로 불합리하고 비합법적인 시스템을 채택함으로써 조직원이 저지른 부정을 통제할 수도 처벌할 수도 없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개별적 인간을 믿어서는 안 된다. 편법은 조직도 해치고 사람도 망친다.


  편법적으로 당이 운영되고 있는 점이 있다면 하루빨리 개선되어야 한다. 합법적이고 정상적인 당 운영을 할 때 우리는 떳떳하게 국민대중의 심판을 받기위해 고군분투할 수 있을 것이며, 내부적으로도 투명한 운영을 기할 수 있을 것이다. 정상화시켜야할 곳이 또 있다. 도당 산하의 지역위원회이다. 지역위원회의 편법적인 운영은 외부적 문제만이 아니라 내부적으로 상당한 파행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우리 당의 역량에 비추어 현행 체제에서는 지역위원회의 부문, 특별위원회의 왕성한 활동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은 너무도 자명하다. 더불어 지역위원회가 종파 구도의 온상이라는 지적도 개혁을 서둘러야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또 지역위원회 조직 운영을 개선함으로써 도당(위원장)과 지역위원회 소속 당원들의 결속력을 높일 수도 있을 것이다. 지역위원회를 일부 상근자 중심이 아닌 당원 중심의 활동으로 발전시키는데도 한 몫 할 것이다. 침체된 분회활동을 활성화시키는데도 한 몫 할 것이다.


  편법적 당 운영을 혁신하고 당을 쇄신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도당위원장의 진지한 검토와 결단을 요청하는 바이다.    


2007/06/08   정부권


사용자 삽입 이미지

                혁신을 요구할 땐 그래도 애정이 있다는 것이었다. 소용 없는 짓이었고,  당은 깨졌으
                며 우리는 탈당했고 진보신당이 창당되었다. 사진은 당이 깨지기 전 민노당 경남도당
                운영위원회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