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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이야기

오월동주와 민주노동당

[발언대]오월동주와 민주노동당
2008년 01월 18일 (금) 경남도민일보 in@idomin.com

오월동주(吳越同舟)란 말이 있다.

서로 원수지간인 사람들이 부득이 같은 목적을 두고 힘을 합치는 경우를 이르는 말이다. 와신상담(臥薪嘗膽)의 고사에서 보듯 견원지간이 부러우리만큼 원수처럼 싸우던 오나라와 월나라 사람들도 같은 배를 타고 있다가 바람을 만나면 서로 돕기를 좌우의 손이 협력하듯 한다는 뜻이다.

군부독재시절에는 민주화를 열망하는 모든 세력이 하나가 될 수 있었다.


맨 앞에서 반독재데모를 선도했던 학생운동과 노동운동, 시민운동도 하나가 될 수 있었다. 군부독재의 험한 파고 속에서 서로 다른 이념과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민주화투쟁이란 배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어렵사리 강을 건넜다.

'민주화'라는 작은 강을 건넌 이들 앞에 더 큰 강이 나타났다. 이들은 또다시 하던 습관대로 같은 배에 옮겨 탔다. 이번에는 한 번 풍랑을 이기며 강을 건넌 경험을 바탕으로 더욱 튼튼한 배를 만들고 큰 돛도 달았다. 민주노동당호다.

 

오늘날 민노당의 현실


그런데 이번엔 문제가 생겼다. 배도 크고 폼도 나니 처음엔 멀미한다고 안 타겠다던 사람들이 떼로 몰려 승선했다. 그리고 이들은 선장실과 조타실까지 차지하고 자기들이 배를 몰겠다고 떼를 썼다. 결국, 원래 배를 만들었던 사람들과 다투느라 배는 강 한복판에서 오도 가도 못하게 되고 말았다.

바로 오늘날 민주노동당의 모습이 오월동주와도 같다. 다른 점이 있다면 오월동주는 함께 강을 건너는 게 목적이었지만, 민노당호는 한쪽은 강을 타고 남쪽으로 가려 하고 다른 한쪽은 북쪽으로 가려 한다는 점이다. 그러니 오나라와 월나라 사람들처럼 한배를 타고 좌우의 손이 협력하듯 할 수도 없는 일이다.

배를 몰고 북쪽으로 가려는 사람들은 사실은 자기들도 따뜻한 남쪽이 좋다고 한다. 그러면서 떠들지 말고 가만히 지켜만 보라고 한다. 그러나 그들이 갖고 있는 나침반은 '북쪽을 향한 채 바늘이 떨지도 않는 고장 난 나침반'이었다.

2월 3일 전당대회


먼저 배에 탄 이들은 나중에 탄 사람들이 어쩌면 유령이 아닐까 의심한다. 자기들도 따뜻한 남쪽을 원한다면서 자꾸 얼어붙은 강의 북쪽으로 배를 몰고 가고, 나침반은 19세기에 만들어진 듯 바늘이 떨지도 않는다. 정체도 불분명하다. 덜컥 겁이 난 일부 사람들이 배에서 내리려 하지만 강 한복판에서 내릴 수도 없다.

늦게 배에 탄 사람들을 민노당호에서는 '자주파'라고 부른다. 이들은 줄곧 북핵문제나 일심회 간첩사건 등 대북관련 사건에서 친북적 태도를 견지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면서도 종북(從北)주의에 대하여는 모르쇠로 일관한다. 이들이 정말 '존재하면서 존재하지 않는 유령'일지도 모를 일이다.

이제 민노당이 새로운 선장을 뽑아(심상정비대위) 혁명적으로 당을 쇄신하겠다고 한다. 친북노선과 패권주의를 확실히 청산하겠다고 한다.

2월 3일 전당대회를 열어 유령의 실체도 밝히겠다고 한다. 그리하여 서민의 행복을 책임지는 정당으로 거듭나겠다고 한다. 세간의 관심도 과연 배가 어디로 움직이게 될지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보고 있다.

/정부권(마산시 월영동·민주노동당 당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