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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이야기

부러진 화살 박훈, "통진당 빼고 선단일화부터"

4시간쯤 지났죠? 노인네 병원 옮기느라 퇴원수속하고 입원수속하고 다시 사진 찍고 검사하고 좀 정신이 없었습니다. 지난 17일 정치토론회에서 나온 박훈 후보의 발언을 계속 정리해드리겠습니다. 좀 경황이 없는 중이라 논지가 두서없더라도 이해바랍니다.

이날 토론회에서 야권단일화와 관련하여 매우 유의미한 얘기가 나왔습니다. 손석형 후보의 흠결을 이유로 진보신당 김창근 후보가 야권단일화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고 진보후보발굴위원회도 해산한 상태에서 야권단일화는 거의 물 건너 간 것 아니냐는 판단이 나오고 있는데 후보로서 다른 대안이 있느냐는 질문에 나온 답입니다.

“우선 통합진보당을 뺀 나머지 후보들이 선단일화를 하자는데 일정하게(진보신당 김창근 후보측과 민주통합당 주대환 후보측인 듯) 의견을 나눴다. 먼저 우리끼리 선단일화를 하고 거기서 선출된 후보가 다시 통합진보당의 손석형 후보와 통합할건지 말건지는 일임하기로 한다는 내용으로 의견교환이 이루어졌고 곧 다시 논의할 것이다.”

여기에 대해 박훈 후보는 이렇게 부연설명을 했습니다. “만약 내가 선단일후보가 된다면 손석형 후보와 다시 단일화 논의를 하고 투표에 들어갈 것이다. 그러나 김창근 후보가 선단일후보가 돼서 손 후보와는 도저히 단일화 못하겠다고 하면 나도 그에 따를 것이다.”

이 말이 어떤 의미인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일단 박 후보가 야권단일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서 선단일화에 상당한 관심과 공을 들이고 있다는 정도로 이해됐습니다. 선단일화 협상을 성사시키기 위해 선단일후보가 된 사람에게 통진당과의 단일화 결정권을 옵션으로 주자는 것이죠.

어쨌든 박훈 후보는 자신이 선단일후보가 되면 반드시 손 후보와 단일화 협상에 나서겠다고 했습니다. “내가 선단일후보가 됐을 때도 손 후보 측에서 무리하게 자기들에게만 유리한 경선방식을 계속 고집하면 결렬될 수도 있다. 파토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냐에 따라 다를 텐데 내게 책임이 없다면 끝까지 갈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일을 없을 거라고 본다.”

박 후보는 “단일후보로 뽑히고 국회의원에 당선된다면 그 이후에도 계속 무소속으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어떤 특정한 정당을 선택할 것인가?”란 질문에 대해선 이렇게 답해 묘한 여운을 남겼습니다.

“한 동안은 무소속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느 시점이 되면 특정한 당을 선택하게 될 거다. 하지만 그게 어느 당인지 여기서 밝히는 건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물론 박 후보가 말하는 당이 통합진보당이나 진보신당 둘 중 하나일 것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가 어느 당을 선택할 것인지 심중을 지금 밝히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이유도 충분히 짐작이 갑니다.

아무튼 박 후보가 제안했다는 이른바 선단일화가 잘 될까요?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을 생각하면 원칙이니 도덕 따위를 따지는 게 부질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일구이언하는 표리부동을 닮아갈 수도 없는 입장입니다. 이러한 때에 내놓은 선단일화 방안!

좋은 생각인 것 같기는 한데 현실화를 위해선 속된 말로 누군가가 총대를 메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아마도 박 후보가 짐이 가장 적으니 총대를 메기 가장 수월해보이고 그래서 나선 것 같기도 합니다만,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이 말 말고는 별로 없네요.

잘 돼야 한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