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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이야기

박훈, 통진당 손석형 한나라당스럽지만 단일화 해야

“통합진보당 손석형 후보는 한나라당 후보가 되는 게 더 맞는 사람이다. 그의 행동이나 노선은 한나라당이다. 그러나 그런 사람과의 단일화에 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왜냐하면, 그는 어쨌든 통합진보당 후보이고 통합진보당은 여전히 함께 가야할 진보정당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부러진 화살>로 유명해진 변호사 박훈 씨가 한 말입니다. 지난 17일 오후 7시 민주노총 경남본부 3층 강당에서 열린 정치토론회에서 그는 “손석형 후보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왜 비판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앞서 그가 한 말의 골자는 이것이었습니다.

‘손석형 후보가 한나라당스럽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통합진보당은 여전히 진보대통합의 한 축이다.’

그는 구체적으로 김상합 현대로템 노조지부장을 예로 들었습니다. “이런 분들이 통합진보당에 그대로 있다. 그런데 우리가 통합진보당을 배척할 수 있나? 우리가 이런 사람들을 버릴 수 있나? 그럴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의 말을 간단하게 줄여서 말하자면 이런 것입니다. “손석형은 나쁘지만 통합진보당까지 다 나쁘다고 해서는 안 된다.” 저로서는 완전하게 동의할 수는 없지만 그의 입장이 충분히 이해는 됐습니다. 어쨌든 박 변호사는 아직도 진보대통합의 불씨를 살려야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박훈 변호사는 창원을(창원시 성산구)에서 4‧11 총선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했습니다. 통합진보당도 진보신당 후보도 아닌 무소속입니다. 그런 그를 두고 돈키호테 같다고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조직도 돈도 없이 어떻게, 무엇 때문에 나왔냐는 것입니다.

역시 이런 질문이 나왔습니다. “창원은 특히 어떤 조직에 속해 있지 않으면 정치하기 힘든 곳이다. 그런데 무소속으로 나왔다. 좀 무모한 거 아니냐?” 그의 대답은 돈키호테 같다는 평가에 걸맞게 아주 무식하리만치 간단했습니다.

“조직은 만들면 되는 거고 돈은 구하면 되는 아닌가?”

물론 이 말은 돌발적인 질문에 대한 박 후보의 즉흥적인 답변이었을 테지만 박 후보의 출마의도를 어느 정도 엿볼 수 있는 힌트가 들어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무엇일까요? 실패한 진보대통합에 대한 그의 희망과 의지, 그게 아니었을까요?

그는 만약 단일후보로 선출되지 못한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 차기를 위해 준비할 것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번에 선택되지 못한다면 아마도 제가 다시 정치하겠다고 나서는 일은 없을 겁니다. 투쟁현장에서 제 모습을 볼 수 있을 겁니다.”

그는 지난 8년 동안 국회에 진출한 진보정당 의원들 중에 진보정치인다운 의원은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노동정치가 존재하지도 못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습니다. 그는 노동법률 전문가로서 전문성을 살리되 투쟁하는 국회의원 상을 보여주겠다고 했습니다.

박훈 후보의 말을 들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돈도 조직도 없는 시골 노동인권변호사가 돈키호테처럼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나선 이유가 대체 뭘까? 결국 답은 하나였습니다. 통합진보당이 손석형 씨처럼 한나라당스런 후보를 내보냈기 때문이었던 것이죠.

진보후보발굴위원회가 깨진 이유도 손석형 씨가 후보가 되면 곤란하다는 입장이 정리됐지만 이를 무시하고 통합진보당이 손 후보를 뽑았기 때문이라는 후문이 있습니다만, 박 후보는 이를 의식한 듯 “엄청난 난관을 뚫고 통합진보당 후보가 된 분이니 참 존경스럽다”는 말로 우회적으로 비판했습니다.

이날 청치토론회에는 통합진보당 당원들도 상당수 참여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저로서는 매우 의외였습니다(하긴 일전에 한나라당 선거운동을 하는 통진당 당원 이야기를 제 블로그에 썼던 적도 있긴 했었죠). 그들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 당의 정체성 문제로 고민이 많다. 그런데 이번에 후보문제(손석형 후보사태)까지 터지면서 탈당까지 고민하고 있다.”

저는 아직 그들이 얼마나 박훈 후보에 대해 지지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합니다. 다만 분위기상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조직적 소속감이 가지는 장애에도 불구하고 상당수가 불만을 가지고 이탈할 조짐을 보이고 있거나 이미 이탈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아, 그런데 당신은 왜 그 정치토론회에 갔었던 것이냐고요? 저야 뭐 당연히 취재 때문에 갔던 것이죠. 블로거기자도 기자니까. 저는 처음에 ‘박훈 후보의 출마에 불평을 가진 사람들이 왜 출마했냐고 청문회를 하는 자리’라 해서 호기심에 갔던 것인데, 그런 자리는 아니었습니다.

박훈 후보에 호감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자리였습니다. 그러나 내용은 사실상 원래 제가 알고 갔던 그대로 그렇게 흘러갔습니다. 아주 재미있고 유익한 자리였습니다. 박훈 후보의 정제되지 않은 거침없는 답변이 흥미진진한 자리를 만들어주었습니다.

박훈 후보는 이 자리에서 야권후보단일화를 위한 방안을 하나 제시했습니다. 그의 말에 의하면 진보신당, 민주통합당 후보들과도 교감을 한 내용이라고 했습니다. 제가 그 내용에 대하여 일부에 확인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대체로 틀리지 않은 말이었습니다.

궁금하시죠? 그 내용은 4시간 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