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리맨 초한지, 매우 재미있는 드라마입니다. 기획이 기발합니다. 유방과 항우를 축으로 번쾌, 장량, 범증 등이 벌이는 게임이 흥미롭습니다. 어쩌면 늘 보아오던 식상한 스토리일 수도 있는 평범한 드라마가 살짝 비튼 기발한 아이디어로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 드라마에선 연기자들도 매우 기발한 배우들이 등장합니다. 유방 역의 이범수입니다. 연기력이 뛰어난 아주 훌륭한 배우죠. 항우 역할을 맡은 정겨운 역시 좋은 배우입니다. 그런데 저는 정려원이 그렇게 훌륭한 배우인지 예전엔 미처 몰랐습니다.
정려원의 극중 역할 이름이 백여치인데, 정말이지 여치 같기도 하고 백치 같기도 한 묘한 캐릭터를 잘 소화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잘 소화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만의 매력도 마음껏 뽐내고 있었습니다. 아무튼, 예전엔 미처 몰랐습니다.
오늘 초한지를 보고 나서 초한지에 대한 반응이 어떤지 궁금해서 인터넷을 검색해봤습니다. 거기에 보니 이런 얘기가 있네요. 물론 연예뉴스 기사 내용입니다. 이렇게 빨리 소식을 전하는 건 연예뉴스밖에 없습니다.
“‘샐러리맨 초한지’ 정겨운, 정려원 인공호흡 하나로 감정변화 시작?”
아유, 그런데 어떻게 똑같은 드라마를 보고도 이렇게 다른 해석이 나올 수 있을까요? 저는 완전 반대로 봤거든요. 제가 만약 이 연예기사를 썼다면 제목을 이렇게 달았을 거 같습니다(그냥 제 생각일 뿐이니 기자님, 오해하지 마셔요).
“‘샐러리맨 초한지’ 정겨운, 정려원 인공호흡 하나로 감정 완전정리!”
무슨 말이냐고요? 제가 보기엔 이 인공호흡 하나로 최항우의 마음은 차우희에게로 완전히 기울게 되었고 또 백여치는 항우에겐 단 한 조각도 내어줄 마음이 없다는 것을 우리에게 여실히 보여주었다는 것입니다.
항우는 마음이 흔쾌하진 않지만 범증의 계략에 따라 여치에게 접근할 생각이 있었습니다. 어쨌든 여치는 진시황의 유일한 혈손이며 천하그룹의 후계자임에 틀림없습니다. 여치를 잡게 된다면 천하그룹을 얻게 되는 것은 훨씬 수월해지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전해지는 역사(소설)를 통해 알고 있는 것처럼 항우는 매우 우직한 인물입니다. 순정에도 약합니다. 곽말약이 쓴 <족발>에 나오는 항우는 의리를 소중하게 여기는 용장입니다. 거기서 그는 사랑하는 오추마를 종리매에게 맡기고 장렬하게 최후를 맞이합니다.
샐러리맨 초한지에서 항우는 좀 괴팍스럽고 잔재주에 능하며 약간 야비한 인물로 그려지고 있기는 합니다만, 역시 여자에 관한 그의 본성은 순정파입니다. 그래서 범증의 계략을 상기하고 여치의 입술에 진짜 키스를 하려던 그가 돌연 고개를 돌리며 소리치는 것입니다.
“당장 나가. 다시는 이곳엔 들어오지 마. 영원히. 넌 절대 여기 들어와선 안 돼.”
저는 이로써 여치와 유방, 우희와 항우의 연인관계가 확실히 정립됐다(뭐 정립이란 표현까지 쓸 건 없지만)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보셨다시피 이름처럼 여치인지 백치인지는 항우에게 인공호흡을 실시하고 나서도 아무 생각 없습니다. 말 그대로 ‘실시’ 했을 뿐입니다.
여치는 이미 유방으로 인해 상사병에 걸렸으니까요. 여치가 인공호흡 하나로 항우에게 감정변화가 일어난다는 건 상상할 수도 없고 말도 안 되는 이야깁니다. 그건 여자 백여치의 순정에 대한 모독이죠(실제의 여치-여태후는 아주 무서운 여자였답니다). 아무튼, 결론은 이겁니다.
항우, 여치에게 키스하려다 자신의 진짜 사랑을 깨닫다!
이제 다음 회부터 항우는 본격적으로 우희에게 구애를 하게 될 것이고 우희 또한 그런 항우에게 슬슬 넘어가겠죠. 항우와 우희의 사랑은 패왕별희의 모티브가 될 만큼 대단했죠. 사면초가란 성어가 나온 해하에서도 절절했다죠? 과연 샐러리맨 항우와 우희의 사랑은 어떨지….
아, 드라마에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해 하실 독자들을 위해 잠깐 연예뉴스의 기사내용 일부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제가 하나하나 설명하려니 시간도 늦었고 잠도 실실 오기 시작하네요. 모두들 즐거운 잠자리 되시기를…, 아, 이 글은 낼 아침에 올라가지, 아무튼….
▲ 이미지=TV Daily
☞샐러리맨 초한지' 정겨운, 정려원 인공호흡 하나로 감정변화 시작?
티브이데일리 곽현수 기자
13일 오후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샐러리맨 초한지'(극본 장영철, 정경순, 연출 유인식) 13회에서 항우(정겨운)는 땅콩 알레르기를 이유로 목숨을 잃을 뻔한 위기에 처하게 됐다.
이에 앞셔 항우의 집에는 여치가 와 있었다. 항우가 내어 준 경영수업 과제를 해결한 여치가 의기양양하게 새벽난입을 시도했던 것.
이후 항우는 여치가 무심코 들고 온 땅콩 샌드위치를 먹게 되고 이로 인해 발생한 반응으로 호흡곤란의 위기를 맞게 된다.
결국 당황한 여치는 어쩔 수 없이 항우를 살리기 위해 인공호흡을 실시하고, 뒤이어 정신을 차린 항우는 자신을 살려 준 원수의 손녀에게 미묘한 감정을 느끼고 혼란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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