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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이야기

환경연합, 투명회계만이 살길이다

환경운동연합은 1993년 4월 결성된 국내 최대의 민간 환경운동 조직입니다. 그동안 환경운동연합이 이루어낸 녹색 성과들은 이루 열거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지대한 공헌을 했습니다. 더불어 환경운동연합의 위상도 높아졌습니다. 사회적 발언권도 세졌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시민단체 가운데 하나가 된 것입니다. 

환경운동연합과 세계 NGO들이 연안매립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경남도민일보


그러나 그런 환경운동연합에 시련이 닥쳤습니다. 그 시련은 외부로부터 불어온 바람 탓이 아니라 내부에서 곪아터진 종기 탓이었습니다. 이 종기는 곪을 대로 곪아 이제 수술을 하더라도 건강을 회복할 수 있을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할 정도로 깊게 썩어 있었습니다. 그 종기는 다름 아닌 공금 횡령이란 악성 종양이었습니다.   

항상 위기는 내부로부터 온다

금년 2월 3일, 진보정당을 자처하던 민주노동당이 깨졌던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도 바로 ‘돈’ 문제였습니다. 민주노동당 역시 ‘가난과 역경’을 딛고 주요 정치세력으로 성장했지만, 그와 함께 내부에 독버섯이 자랄 토양도 함께 자랐습니다. 민주노동당은 지난해 초부터 경남을 비롯한 광주, 울산 등지에서 회계부정과 수억대의 공금 횡령에 대한 의혹들이 계속 제기되었습니다.

그러나 평당원들이 제기하는 이러한 의혹들은 지도부에 의해 묵살되었습니다. 오히려 문제를 제기하는 쪽을 분열주의자로 몰아붙이며 수구보수 세력에 협조하는 세력으로 매도했습니다. 검찰에 수사의뢰하자는 주장을 ‘적들’에게 동지를 팔아넘기는 행위로 몰아붙였습니다. 검찰과 경찰이 권력의 시녀 노릇을 해온 오랜 역사가 있긴 하지만, 공당의 책임있는 분들이 아무 때나 ‘적’이란 표현을 함부로 쓰는 것에 대하여 저는 아직도 의구심을 떨치지 못합니다. 

결국 서민의 희망이었던 민주노동당은 깨졌습니다. 물론 표면적인 이유는 북한공작원과 내통하고 간첩죄 혐의로 구속된 당 사무부총장과 중앙위원의 처리에 대한 대립이었습니다만, 이와 함께 회계부정 문제도 중요한 이슈였습니다. 많은 분들이 민노당의 종북주의를 탓하지만, 사실은 종북주의가 가진 폐쇄적이고 독단적인 면이 더 문제였습니다. 동지라는 이유로 간첩행위도 옹호해야 하고 회계부정과 공금횡령 의혹에도 눈 감아야 하는 폐단이 더 문제였던 것입니다.

존폐의 기로에 선 환경연합

환경운동연합이 존폐의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가톨릭대학교 이시재 교수의 말씀처럼 “우리 사회는 환경연합이 무력화되길 바라는 개발연합이 있습니다.” 환경운동연합은 바로 이들 개발세력이 사익 추구를 위해 저지르는 새만금 간척, 그린벨트 해제, 수도권규제 완화, 그리고 이 모든 것의 총결산인 한반도 대운하를 저지하기 위해 최일선에서 싸워왔습니다. 따라서 환경운동연합의 좌초는 최근 이들 개발연합과 더불어 확장되는 우파세력에겐 쾌재를 부를 일이겠지만, 대한민국엔 크나큰 재난이 아닐 수 없습니다. 

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박봉에도 인생을 걸어 환경운동을 하고 있는 수많은 일선 활동가들에겐 청천벽력이었을 것입니다. 람사르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창원에 내려와 있던 한 여성 활동가는 사건의 소식을 접하고 이 교수에게 전화를 걸어 통곡을 했다고 합니다. 실로 “가슴에서 뜨거운 슬픔이 강물처럼 줄줄 흘러내렸”을 것입니다. 이에 가톨릭대 이시재 교수는 눈물로 호소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에게 호소합니다. 위기에 빠진 환경연합을 구하여 주십시오. 환경연합은 우리 사회의 정말 귀중한 공공재산입니다.”    ▷
http://kfem.or.kr/ 환경운동연합 홈페이지

맞습니다. “환경운동연합은 사익을 추구하지 않고 공익을 추구하며, 현세의 행복만 추구하지 않고 미래세대의 행복을 걱정하는” 헌신적인 활동가들로 조직된  공공의 자산입니다. 따라서 우리 모두가 나서서 우리의 자산을 지켜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 이전에 먼저 환경운동연합이 결자해지의 자세로 철저한 자체 진상조사를 통해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고 이를 국민 앞에 내어놓는 뼈를 깎는 자기 반성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재앙을 막는 길은 투명한 조직과 회계 뿐

조직이 비대해지고 사회적 영향력이 커지는 만큼 민주적인 조직운영과 투명한 회계는 필수적입니다. 특히 회계가 투명하지 않고서는 어떤 신뢰도 얻을 수 없다는 것은 이미 앞서 민주노동당의 예에서도 보았습니다. 천주교에서는 이미 지난해부터 공인회계법인을 통해 장부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진보적인 정당이나 시민단체들이 교회의 회계수준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현재의 실정입니다. 

저는 환경연합 회원은 아니지만 환경연합을 사랑하고 지지하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 부탁드리겠습니다. 내부에 발생한 악성종양을 과감하게 도려내는 수술을 단행하십시오. 설령 수술로 인한 심각한 후유증이 걱정되더라도 단호한 태도를 보이십시오. 검찰과는 별도로 대대적인 내부조사에도 착수하십시오. 그리고 민주적인 조직운영과 투명한 회계에 대한 비전을 국민 앞에 제시하십시오. 

그리하면 환경연합의 눈물을 국민들이 거두어주리라 믿습니다. 왜냐하면 환경연합의 좌초로 대한민국이 재앙에 빠지는 걸 바라는 국민은 별로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2008. 11. 4.  파비
습지와 인간
카테고리 시/에세이/기행
지은이 김훤주 (산지니,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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