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블로거 합동인터뷰가 좀 실망스러웠다는 지적 ☞글 제목이 떠오르지 않는 글(장복산) 에 대해선 저도 별로 반박하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사실 저도 인터뷰가 진행되는 중에도 내내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선 자리배치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오늘은 이 얘기만 하겠습니다.

아무데나 앉아서 하면 되지 뭘 그런 걸 다 신경 쓰느냐고요? 네, 형식이란 게 별로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앉건 질문만 잘하고 답변만 제대로 하면 될 일입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엔 형식을 차리지 않으면 내용이 완전 실패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는 이번 합동인터뷰가 바로 그런 경우였다고 생각합니다. 2월 3일 오후 2시, 경남도민일보 3층 강당에 도착했더니 벌써 앞자리는 먼저 온 블로거들과 다른 참관자들이 대부분 차지하고 앉았더군요. 그래서 맨 뒷자리에(빈 자리가 한두 개밖에 없었음)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 블로거합동인터뷰 모습. 맨 오른쪽에 서서 발언하는 분이 임재범 후보다. @사진=실비단안개

그런데 제가 잠깐 화장실에 볼일을 보고 온 사이에 다른 누군가가 그 자리를 차고 앉았던 것입니다. 마침 그 자리에 주최 측이 배포한 유인물과 필기구가 있었던지라 “여긴 제 자립니다만” 하고 양해를 구했더니 그분이 힐끗 쳐다보고는 매우 불쾌하다는 표정으로 일어나더군요.

“이거 원 초장부터 완전 기분 잡치는데….”

뭔가 불길한 저의 예감은 인터뷰가 끝날 때까지 내내 인터뷰장내를 감돌았습니다. 어떤 후보가 얘기를 하는데 방청석에서 “거 좀 질문에만 답하고 딴소리는 하지 마쇼”라든가 “아 거 하나도 안 들리네. 마이크 제대로 들고 하쇼” 하는 면박들이 날아다니기도 했습니다.

“아, 이거 뭐야” 하면서도 별다른 내색을 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사실 좀 무서웠습니다. 인터뷰장내를 차지하고(!) 앉은 사람들 중 상당수는 뭔가 커다란 각오를 하고 온 듯 보였습니다. 제가 보기에 이분들은 특정후보의 지원부대들이었습니다.

인터뷰를 하는데 한 후보의 발언이 끝나고 나면 박수가 터져 나오는 장면도 참으로 어색했습니다.

“아, 이거 뭐야. 인터뷰 하는 거야, 후보들 유세 들으러온 박수부대야?”

아무튼 거기까지는 좋았습니다. 그 정도야 뭐 약간 불편하긴 했지만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문제입니다. 문제는 중간에 벌어졌습니다. 도대체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저로서는 아직도 알지 못합니다만, 무소속 임재범 후보가 재미있는 쇼를 하나 연출했습니다.

그러니까 이런 것입니다. 사회자(김훤주 경남도민일보 전문기자)가 물은 공통질문에 임재범 후보가 엉뚱한 답변을 하면서 막 열을 내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한 겁니다. 상당히 다혈질적인 사람이었습니다. 장내가 술렁거린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요.

그러자 방청석에 있던 진해의 정모 시의원이 벌떡 일어나 “조용히 해라. 왜 쓸데없는 소리를 하느냐”면서 고함을 질렀습니다. 어안이 벙벙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임재범 후보도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참관자로 방청석에 앉아있던 정모 의원도 어처구니없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사회자와 인터뷰를 하기 위해 모인 블로거들이 그들에겐 안중에도 없는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장내에는 분명히 <19대 총선 진해 야권단일후보 초청 블로거합동인터뷰>라는 행사제목이 크게 붙어있었습니다. 혹시 민주당 소속의 정모 의원은 이 자리가 시의회 청문회인 것으로 착각한 것은 아닐까요?

아무튼 원인은 임재범 후보가 제공했습니다. 나중에 그는 제지하는 사회자를 향해 “사회 똑바로 보시요!”라고 소리쳐서 더 큰 웃음을 제공하는 촌극을 빚기도 했는데 상당히 뼈 있는 말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엉터리 같은 폭력적인 행동만 부각되는 결과를 낳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저는 임 후보보다 정모 의원이 더 얄미웠습니다. 그녀는 공통질문이 끝나자 함께 온 일행과 해야 할 일을 다 했다는 듯이 휑하니 떠나버리고 말았습니다. 남의 잔칫집에 가서는 실컷 깽판치고는 “우린 먹을 거 다 먹었으니 잘 놀아라!” 하는 모습이 연상됐다면 좀 지나칠까요?

저는 이런 해프닝들이 모두 자리배치의 잘못에 있었다고 말하고 싶은 것입니다. 후보들과 블로거들이 그리고 블로거들과 블로거들이 서로 얼굴을 확인하며 질문과 답변, 그리고 무언 유언의 의사들을 서로 나누는 가운데 인터뷰가 진행됐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하는 것입니다.

만약 <블로거합동인터뷰>라는 행사명이 여섯 명 후보들의 뒤에 큼지막하게 붙어있지 않았다면 이 자리가 과연 블로거들과 총선후보들의 인터뷰 자리인지 아니면 각 후보들의 지지자들이 모여서 여는 유세장인지 분간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저는 정말 그랬습니다.

어쩌면 임재범 후보가 황당하기 짝이 없는 해프닝을 연출한 것도, 정모 의원이 주제넘게 뛰어들어 꼴불견을 보여준 것도, 가끔 방청석의 참관자들이 이런저런 끼어들기를 시도한 것도 모두 자리배치의 애매모호함에 따른 착각 때문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아무튼 이날 합동인터뷰는 그렇게 생산적이지 못했습니다. 너무 많은 후보들을 한꺼번에 앉혀놓고 여는 인터뷰에 얼마나 큰 기대를 할 수 있을까 걱정이 없었던 것도 아니지만 역시 예상하던 대로 됐다는 것은 매우 슬픈 일이었습니다.

아니 어쩌면 원래 주최 측의 기획의도가 블로거들이 중심이 아니고 경남도민일보가 준비한 공통질문 위주로 가고 나중에 블로거들과 참관자들에게 개별질문 기회를 주는 방식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공통질문이 끝난 뒤 사회자가 “(임재범 후보 때문에) 물의도 있고 해서 블로거들에게만 질문기회를 주도록 하겠다” 했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이렇든 저렇든 이날의 블로거합동인터뷰는 블로거합동인터뷰가 아니었습니다. 블로거들은 이곳저곳 구석자리에 앉아서 참관자의 한사람일 뿐이었으며 단지 일반 참관자들에 비해 질문기회를 부여받았다는 것뿐이었습니다. 그것도 모두에게 기회가 돌아가지도 않았습니다.

그리하여 저는 장복산님이 쓰신 <글 제목이 떠오르지 않는 글>에서 밝힌 한 진해시민의 “블로거들 질문이 대부분 하나마나한 것이었다. 생계유지, 통합 찬성반대, 야권단일화 찬성반대 같은 너무 뻔하고 허접한 질문만 했다”는 아쉬움에 대해 이런 식으로 댓글을 달았던 것입니다.

“블로거들이 사전 연구와 날카로운 질문을 준비 못한 잘못도 있지만, 전적으로 블로거들의 책임만은 아니다. 블로거들에겐 질문기회가 별로 주어지지 않았다. 말이 블로거합동인터뷰지 실상은 경남도민일보가 준비한 공통질문 위주로 진행됐다. 질문 못한 블로거도 많았다.”

이렇듯 블로거들은 주체가 아니라 그저 손님일 뿐이었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그것은 자리배치에서 그대로 드러났고 참관자들(실상은 특정정당 혹은 특정후보의 동원부대)의 행동으로도 표출됐습니다. 제 생각이 틀렸을 수도 있지만 아무튼 제 생각은 그랬습니다.

ps; 이어서 임재범 후보가 일으킨 해프닝, 선거제도개혁에 대한 후보들의 태도, 블로거들의 질문태도나 내용, 야권단일후보를 대하는 후보들의 태도, 국회의원이 진해시 대표다? 등에 대한 글들이 나올 수 있을 것 같군요. 계속 관심 가져 주셨으면 합니다.

아, 그리고 주최 측에... 아마 통합진보당에서도 후보가 나올 것 같은데 그분 인터뷰는 어떻게 할 것인지도 생각해주셨으면 합니다.

Posted by 파비 정부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