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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야기

목포 횟집과 마산 횟집, 상다리 비교

지난 연말에 이어 지난주에도 목포에 다녀왔습니다. 목포에 가면 어김없이 가는 집이 북항에 있는 돌수산횟집입니다. 우리 형님이 목포에 정착해 32년을 살면서 가장 좋아하고 아끼는 후배입니다. 아니 어쩌면 그 반대로 그 후배가 우리 형님을 좋아하고 아끼는 것일지도.

아무튼 내려가는 내내 노인네도 아니고 “어디쯤 왔냐?” “몇 시 도착이냐?” 하고 전화로 귀찮게 굴더니 돌수산횟집에다가 상을 떡하니 차려놨습니다. 지난 연말에는 우리 동네 아는 형님 두 분이랑, 그리고 지난주에는 아들, 딸 데리고 갔었는데 연타로 돌수산횟집….

▲ 회가 나오기 전의 찌개다시. 오른쪽 반은 못찍었다. 스마트폰 카메라 성능이 별로다. 흐미하다. 이해해주시길...

상다리가 휘청하겠더군요. 이거 농담이 아니고 진담입니다. 정말이지 상다리 두께가 좀 있어서 그렇지 가느다란 다리였다면 여지없이 디비졌을 것이라고 장담합니다. 흠~ 여튼, 제가 이쯤에서 20여 년 전 제 친한 친구 종길이랑 목포에 놀러갔을 때 일화를 하나 소개해드립죠.

위 내용으로다가 충분히 짐작하셨듯이 우리는 형님의 초대(혹은 무단방문일지도)를 받아 목포로 내려갔습니다. 형님의 안내로 신안 비금도에 가서 이틀을 잘 놀고 돌아오는 날이었습니다. 형님과 헤어진 우리는(네 명이었음) 배가 고파서 어느 식당으로 들어갔습니다.

▲ 그 유명한 다금바리. 자연산은 키로에 50만원, 양식은 25만원이다. 이건 양식이다.

여러 가지 메뉴가 있었습니다만, 당근 가장 저렴한 백반을 시켰습죠. 당시 한 2천 원 정도 했을라나요? 기억이 잘 아닙니다만, 아무튼 그렇게 시켜놓고 얌전히 기다렸죠. 계산이 딱 맞았거든요. 밥값 내고 마산까지 차 기름값 제하고 나면 휴게소에서 음료수 딱 한잔씩….

그런데 웬걸? 상이 차려지는데 이거 입이 떡 벌어져 다물어지지가 않을 지경입니다. 그야말로 오만가지 반찬이 다 나오는데 상다리 부러지겠습니다. 제가 젤로 좋아하는 꼬막도 나오고, 갖가지 젓갈들. 암튼 이름 모를 괴기들이 한상 그득하니, 사이사이에 풀들이 가끔 보이고….

“야, 종길아. 이거 우리가 잘못 시킨 거 아이가? 백반 시킨 거 확실하나?”

“아, 백반 시킨 거 맞는데, 아, 와 이러지? 혹시 여기 전라도라 우리 보리문디들 말을 잘못 알아들은 거 아일까?”

“그건 아인 거 같은데. 분명히 백반이라고 했고, 자기도 백반 같다주겠다 했거든.”

“야, 여서는 백반이 혹시 한정식 아이가? 우리는 오입을 거시기라 하지만 여서는 가출하는 걸 오입이라 한 대메.”

“야, 이거 큰일 났는데. 잘못하면 우리 집에 못가겠다.”

그렇지만 우리는 불안에 떨면서도 자존심이 있어서 물어보지도 못하고 그냥 얌전히 앉아서 상이 다 차려지길 기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쇠도 소화시킬 20대 후반의 젊은 총각들이었던 우리는 밥이 나오자 허겁지겁 숟가락질을 해대기 시작했습니다. “우와, 맛있다!”

나올 때 이빨(사람은 ‘이’라고 해야 하지만 원초적으로 먹었다는 의미에서)을 쑤시면서 계산을 하는데 우리는 다시 한 번 놀라고 말았습니다. 2,000×4=8,000원(아니면 이보다 더 쌀 수도 있음. 당시 밥값이 생각 안 남) 한숨을 내쉬며, “살았다.”

돌아오는 내내 얼마나 뿌듯하던지. 저의 사랑스런 애마 ‘프라이드 벤츠’ 트렁크엔 싱싱한 육젓 네 통자가 편안하게 잠들어있고…. 목포란 곳은 이런 곳이었죠. 나중에 알게 됐지만, 막걸리를 한 병 시켜도 이렇게 반찬을 푸짐하게 주더군요.

▲ 세발낙지 한접시도 보이고, 강원도에서 내려온 듯한 명태 새끼 비슷한 것도 보이고...아삭아삭한 멍게, 해삼, 키조개살 등등등등^^ 이것만 해도 크~

그런데 이 돌수산횟집은 그런 목포에서도 정도가 좀 지나친 집이었습니다. 혹시 우리 형님 때문 아닌가 싶어 옆에 상을 살짝 훔쳐보았더니 역시 거기도 상다리가 휘청. ‘목포는 항구다!’ 역시 목포는 항구였습니다. 인심 만선의 항구!

▲ 농어살을 집어든 우리 딸내미. 잠깐 딸자랑 하자면 이번에 창원교육청 선발 영재교육원에 합격했다. 선발시스템에 문제가 있었나? ㅋㅋㅋ

지난주 목포갔다 올라오면서 형님을 차로 모시고 와서는 “자, 그럼 이번엔 우리 마산의 횟집으로 한번 가봅시다” 해서 마산 어시장 장어구이골목의 한 횟집으로 갔습니다. 대자 한 접시에 7만원. 목포에서도 농어 한 접시에 7만원 했으니 가격은 뭐 거기서 거기.

하지만, 찌개다시에서 차이가 완연한 만큼 가격 대비 만족도에선 목포가 완승! 아 물론 계산을 대봐도 목포가 훨씬 싸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같은 돈 주고 목포의 횟집은 오만가지 해물을 다 먹을 수 있으니까요. 아래 사진으로 비교들 해보시길….

보시다시피 목포도 항구고 마산도 항구지만 확실히 차이가 납니다. 가고파는 마산이 아니고 목포란 것을 확실히 알 수가 있지예? ㅋㅋ~ 암튼, 언제든 저하고 목포 같이 가자 하시면 같이 갈 수 있습니다. 단, 기름값이 좀 마니(money) 나옵니당~ 유념하시길… 흐흐흐.


ps; 혹시 목포 북항 가시는 분은 돌수산횟집 찾아가서 우리 형님 이름 대면 좀 더 마니 줄지도... ㅎㅎ

▲ 여기가 마산 어시장의 모 횟집 사진. 정말 찍을 게 없다. 그래서 아무 생각없이 있다가 아차, 비교삼아 찍어보자 해서 찍었다. 회 맛은 있었다. 물론 목포 회가 더 맛있었다. 목포 농어맛은 쫄깃쫄깃한 게 일품이었다. 아, 목포는 항구다!

▲ 목포북항 돌수산횟집입니다. 다음 메인에 올라간 김에 대접 잘 받은 데 대한 보답 차원에서 광고 좀 하겠습니당~ 널리 이해해주시와요... 오른쪽은 형님 후배기도 한 횟집 사장님. 사진은 외람되게도 찍은 사진을 못찾아서 모 까페에서 급히 빌려왔음. 서로 좋은 사이니 뭐라 하지는 않을 걸로 봅니다만. 홈페이지(혹은 까페)도 있다고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