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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야기

경남NGO박람회, 빗속에서도 성황리에 잘 끝내

2011 경남엔지오박람회가 빗속에서도 성황리에 끝났습니다. 박람회 마지막 날 11월 6일, 아침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박람회가 끝날 때까지 쉬지 않고 대지를 적셨지만 박람회에 참가한 시민단체들의 열기를 식히지는 못했습니다. 100여 개의 시민단체 부스는 쏟아지는 빗줄기 속에서도 활기가 넘쳤습니다.

물론 비로 인해 시민들의 참여는 저조했습니다. 그러나 부스를 마련한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결코 실망하는 법이 없이 단 한사람에게라도 자신들의 활동을 알리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경남도청 앞 잔디광장에 마련된 엔지오한마당 행사장에는 보수와 진보를 망라한 다양한 시민단체들의 부스가 다양한 색깔을 뽐내고 있었습니다.

▲ 자연보호연맹 회원이 한 시민에게 꽃씨를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

‘창원자연환경보호연맹’은 사단법인으로 중앙에 본부가 있고 경남과 창원에 각각 하부단위로 운영되는 조직이라고 했습니다. 이 단체의 부스 앞에 선 한 시민이 “혹시 정부가 주도해서 만들어진 단체 아니냐?”고 묻자 크게 부정하지는 않았지만 자신들은 “환경훼손을 막는 단체는 아니고 훼손된 환경을 복구하는 단체”라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즉 창원천이나 도로변, 공원 등에 버려진 쓰레기들을 줍고 생활하수를 깨끗하게 하기 위해 특수세제를 만들어 쓰는 법을 보급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들은 친절하게 커피를 타주며 마당이나 화분에 꽃을 키워보라며 꽃씨를 종류별로 주기도 했습니다. 자신들의 활동에 대단한 자부심이 있는 듯이 보였습니다.

‘꽃들에게 희망을’이란 단체는 저소득층 청소년들과 독거노인들을 지원하는 단체입니다. 이들이 가장 고민하는 것은 먹거리입니다. 일단 먹어야 산다는 것이 이들의 모토인 듯싶습니다. 그래서 이 단체의 대표인 설미정 씨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쌀이든 부식이든 가리지 않고 감사하게 받으니 보내만 주세요” 라고 말하고 다닙니다.

이날도 역시 먹거리 지원이 장기인 이 단체는 전을 부치고 오뎅과 달걀을 삶아 파는 등 재원확보에 열심이었습니다. 이 단체의 중고등학생 친구들은 삶은 달걀판을 들고 행사장을 돌며 직접 판매도 했습니다. 한 개에 오백 원. 좀 비싸 보이긴 했지만 사랑의 마음으로 먹는다면 그깟 오백 원이 대수겠습니까?

▲ 수지침을 맞은 손을 보여주고 있는 서정홍 시인과 죄송하게도 이름 모를 한분. 고려수지침협회 부스가 너무 복잡해 경남정보사회연구소 부스에 앉아있었다.

가장 인기 있는 단체의 부스는 고려수지침협회였습니다. 마치 의료자원봉사를 나온 듯한 풍경의 이 단체 부스는 상담을 하고 수지침을 맞는 사람들로 북적였습니다. 아마도 이번 경남엔지오한마당에서 가장 큰 성과를 거둔 단체를 꼽으라면 고려수지침협회를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가장 즐겁고 보람찬 단체를 꼽으라면 장애인 단체들을 들 수 있겠습니다. 이번 박람회의 슬로건은 ‘모이자, 즐기자, 만들자’입니다. 이 슬로건을 가장 잘 드러낸 것이 바로 장애인단체들이었습니다. 이들은 비가 오는 속에서도 스스로 모여 즐기고 행사를 만들어나갈 줄 아는 지혜를 가졌습니다.

특히 경남장애인자활센터 회원들은 공던지기 놀이 등을 하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습니다. 그들은 장애인들이었지만 어떤 비장애인들보다 훌륭했습니다. 힘겹게 공을 들어 몇 차례의 시도 끝에 공 맞추기를 하는 모습에서는 진한 감동마저 묻어났습니다. 이들의 더불어 놀 줄 아는 모습은 오히려 그러지 못하는 비장애인들이 장애가 있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했습니다.

▲ 경남장애인평생학교와 장애인자활센터 회원들의 즐거운 놀이 모습

아쉬운 점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전날(5일) 있었던 엔지오 콘스트와 개막공연은 썰렁했습니다. 6~7백석이 된다는 경남도청 대강당은 겨우 200석을 넘지 못했습니다. 엔지오 콘서트의 개막강연이라고 할 수 있는 이상돈 교수의 강연이 오후 1시부터 시작됐지만 처음에 80명 정도로 시작했다가 끝날 때쯤에는 100여명 정도 되었습니다.

오후 6시까지 계속된 엔지오 콘서트는 그런 정도의 저조한 참여 속에 조촐하게 진행됐습니다. 그러나 콘서트는 절대 조촐하지 않았습니다. 세 꼭지의 엔지오 콘서트 중간중간에 마련된 짧은 공연은 매우 감동적이었습니다. 두 명의 여성운동가와 함께 진행한 박경화 선생의 콘서트는 실로 압권이었습니다.

▲ 엔지오 콘서트 중간에 짤막하게 마련된 합창단 '철부지' 공연

이렇게 훌륭한 콘서트를 이렇게 조촐한 참여 속에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00여개가 훨씬 넘는 엔지오 단체들에서 다섯 명씩만 모인다고 해도 대강당은 꽉 들어차 발 디딜 틈이 없었을 것입니다만 그리 되지는 못했습니다.

콘서트도 훌륭했지만 이상돈 교수가 해준 특별강연도 정말 훌륭했습니다. 그의 강연은 굳이 이 나라에 왜 합리적 보수라는 말이 필요한지를 실감나게 해주었습니다. 그는 작은 정부를 지향하며 쌍용자동차 사태에 대해 경쟁에 진 회사의 노동자를 위해 왜 정부가 나서야 하는가라고 생각하는 것에서 보듯 확실히 보수주의자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이명박 정부는 보수도 아니며 작은 정부를 지향하고 있지도 않다고 했습니다. 보수주의자 이상돈이 보는 4대강 사업은 실로 보수파에 재앙이었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상식에 어긋나는 정치행동으로 보수를 곤란한 지경에 처하게 만들었다고 그는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한-중 열차페리 구상에 대해서도 그는 실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라고 비꼬았습니다. 이들이 모두 보수를 우습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강연을 들을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생각하는 것은 그렇다면 이른바 진보파들은 그들과 다른가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지 않을까 해서였습니다.

반면교사니 타산지석이니 하는 말이 있지만 우리는 역사를 통해 사람이란 대체로 반면이나 타산을 닮거나 닮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상돈 교수의 주장들은 보수파도 진보파도 들을만한 혹은 생각해볼만한 지점들이 매우 많았습니다. 그래서 이어진 콘서트와 더불어 더욱 아쉬운 시간들이었습니다.

▲ 박경화 선생이 진행하는 엔지오 콘서트의 한 장면

경남엔지오박람회를 최초 제안한 단체는 경남정보사회연구소였지만 다양한 단체들이 이 행사를 만들기 위해 약 6개월 가까이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와이엠씨에이, 여성회, 환경연합, 헌병전우회 등 여러 단체의 대표 혹은 실무자들이 추진위원으로 참여해 활동을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힘을 모았지만 역시 처음 해본 엔지오박람회라 미흡한 부분이 많았다는 평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다른 시민단체에 대한 이해와 연대가 필요하다는 메시지와 공감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성과도 많았다는 평들입니다. 다음번에는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도 많았습니다.

※ 이 글은 경남NGO박람회 홈페이지 http://www.gnngo.com/ 에 실린 글을 옮겨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