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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야기

고달픈 사람들에게 설은 명절 아니라 망절

딸내미가 “왜 어린이의 소망을 짓밟느냐”며 울고 있다. 지난 크리스마스 때 선물을 안 받았단다.

아들에겐 전자기타를 사줬었다. 그건 크리스마스 선물이 아니었지만 공교롭게도 크리스마스에 배달이 되었다. 딸은 그걸 약점으로 물고 늘어진다.

“왜 차별을 해?”

우는 게 진짜 같다. 대단한 연기력이다. 옛날 같으면 중늙은이를 코앞에 둔 우리에게도 소망이 있다. 며칠 남지 않은 명절.

“그딴 거 없었으면 좋겠어!”

삶이 고달픈 자에겐 명절이 아니라 망절이다. 석 달 전에 두 달 일정으로 히말라야에 간 주야 형은 그래서 설을 아예 거기서 쇠고 오겠다고 했다.

후딱 망절이 지나가길 빈다. 그러면 보고 싶은 주야 형도 돌아올 것이고, 그리하여 나는 설산에서 한 가방 짊어지고 온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보는 기쁨에 망절에 치인 가슴도 곧 풀어질 테다.

아, 기다려진다. 그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블로그에 옮길 꿈에도 부푼다.

하지만 여러분, 모두들 즐거운 명절 되시기를 바랍니다. 맘껏 과식하시고 맘껏 마시고 맘껏 가족들과 어울려 회포를 푸시기를 진심으로 빕니다. 행복이 그득한 얼굴로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시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새해는 희망찬 흑룡의 해라지요?  ^_^

ps; 이 글은 페이스북에 올렸던 것을 아주 살짝-스마트폰으로 급히 쓰느라 틀린 철자나 표현법만-고쳐서 여기 게재합니다. 명절은 며느리들이나 아내들에게 지옥이란 말이 있습니다만, 남자들에게도 명절이 지옥이긴 마찬가집니다. 우리 모두 행복한 명절을 얘기하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명절은 그저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고달픈 날입니다.

언젠가 “여자들은 허리가 휘고 남자들은 마음이 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실로 그렇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세상엔 여전히 명절이 행복한 사람들이 더 많겠지요? 모두들 행복한 명절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