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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이야기

김문수에 이어 문부식이 날린 폭탄, "너 나 몰라?"

무역규모로만 따지자면 대한민국은 세계 7위의 경제대국이다. 인구 5천만에 불과한 작은 나라라는 점을 감안할 때 실로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 경제력은 아직도 후진국이다. 그 누구도 대한민국을 일러 섣불리 선진국이라고 말하지 못한다.

이명박 집권 4년 만에 대한민국 경제는 최악이 되었다. 그리하여 세모의 분위기로 들떠야 할 12월은 칙칙하기만 하다. 이런 가운데 별로 즐거울 일이 없는 국민들에게 큰 웃음을 준 이가 있다. 바로 ‘나는 도지사다’란 패러디를 유행시킨 김문수다.

“감히 경기도지사 김문수를 몰라보고 대답도 안 해?”라고 하는 그의 몰상식은 온 국민의 공분을 자아내기에 부족함이 없었지만 안상수의 보온병에 이은 한나라당의 초특급 개그폭탄도 함께 쏟아졌다. 그런 점에서 한나라당이 아주 하는 일 없는 정당은 아니다.

온 국민이 한나라당 당원인 김문수 경기지사로 인해 황당한 웃음에 빠져 있을 때 이번엔 비슷하지만 전혀 성질이 다른 폭탄이 터졌다. 진보신당 문부식 대변인이 택시기사가 자신을 몰라본다며 뺨을 때렸다는 것이다. “네가 감히 나 문부식을 모른단 말이야?”

이 기사를 보는 순간 얼마나 기가 차던지. 사실은 나도 문부식이 누군지 금시초문. 그렇다면 나도 문부식에게 뺨을 내놓아야 할 처지가 아닌가. 건방지게 문부식을 몰라봤으니 맞아도 싸다. 그런데 문부식이 누굴까? 검색해보았더니 오 이런! 정말 대단한 인물이다.

이른바 부미방사건이라 불리는 1982년 부산미문화원 방화사건의 주역이다. 당시 나는 고3이었고 아무런 정치의식도 없었을 때니 그를 몰라보는 게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먹고 사는 게 급했던 그 시절, 나에겐 부미방이니 문부식이니 하는 건 그다지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문부식은 이 사건으로 구속되어 사형을 언도받았다. 서슬이 퍼렇던 군사정권 시절이었으니 그가 살아날 길을 별로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근 7년 가까운 감옥생활 끝에 사면을 받아 세상으로 돌아왔다. 87년 대한민국을 강타한 민주화운동의 힘이 컸을 것이다.

아무튼, 문부식, 정말 대단하고 존경스러운 인물이 아닌가. 그런 그가 어쩌다 이런 실수를 했을까. 하지만 폭력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차라리 강기갑 의원의 공중부양이나 김선동 의원의 최루탄 투척은 변명의 여지도 있고 나름대로 정당성도 갖추고 있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문부식 진보신당 대변인의 행위는 절대로 용서받을 수 없다. 택시기사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 경찰지구대에서 돌아가라고 했는데도 가지 않고 경찰관들에게 욕설을 퍼붓고 기물까지 파손했다니 그저 헛웃음만 나온다.

민노당 출신의 이숙정 성남시 의원이 자신을 몰라본다며 비정규직 공무원에게 폭력을 행사해 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번엔 진보신당 대변인이 사고를 쳤다. 기본도 안 된 사람들이 진보의 탈을 쓰고 정치를 하겠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12월 31일 아침, 목포로 가는 차 안에서 이 기사를 접하는 순간 “나는 도지사다”의 김문수로 인해 흐뭇하던 연말 분위기는 일순간에 캄캄한 암흑 속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아, 씨바, 뭐야 이거. 진보신당 너 마저도?

이제 더 이상 진보세력이 도덕적으로 우월한 시대는 갔다. 민주노총 주요간부에 의해 벌어진 전교조 여교사 성폭행 미수사건과 수시로 터지던 민노당 내 폭력사태에 이어 진보신당 대변인이 저지른 찌질하기 이를 데 없는 술주정 사태.

도대체 어쩌다 이 지경이 된 것일까. 일전에 중학생 자살사건이 일어났을 때도 말한 바 있지만, 강력한 처벌을 하지 않고 대충 넘어가니 이런 일이 자꾸 생기는 것이다. 폭력행위 전력자를 과감하게 퇴출시키는 문화를 정착시키는 것은 그래서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아직도 이른바 진보세력들은 조직보위라는 해괴한 논리를 들어 폭력전력자들을 감싸기만 할 뿐이다. 심지어 피해자를 닦달하고 궁지로 몰아넣기에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 31일 차안에서 페이스북에 이런 식의 비판글을 올리자 한 네티즌이 이렇게 말했다.

“말씀이 너무 과하시군요.”

그런데 대체 무엇이 과하다는 것일까. 폭력을 쓴 놈을 향해 “너 잘못했다. 절대로 용서받을 수도 없다”고 말하는 게 무에 그리 과하다는 것인지. 물론 그가 과거에 대단한 일을 했고 존경받을만한 인물이란 것은 안다. 그러나 그것이 과한 말을 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되지는 못한다.

칙칙한 연말분위기를 더 처참하게 만든 것만으로도 문부식은 용서받을 수 없는 것이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진보신당 지도부가 택시기사와 경찰관들을 직접 찾아가 사과를 하고 용서를 구했다는 것이다. 신속하게 잘못을 깨닫고 반성을 한 것은 아주 잘한 일이다.

※ 이 글을 예약하고 난 후 진보신당 김종철 부대표가 쓴 글을 보게 되었다.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역시 부적절한 처신을 했다는 비난은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아래에다 김 부대표의 글을 소개한다. 잘못을 인정하고 신속히 사과하는 모습을 보니 광주사태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부미방 사건을 주도했던 문부식이란 인물이 더욱 안타깝다.

김종철 진보신당 부대표/ 진보신당 게시판

문부식 전 대변인 사건과 관련하여 사건이 일어난 다음날인 12월 30일, 당 대표단은 저녁 늦게 회의를 열어 문 전 대변인의 사퇴서를 수리하고, 피해자인 택시기사분과 경찰서 지구대를 방문하여 사과하기로 했습니다. 대표단회의 결정에 따라 31일에는 저와 이수현 사무총장이 일산 주엽지구대를 방문해 사과했고, 오늘 1월 2일에는 택시기사분을 당사로 초청하여 홍세화 대표가 직접 사과하였습니다.

사건의 당사자인 문부식 전 대변인은 사건 다음날 택시기사 이** 님에게 전화를 걸어 사과하였고, 주엽지구대를 방문하여 경찰관들에게도 사과를 하였습니다. 안타깝게도 본인은 당일 사건의 전개에 대해 거의 기억을 하지 못하고 있어 결국 보도를 보고 본인의 행동에 대해 알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오늘 피해자인 이** 택시기사님이 당사를 방문하여 홍세화 대표 및 동석한 당직자들에게 당일 있었던 사건에 대해 구체적인 정황과 본인의 견해를 말씀하셨습니다. 그 과정에서 조금이나마 자세히 사건의 정황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내용을 들어보니 언론에 보도된 것과 많은 차이는 없지만 항간에 알려진 것처럼 "(진보신당 대변인인) 나를 몰라봐?" 이런 식의 권위주의적 행동이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판단됩니다.

택시기사 이** 님의 말씀은 "문 대변인이 홍대 앞에서 택시를 탔는데 만취가 돼 있었다. 택시를 타는 곳에 배웅을 나온 사람들과 앞선 술자리에서 괴로운 얘기들이 오간 것 같았다. 그런데, 일산으로 가는 중간에 문 대변인이 나를 아까 술자리에 함께 있던 사람으로 오해했던 것 같다. 운전을 하고 있는데 중간에 갑자기 '00야, 네가 왜 운전을 하고 있냐', '지금 어디로 가는거냐', ' 00야, 네가 왜 택시를 몰고 있냐'고 하다가 (별다른 대답이 없거나 본인의 생각과 다른 대답이 나오자) 갑자기 뒤에서 얼굴을 때려서 너무 황당했다"고 하였습니다.

 택시기사분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당황스럽고, 분노할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도저히 이 상태로는 운전을 정상적으로 할 수가 없어서 지구대로 향하였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언론에 보도된 대로 소란이 이어졌던 것인데, 택시기사분이 문 대변인의 신원을 확인한 이후 경찰에게 '문제삼고 싶지 않다. 내일 문 대변인에게 연락하겠다'고 말하고 지구대를 나와서 문 대변인도 함께 밖으로 나오고 경찰에서 문을 잠그게 됐는데, 이 과정에서 이미 무언가에 흥분한 문 대변인이 잠금장치를 파손하게 되어 결국 입건이 된 것입니다.

오늘 낮에 방문하신 택시기사 이**님은 처음에는 정말 당황하고 분노했지만 문 대변인에게 좋지 않은 일이 있었던 것 같아서 문제삼지 않기로 하고 지구대를 나왔는데 이것이 보도가 되어 너무 당혹스럽다는 말을 하였습니다.

저희가 '이** 선생님이 돌아간 이후에 일어난 일로 인해 입건이 되어 언론에 보도가 된 것 같다'는 얘기를 하자 그제서야 사태가 이해가 된다고 하면서 너무나도 안타까워했습니다. 오히려 저희가 참으로 죄송하고 미안했습니다.

이런 정황을 길게 설명드린 이유는 사건의 내용을 당원여러분께 조금이나마 자세히 알려드릴 필요가 있다는 생각과 더불어, 항간에 퍼지고 있는 것처럼 문 대변인이 "나를 몰라봐?"라며 행패를 부렸다는 것은 "(감히 공당의 대변인인) 나를 몰라봐?"라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라는 점입니다.

이 말은 오늘 방문하신 택시기사 이** 님이 '문 대변인이 나를 아까 술을 함께 마셨던 사람으로 오해했던 것 같다'고 말씀을 하셔서 저희도 알게 된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뭐라고 답변을 한들 문 전 대변인의 행위가 용납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트위터와 같은 SNS공간에서 김문수 도지사와 문부식 대변인의 말이 함께 회자되는 상황에 대해서 당원여러분께 조금이나마 설명을 드리고자 글을 쓰게 됐습니다. 굳이 불필요한 글을 쓴 것이 아닌가 조금 염려도 되지만 좀더 정확히 상황을 전해드리고자 글을 썼으니 이해를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