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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케이블 드라마 꽃라면, 대박을 기원하며

사실 요즘 공중파들이 만드는 드라마, 너무 재미 없잖아요?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황당한 설정들로 넘쳐나는 이른바 지상파 방송3사들의 드라마를 보노라면 정말이지 막장이란 말이 왜 생겨났는지 실감이 난답니다.

아이들을 버리고 간-왜 버리게 됐는지는 나중에 밝혀지겠지요. 그리고 거기엔 피치 못할  사정이 있었다면서 눈물 좀 짜게 만들겠지요-친엄마가 사실을 숨긴 채 시어머니가 된다는 설정. 거기서 끝나면 재미 없죠? 그래서 며느리가 된 친딸의 언니-그럼 역시 친딸이죠?-는 제부의 사촌동생과 결혼하는 거죠. 

당근 이들 두 자매가 한집에 시집을 가서 위치가 바뀌게 되는-언니는 동생에게 형님이라고 불러야 하고 동생은 언니더러 동서하면서 하대하겠죠? 그리고 언니는 친엄마에게 큰어머님, 동생은 어머님 하면서 깍듯이 모실 것이고 친엄마는 그런 두 딸에게 비밀을 숨긴 채 엄청 잘해주겠지요-집안은 재벌집이랍니다.

또다른 지상파에서 방영하는 드라마에서는 더 어처구니없는 것도 있더군요. 시어머니가 며느리를 시집보내고 친정엄마처럼 행동하는 거예요. 제가 가끔 이 일일드라마를 보고 있자면 중학교에 다니는 큰아들놈-큰아들이래야 아들 하나고 밑에 초딩 딸이 있다-이 그러는 겁니다.

"아빠, 그런 걸 왜 보는데…."

제가 "너 이거 본 적이 있느냐"고 물어보면, 본 적은 없지만 아빠 때문에 지나가다 보게 돼 내용을 안다면서 막장 중에 왕막장이라 짜증이 난다는 겁니다. 세상에 저런 일이 있을 수 있냐는 거지요. 그러고 보니 그렇군요. 하지만 도무지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주부들이 모든 걸 제쳐두고 재미나게 보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그렇게 생각하니 이해가 되기도 하지만 아무튼, 요즘 드라마들 너무 소재의 빈곤에 시달리는 거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막장소재에 매달린다는 느낌이에요. 광개토태왕이나 계백 같은 사극들도 마찬가지에요. 보면서도 그런 생각이 들거든요. '와, 글(시나리오)을 이렇게밖에 못 쓰나.'

김명민이 나왔던 불멸의 이순신이나 이요원과 고현정의 선덕여왕, 장혁이 나왔던 추노 같은 명작들 때문에 우리 눈이 수준이 너무 높아진 때문인지도 모르죠. 그래도 다행인 건 요즘 뿌리깊은 나무가 아쉬움을 달래주고 있다는 겁니다. 장혁과 한석규뿐 아니라 다른 연기자들의 연기도 모두 빛나더군요.

결국 좋은 작가의 시나리오가 훌륭한 연출자를 만나면 연기자들의 연기력도 배가돼서 멋진 드라마가 만들어지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든다는 거지요. 그런 점에서 요즘 지상파 방송3사들의 드라마는 대체로 실망적입니다. 좀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드라마가 없어요.

그러다가 어느날, 17번인가요? 뭔가 재미있을 것 같은 드라마가 있더군요. 채널을 고정시키고 보는데 정말 재미있었어요. 어, 이런 드라마도 있었나? 저는 처음에 그게 이미 지상파에서 방영한 것을 케이블에서 재방하는 것인 줄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건 오해였습니다. 케이블방송인 tvN에서 제작해 방영하는 거였지요. 아직 사람들이 케이블방송에 대해 이해가 부족해서 그런지 인터넷 검색으로 확인해본 결과 시청율이 2%대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도 케이블의 2%는 대박이라고 하더군요.

아, 드라마 제목을 말씀드리지 않았군요. 나의 실수…. 제목은 꽃미남 라면가게였습니다. 좀 특이하죠? 아니, 많이 특이합니다. 아마도 라면가게에서 벌어지는 청춘남녀들의 에피소드를 다룰 모양입니다. 그리고 라면가게가 전하고자 하는 어떤 특별한 메시지도 있어보였습니다.

라면. 서민들의 음식이죠. 사실 저도 라면 무지 좋아합니다. 가끔 술안주로도 애용하곤 하는데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답니다. '라면이 없었다면 나는 그 고달픈 군대를 어떻게 견뎠을 것이며 우리 국민들은 IMF 한파를 어떻게 지나왔을까.'

오버이긴 합니다만 라면과 소주가 없었다면 정말로 힘들었을 거라는 생각을 아주 가끔이지만 한답니다. 이왕 말이 나온 김에 전 세계적으로 소주만큼 저렴한 술이 있을까요? 아무튼 이 정도로 하고…, 주인공 차치수는 재벌 아빠를 둔 고삐립니다.

고급 외제차를 끌고 학교에 출근-등교라고 해야 하지만 이 정도면 거의 출근 수준이죠-하는가 하면 태어나서 한번도 맞아본 적이 없는 친굽니다. 아마 언젠가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이 대표 경선 TV토론에 나와서 버스값이 얼만지 아냐고 물어보자 "70원 아니에요?" 했는데 그 비슷한 부류일 걸로 생각됩니다.

당연히 그런 차치수는 라면냄새를 맡을 수 없습니다. 마치 쓰레기장에서나 맡을 수 있는 역겨운 냄새를 맡은 듯이 코를 잡고 얼굴을 돌려버리죠. 그런 차치수와 라면가게 딸 양은비의 만남엔 뭔가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진하고 본격적인 메시지가 숨어있는 듯 보입니다.

그래서 이 드라마에 거는 기대가 큽니다. 이미 지난 4회에서 꽃미남 라면가게는 보물찾기처럼 이곳저곳에 그런 것들을 숨겨놓았는데 사회적 부조리에 지나치게 예민한 제 눈엔 너무나 선명하게 보였던 것입니다. 앞으로 그것들을 찾아내 포스팅하는 재미도 쏠쏠할 것 같습니다.

즐겁습니다. 지상파 방송들이 만들어내지 못하는 유쾌하면서도 의미 심장한 내용을 담은 드라마를 지상파가 아닌 케이블 방송에서 만났다는 건 정말로 즐거운 일입니다. 앞으로 tvN, 눈여겨 봐야겠어요. 어쩌면 머지 않은 장래에 케이블 드라마가 지상파 드라마를 추월하는 이변도 기대하면서 말이죠.

어떻든 드라마를 좋아하는 저같은 시청자들에겐 좋은 일입니다.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거죠. tvN이 만드는 꽃미남 라면가게, 대박을 기원합니다. 그리하여 지상파 방송들이 반성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면, tvN은 흥행뿐 아니라 사회적 공헌도에서도 대박을 치게 되는 셈이죠.

참고로 꽃미남 라면가게는 월화드라마로 17번 채널 tvN에서 밤 11시에 한답니다. 이거 괜히 내가 tvN 홍보요원 된 기분이넹~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