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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이야기

평양 단고기집 접대부들은 항상 저렇게 예쁜가요?

이 사진은 묘향산 국제친선관람관 사진입니다. 블로그 「내가 꿈꾸는 세상」에 들어갔다가 ‘이북바로알기’ 태그를 눌렀더니 다음 사진이 나왔군요. 다들 아시겠지만 묘향산은 북한에 있습니다. 구천이 별당아씨를 묻은 곳도 바로 묘향산이었죠. 오로지 사랑을 쫓아 김환과 더불어 묘향산에 숨어들었던 별당아씨가 죽었다고 했을 때, 스물도 안 된 어린 가슴도 너무 슬퍼 토지의 책장을 더 넘기지 못하고 한숨을 쉬었었지요. 
    

묘향산 국제친선 관람관, 사진=김대하블로그 내가 꿈꾸는 세상

    

묘향산으로 말하자면 서산대사가 의병을 일으킨 호국불교의 성지라고 할 수 있겠군요. 서산대사가 일찍이 4대 명산으로 금강산, 지리산, 구월산, 묘향산을 꼽으면서 "지리산은 장하나 빼어나지 못하고, 금강산은 빼어나나 장하지 못하다. 그러나 묘향산은 이 두산을 합한 것과 같이 장하면서도 빼어나니 천하의 명산이다."라고 하셨다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4대 명산 중 세 개가 북한 땅에 있군요. 묘향산이 얼마나 장하고 빼어나기에 서산대사가 그런 말씀을 다하셨을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단한 산임에 틀림없겠지요. 북한 땅에는 백두산이며 칠보산이며 온갖 유명한 산들이 다 모여 있는 곳인데 이 모든 명산들을 제쳐두고 묘향산을 최고로 꼽으셨으니 말입니다.

위 사진을 찍은 사람은 민주노동당 창원시당 부위원장으로 계시는 김대하 씨란 분인데요. 그분은 민족통일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계시고 북한바로알기운동의 일환으로 북한을 자주 소개하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 9월 말의 방북단에도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 등과 함께 다녀온 사진을 올리신 걸 많이 보았지요. 사진에 보니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에서 행정관으로 근무한 진광현 씨도 보이더군요. 

덕분에 아름다운 평양거리와 묘향산, 백두산, 거기다 덤으로 반가운 사람들도 사진으로나마 볼 수 있어 참 좋았습니다. 그러나 한 편에선 법정스님과 연극인 손숙 씨 같은 분들이 3백만의 북한 동포들이 기아선상에서 죽어나갔으며 지금도 아사자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도움을 호소하는 눈물겨운 모습이 있는가 하면, 또 한 편에선 이처럼 활기찬 평양거리와 아름다운 산천, 친절하고 용모가 반듯한 평양의 음식점 접대부, 행복하게 잘 사는 모습들을 소개하는 걸 보니 좀 혼란스럽기도 하더군요. 

누구 말이 옳은 것일까? 손숙 씨가 눈물을 흘리며 호소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아니면 그런 것은 수구언론의 음해공작에 지나지 않고 경제적으로 조금 어렵기는 해도 북한인민들은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는 게 맞는 말인지 헷갈리지 않는다면 거짓말이 되겠지요. 북한을 제대로 알기가 참 어렵다는 생각도 듭니다. 사람마다 주장하는 게 제 각각이니 말입니다.

이처럼 상반되는 이야기를 듣다보면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그런 고민까지 든다니까요. 잘못하면 인도적 지원조차도 수구언론의 공작에 놀아나는 꼴이 될테니까요. 쓸데없는 고민이겠지만, 헷갈리는 건 사실이에요. 그런데 위의 사진을 보면서 드는 궁금증은 그런 거창한 것은 아니고 다음과 같은 사소한 거랍니다.  


묘향산 국제친선관람관은 왜 군인들이 지키고 있는 건가요? 우리나라에서는 무슨 관람시설에 군인을 배치해놓은 걸 보지 못했거든요. 혹시 군사시설과 관련이 있는 건가요? 가만 보니 모두들 진짜 총을 메고 있군요.  

그리고 궁금한 게 하나 더 있는데요. 아래 사진을 보세요.


남측 방문단 일행을 환송하는 북측 단고기집 접대원들, 사진=김대하블로그 내가 꿈꾸는 세상


단고기집이라면 개고기 파는 집을 말하는 것일 터인데요. 평양의 단고기집에는 모두 저렇게 예쁜 접대원들이 접대(북한에서는 이 말이 매우 바람직한 표현으로서 우리가 알고 있는 접대와는 완전 개념이 틀리다고 함)를 하나요? 우리나라 보신탕집에 가면 뚱뚱한 아줌마들이 보신탕 그릇을 툭툭 던지듯 상에 올려주잖아요? 뭐 그래도 맛있으면 되는 거니까, 그리고 그런데 익숙해서 그런지 몰라도 그리 대접받아도 얼마든지 맛있더라고요. 

남쪽에서 반가운 사람들이 와서 그날만 특별히 서비스 해준 것일 수도 있겠지요. 그래도 저렇게 젊고 예쁜 여성들에게 접대를 받으면 무척 행복할 것 같기는 하군요. 하여간 정말 화사하고 예쁘네요. 역시 남남북녀라더니…, 아, 이런 말 하면 남쪽 여성분들이 별로 안 좋아 하겠군요.
 
통일이 되려면 남과 북이 서로 잘 알아야 되겠지요. 동질성도 회복해야 할 것이고요. 동질성은 마음만이 아니고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 전반이 동질성을 가지려는 노력을 기울여만 할 것이라고 보는데요. 아직은 요원하네요. 슬픈 일이죠. 

2008. 10. 23일 새벽,   파비

ps; 사진은 빌려 쓰자고 따로 물어보진 못했네요. 허락을 받는 게 예의고 저도 늘 그리 해왔습니다만, 시간도 많이 늦었고 또 북한 바로알기 차원에서 오늘은 뭐 그리 나무라진 않을 것 같군요. 또 같은 동네에 살기도 하고. 늦은 밤, 모두들 행복한 시간되시길….

습지와 인간
카테고리 시/에세이/기행
지은이 김훤주 (산지니,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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