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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이야기

소름 돋는 표정연기의 김연아와 '씨발' 유인촌

모두들 김연아에 대한 칭찬으로 떠들썩하군요. "'압도적 1위', 김연아의 엄청남 점수, 비결은?" "김연아 완벽연기, 국제심판 극찬" "김연아의 마지막 표정, 소름 돋았어", 이런 제목들에서도 보듯이 김연아는 정말 대단한 선수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랑스럽습니다.

제가 어릴 때만 해도, 아니 최근까지도 동양인은 신체적 조건 때문에 특정한 스포츠에서는 성공을 거두기 어렵다고 생각해왔습니다. 특히 수영이나 빙상 종목에서 세계의 벽을 넘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로 여겨왔습니다. 쇼트트랙에서 세계를 제패한 사례가 있긴 하지만, 쇼트트랙은 동양인에게 유리한 경기라고 생각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그러므로 김연아에 열광하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오늘 동영상을 보다가 더블 악셀에서 착지 실수를 할 땐 가슴이 철렁했지만, 작은 실수에도 의연하게 훌륭한 연기로 마무리 짓는 모습은 대선수로 성장한 김연아를 확인하기에 충분했지요. 2위와 점수 차를 무려 11점 이상이나 벌려 놓았군요.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우승은 따 놓은 당상인 듯싶습니다. 

사진=경남도민일보/뉴시스


또 이번 경기에서 검은 드레스를 입고 선보인 강렬한 표정연기도 가히 압권이었습니다. 특히 마무리 표정연기는 소름이 돋는다는 표현으로도 부족할 듯합니다. 정말 요정이 따로 없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제가 김연아 선수 칭찬하려고 이 글을 쓰고 있는 게 아닙니다. 김연아 선수와는 반대의 의미에서 소름 돋는 사람이 또 있습니다.


바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유인촌입니다. 나이 어린 김연아 선수는 혼신의 힘을 다해 은반에서 국위를 선양하고 있는데, 대한민국의 문화와 체육을 책임지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란 작자는 국정감사장에서 국민들을 향해 오물을 끼얹는 폭거를 자행했습니다. 

김연아 선수가 ‘죽음의 무도’로 세계를 놀라게 했다면, 유인촌 장관은 ‘죽음의 욕설’로 국민들을 기절시켰습니다. 과연 리틀 이명박답습니다.   


이건 뭐 영화 찍는 것도 아니고 국민의 대표들이 모인 자리에서 국정감사를 취재하는 기자들을 향해 "사진 찍지마! 씨발 찍지마! 성질이 뻗쳐서 정말, 씨발 찍지마!" 라고 했다는군요. 그런데 사진기자들이 유인촌이에게 뭐라고 했나요? 괜히 야당의원들한테 뺨 맞고 애꿎은 기자들에게 화풀이 하고 그러십니까?

오대수의 또 다른 유명한 대사 "너, 누구냐?"


한 나라의 장관이란 사람이 벌인 쇼라고 생가하기엔 너무나 한심합니다. 저도 이 대목에서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에서 오대수로 열연한 최민식이 파출소에 잡혀갔다 나오면서 경찰들에게 던진 인사를 유장관을 비롯한 높으신 분들에게 그대로 해주고 싶네요. 오대수의 그 발칙한 손동작까지 함께 곁들여 드리면 금상첨화이겠지요.

“국정수행에 얼마나 노고가 많으십니까?
그럼 계속해서 수고해 주십시오. 이 씨발X들아!”


2008. 10. 26.  파비

습지와 인간
카테고리 시/에세이/기행
지은이 김훤주 (산지니,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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