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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야기

노무현 추모위 풍경 "아, 이거 사회 보기 난감하네"

100인닷컴 기자 자격으로 <노무현 대통령 2주기 추모위원회 발기인모임> 취재를 위해 창원컨벤션센터에 다녀왔습니다. 세코(CECO)라고도 부르는 창원컨벤션센터, 우리 같은 사람들이야 자주 가볼 수도 없는 곳이지만, 엄청 깨끗하고, 넓고, 세련되고, 화려하고, 또 뭐가 있나, 암튼^^ 좋네요. ㅎㅎ

뭐 좋은 걸 좋다고 하는 건 좋은 거 아니겠습니까? 갑자기 허정도 전 경남도민일보 사장님이 하시던 말씀이 생각납니다. 성산아트홀이나 3.15아트센터나 거대한 종합운동장 같은 시설보다는 자그마한 수영장, 문화공간 이런 걸 사람들이 접근하기 쉽게 동네마다 만들어야 한다고요. (우리 동넨 거꾸로 있던 것도 없애고 공무원들 사무실로 개조합디다만)

왜냐하면? 사실 우리 같은 사람들은 그런 곳에 가서 고급 오케스트라나 뮤지컬이나 뭐 이런 거 볼 기회가 별로 없다는 거지요. 시간도 없고, 돈도 없고. 참 옳은 말씀이다, 그리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그 하늘에 별 따기 같은 기회가 제게도 오니 좋긴 좋군요. 

100인닷컴 편집장 오래도록 해먹어야겠어요. 능력이 딸려 곧 쫓겨날지도 모르지만서도... 흠^^ 어쨌거나 허 사장님의 말씀은 전적으로 옳다는 생각입니다. 우리 동네에도 세코 정도는 아니라도 그 만분에 1만이라도 한 공간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봅니다. 

아, 이거 제 주특기긴 하지만서도, 또 말이 새나갔네요. 흐흐~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문성현 씨가 <노무현 추모위원회> 임시의장에 선출돼서 회의를 진행했는데요. 진짜로 사전에 아무 각본이나 작전 그런 거 없었던가봐요. 

그래서 일단 사진 몇장만 구경하시라고 올려봅니다. 진즉 각본이 없어 혼동스러워하는 이런 장면 볼 줄 알았으면 미리 사진 찍을 준비하고 팡팡 찍는 건데... 아쉽습니다. 그래도 역시 문성현 씨, 베테랑답게 스무스하게 일 처리 잘 하더군요. 하긴 젊었을 때부터 회의에는 이골이 난 양반이니...
 


올라오라 해서 올라가긴 했는데, 문 의장, 상당히 곤혹스런 모양이네요. "가만 있어보자, 그러니까 오늘 결정해야 될 게 추모위원회를 바로 만들자, 아니면 준비위부터 먼저 만들든지, 뭐 그런거지요? 그럼 어떻게 해야 되나?" 사회를 맡아보던 김태환(전 청와대 행정관, 전 노사모 경남회장) 씨를 보고 "뭐 따로 준비된 거 없어요?


제가 취재를 위해 노무현 2주기 추모위 발기인모임 준비사무실에 들렀을 때, 열심히 회의도 하고 하시던 주최측 대표선수 김태환(사진 가운데) 씨, "아무것도 없심더."


↗"어, 이러면 곤란한데, 가만 있자, 그래도 내가 관록이 있지, 이런 정도로 버벅거리면 체면이 안 서겠죠? 이런 땐 최고 수가 겐똡니다. 대충 두두려 잡는 게 상책이죠. 내가 이래뵈도 왕년에 겐또 선수였습니다. 겐또 잘 찍어서 서울상대도 갔다 온거 소문들 들으셨죠?"


↗김두관 지사, "흐흐, 각본 좀 짜고 오지. 문성현이 오늘 진땀 좀 나겠네."


↗김두관 지사, "어디 보자!" ……

하지만, 맨 왼쪽 김영만 선생, 아무 생각 없는 표정. 혼자만 회의자료 끝까지 안 들었음. 혹시 해병대 정신을 생각하고 있으실지도. "안 되면 되게 하라!" (김영만 희망연대 전 상임의장은 원래 해병대 출신임)


↗"각본도 없이 연기하려니, 아, 이거 쑥스럽구만." (단상에 임시의장 보는 이가 문성현 씨, 사진 왼쪽 끝 사회 보는 이가 김태환 씨다)  그래도 역시 관록은 무시 못하는 것. 무사히 <노무현 대통령 2주기 추모위원회> 구성 만장일치로 완료하고 모든 행사의 하이라이트요 대망, 뒷풀이 자리로 옮김.

 


↗임시의장 맡은 여세(?)로 노무현 추모위원회 상임위원장까지 거머쥔(사실은 밀려서 된 분위기였지만) 문 위원장, "나 오늘 괜찮았어?"

문재인 노무현 재단 이사장, "어, 아주 잘했어. 그만하면 100점이야!"

이상은 실제상황과는 관계없는, 제가 그냥 잣대로 쓴 소설입니다. 그냥 재미들 있으시라고 한 번 못 그리는 그림 그려 본 것이오니, 오해마시길. 그러나 사실 큰 차이도 없을 겁니다요. 흐흐~ 하지만, 미리 준비한 각본도 없이 어설프게 진행하는 것이 오히려 훨씬 진솔하고, 순수하고, 감동을 주는, 말하자면 무연출에 연출이었다, 그렇습니다.

ps; 참고로 건배하는 술 색깔이 까만 건 마늘액즙과 소주를 반반씩 타서 그런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