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생뎐, 아시다시피 신기생뎐은 임성한 작가의 작품이죠. 전작이 보석비빔밥이었는데, 단 한 회도 빼놓지 않고 보았던 프로랍니다. 그런데 신기생뎐을 보다가 제 딴엔 나름대로 놀라운 것을 발견했는데요. 보석비빔밥의 주인공 궁비취(고나은)와 신기생뎐의 주인공 단사란(임수향)이 너무나 빼닮았다는 겁니다.
제가 닮았다고 하는 것은 외모나 뭐 그런 것이 아니고요. 분위기, 말투, 대사, 행동거지, 사고방식, 주변에 대하는 태도 뭐 그런 것들입니다. 그렇게 말하고 보니 외모도 안 닮았다고 할 수 없겠네요. 분명히 서로 다른 얼굴임에도 상대를 바라보는 눈빛이나 표정 등이 서로 닮았으니 말입니다.
대사야 두 작품 다 임성한 작가가 쓴 작품이니 비슷하다고 치더라도 대사의 톤이나 음색, 높낮이, 얼굴 표정까지 비슷하다는 것은 실로 놀라울 따름이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했죠. 임수향이 신인이라더니 보석비빔밥을 열심히 보면서 연습을 했거나 그렇게 연습을 시켰거나 그랬겠다 하고 말입니다.
아무튼, 제가 이렇게 말했더니 옆에서 함께 티비를 보고 있던 아내도 "그러고 보니 정말 그렇네"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리고 몇 분 더 보다가 "정말 맞네" 하면서 적극적인 긍정의 의사를 보내는 것이었습니다. 아내는 제가 옛날부터 워낙 연속극 스토리 맞추기에 능한지라 대충 제 말을 먹어주는 편입니다. ㅎㅎ
그런데 29일 토요일 밤 이날도(일요일은 술 약속 땜에 연속극 못 볼 예정입니다. 다음날 다음캐쉬로... ㅋ) 아하, 하고 깨닫게 되는 바가 있었습니다. 제가 지난주에 포스팅했던 신기생뎐 리뷰 제목이 그거였지요. "애 하나에 엄마가 셋, 신기생뎐 키워드는 논란?"
그런데 왜 엄마가 셋인지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는 겁니다. 물론 다른 분들도 모두 눈치 채셨을 겁니다. 이미 어떤 분이 왜 엄마가 세 명인지 이유를 밝히는 포스팅을 하셨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일단 저는 그런 거에 불구하고 이 포스팅을 써서 올린 다음 술자리에 나가야 하므로 제 이야기만 쓰도록 하겠습니다.
모든 홈드라마가 그렇듯이 이 드라마도 두서너 가족이 축입니다. 하나의 가족은 금병원 원장님네 가족이고, 다른 하나의 가족은 아수라 회장님네 가족이며, 그 사이에 주인공 단사란과 그 가족, 그리고 금병원 원장의 동생 금강산네 가족이 있습니다. 그리고 하나 남은 기생집 부용각의 주방장 한순덕이 있습니다.
지난 주 1, 2회에서 우리는 금어산 원장의 딸 금라라에게 엄마가 무려 셋이나 된다는 사실을 알고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궁금해 했습니다. 금어산 원장의 아내 장주희는 금라라의 법적 엄마이긴 하지만 생모는 아니었습니다. 금라라는 금어산의 동생 금강산과 그의 처 신효리가 친부모였던 것입니다.
금라라에겐 법적 엄마인 장주희와 생모인 신효리, 이렇게 엄마가 둘이었던 것입니다. 물론 금라라는 이 사실을 까맣게 모릅니다. 그런데 금라라의 엄마인 것으로 보이는 여자가 한 사람 더 나타났습니다. 바로 부용각의 주방장, 한순덕입니다.
다리를 저는 그녀는 매일 아침 힘겹게 금어산 원장의 집 현관 건너편에 숨어서 금라라가 나오는 것을 훔쳐봅니다. 눈물을 흘리면서. 낳기만 했지 엄마 노릇을 못했으니 딸 앞에 나설 수는 없고 이렇게 멀리서 매일 아침 훔쳐보는 것이 일과입니다. 아마 금라라가 코흘리개일 때부터 숙녀가 된 지금까지 쭉 그랬을 것입니다.
자, 이렇게 해서 우리는 금라라의 엄마가 셋이나 되는 복잡한 상황에 대해 어떻게 이해해야 될 것인지 거기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바로 여기에 세상으로부터 논란이 일어나길 기대하고 또 즐기는 듯한 임성한 작가의 퍼즐이 숨어있을 것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았습니다.
....................... ▲ 부용각 주방장 한순덕
그런데 그 퍼즐이 어제 제 3회에서 너무나 쉽게 풀리고 말았네요. 부용각의 주방장 한순덕은 금라라의 엄마가 아니었습니다. 금라라는 금강산과 신효리가 낳은 딸임이 틀림없어 보였습니다. 하긴 한순덕처럼 차분하고 청순하며 고고한 품성을 지닌 여인에게 금라라 같은 망나니 같은 아이가 났을 리가 없었죠. ....................... ▲ 먼발치에서 딸을 바라보는 한순덕. 그러나 금라라가 아닌 단사란이 친딸!
금라라의 성격으로 보자면 생모인 것으로 추정되는(그러나 확실한) 신효리를 그대로 빼다 박았습니다. 금라라가 자기 엄마로 알고 있는(이렇게 말하니 금라라에겐 참 미안하네요) 장주희는 금라라와는 성격이 딴판입니다. 자상하고 현숙한 엄마요 아내인 그녀는 그러나 뒤로는 호박씨를 까는 그런 여자입니다.
아마도 어쩌면 이 드라마에서 가장 무서운 여자는 바로 이 장주희일 것이 틀림없습니다. 이미 그런 징후를 작가는 보여주었습니다. 한방 침으로 성형을 한다는 어느 병원에서 나오는 그녀를 발견한 신효리의 친구는 기겁을 합니다. 왜냐하면, 그녀 장주희는 절대로 그럴 사람이 아닌 것으로 모두들 알고 있었기 때문이죠.
우리는 여기서 주인공 단사란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녀는 이 드라마의 주인공입니다. 그리고 미루어 짐작하건대 그녀의 파트너는 아수라 회장의 아들 아다모입니다. 늘 그렇지만 임성한 작가의 여주인공들은 모두 신데렐라입니다. 보석비빔밥의 궁비취도 그랬고, 하늘이시여의 이자경도 그랬습니다.
왕년의 신데렐라들은 잘 생긴 왕자님을 만나는 게 운명이었지만, 오늘날의 신데렐라들은 왕자님 대신 재벌집 아들을 만나는 게 운명입니다. 봉건시대가 물러가고 부르주아가 지배하는 자본주의시대가 됐으니 당연한 일이지요. 임성한 작가도 그 법칙을 잘 따르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이 운명들엔 중요한 원칙이 하나 있습니다. 물론 원칙이라고 했으니 늘 예외를 전제로 한다는 점을 이해하시고 제 이야기를 들으셔야 합니다. 우리가 원칙이란 말을 쓸 때는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이라는 단서가 달렸다는 사실을 모두들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신데렐라들은 모두 불쌍하게 자라지만 그 출생의 비밀을 알고 보면 원래가 고귀한 집안 자손이더라 뭐 그런 것입니다. 고귀하다고 하면, 봉건시대라면 공주나 영주의 딸일 것이요, 요즘 같은 부르주아가 주인인 시대는 재벌집 딸이 될 것입니다.
자 다시, 단사란에 대해 주목하기로 하지요. 단사란은 아버지 단철수와 계모 지화자, 의붓동생 단공주 이렇게 네 식구가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단철수의 독백에 의하면 단사란은 단철수와 죽은 그의 부인의 딸이 아닌 것 같습니다. 어떻게 단사란이 그들 부부 슬하에 들게 되었는지는 아직 모르지만.
금라라의 초대로 금어산의 원장의 집에 온 단사란을 본 금어산의 아버지 금시조는 깜짝 놀랍니다. 자기 부인, 즉 금어산 원장의 어머니 이홍아의 20대 모습과 너무나 빼닮았기 때문입니다. 마침 이홍아 여사는 두통이 심해 단사란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금라라더러 다시 데려와 보라고 하지요.
아마 저는 못 보겠지만, 오늘 만나게 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자, 이러면 대충 답 다 나온 거 아닙니까? 금라라는 금어산 원장과 장주희의 친딸이 아닙니다. 금라라의 친부모는 성형외과를 운영하는 금강산과 신효리의 딸입니다. 장주희는 아이를 낳아본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신효리가 장주희에게 성형외과 다녀온 것은 떠보기 위해 "어쩜 그리 피부가 그리 탱글탱글한 게 젊어질 수 있느냐?"고 물어보자 "나처럼 아이를 안 낳으면 그렇게 돼" 하고 말하는 것 다들 들으셨지요? 작가가 친절하게도 비밀을 오래 숨길 거 없이 미리 공개하겠다는 의도가 명백하게 드러나는 장면입니다.
단사란은 금어산과 한순덕의 딸일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아니 거의 확실합니다. 한순덕이 매일 아침마다 금어산의 집 앞에서 어른거리는 것은 먼발치에서나마 딸을 보기 위함입니다. 그게 2십 몇 년이나 된 그녀의 일과였을 것입니다. 무엇 때문에 금어산과 헤어졌으며 딸 앞에 나서지도 못하게 됐는지는 아직 비밀입니다.
그러나 곧, 그것도 아주 가까운 시일 내에 드러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부용각의 대마담 오화란이 금어산 원장에게 진료를 받으며 그런 말을 합니다. "언제 한 번 들러주세요." "하하, 저는 그런 분위기에 익숙하지 않아서요." "생각하시는 그런 곳 아니에요. 좋아하실 거예요." "아 네, 알겠습니다."
부용각에 가게 되면 한순덕과 마주치게 되겠지요. 그때 두 사람, 서로 어떤 표정을 지을까요? "아니, 당신이 어찌 여기에. 오, 그동안 어떻게 지냈소?" 아니면 너무 놀라 두 사람 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입만 벌리고 서 있을까요?" 아무튼, 신기생뎐의 단사란은 하늘이시여의 이자경과 비슷한 운명으로 보입니다만.
앞으로 갈등의 중심은 단사란-금어산-한순덕-장주희, 이렇게 될 거 같네요. 여기에다 돈에 눈이 멀어 단사란을 기생집 부용각으로 끌어들이는 계모 지화자는 하늘이시여에서 이자경의 계모였던 김배득이 될 것 같은 분위긴데요. 여기서 가장 강력한 막장코드 논란이 벌어질 걸로 예상됩니다.
여러분들이, 특히 연예뉴스들이 앞으로 전개될 신기생뎐의 막장코드에 안테나를 바짝 추켜세우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데요. 시청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고요. 막장코드 쓰면 다 시청률 성공하나, 뭐 그런 쪽에서요. 저는 막장에 대한 개념을 좀 달리 하긴 합니다만, 어쨌든 많은 분들이 그런 관점에서 관전하고 있는 건 분명해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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