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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마프, 공주만들기 국민투표 과연 가능할까?

마이 프린세스, 참 재미있는 드라마입니다. 일단 우리집에서는 인기가 최곱니다. 촌티 나는 여대생이 어느 날 갑자기 공주가 된다는 기상천외한 스토립니다. 말하자면 로또에 당첨된 것이죠. 공주에 당첨된 여대생은 김태희였습니다. 푼수에다 가슴에 바람이 잔뜩 든 시골처녀가 횡재를 만난 겁니다. 

알고 보니 그녀의 아버지가 황세손이었다나요? 진짜인지는 모르지만 현재로서는 크게 의심할 바가 없는 것 같습니다. 용의주도한 박동재 회장이 실수할 리가 없으니까요. 본인도 처음엔 황당한 스토리를 믿을 생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세상이 그녀를 내버려 두지 않습니다.

그녀의 아버지(진짜 아버지가 황세손이 맞을까요? 저는 일단 그게 제일 궁금하거든요. 박동재 회장의 용의주도한 직감과 몇 가지 확인절차 말고는 우리에게 보여준 확실한 증거가 없잖아요, 아직)에 대한 온갖 악성 루머들이 언론을 장식하자 그녀는 결심합니다. 진짜 공주가 되기로.
 


그래서 그녀는 일단 예비공주가 되었습니다. 박동재 회장이 사비를 털어 마련한(그게 또 진짜 사비인지는 저도 확신이 없습니다. 원래 재벌들이란 1%의 지분을 갖고도 그룹 재산을 완전 자기 재산처럼 요리하는 사람들이란 걸 우리는 잘 압니다. 특히 삼성이 그렇죠) 궁궐에서 살게 됐습니다. 

진짜 공주가 되기 위해선 하나의 관문을 통과해야 합니다. 바로 국민투표. 이미 조선왕조는 멸망한지가 오랩니다 100년도 더 넘었지요. 그리고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공화국입니다. 공화국에는 왕이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됩니다. 따라서 공주도 당근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럼 뭘 국민투표에 붙인다는 걸까요? 이 드라마에선 황실재단을 만드는데 필요한 동의를 국민투표를 통해 얻는 것처럼 말합니다. 황실재단이 만들어지면 그 재단에 박동재 회장은 자신이 평생을 걸려 모은 모든 재산, 대한민국 최대, 최강의 대한종합그룹의 모든 재산을 넘기겠답니다.

자, 그런데 말입니다. 국민투표에 붙이는 게 단순히 황실재단을 만든다, 그런 내용이기만 할까요? 당연히 아니겠죠. 그럼 먼저 국민투표가 무엇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거군요. 국민투표는 헌법을 바꿀 때 합니다. 그러니까 헌법개정안을 국민투표를 통해 확정하도록 되어있다 이런 말이죠.

헌법개정이란 무엇입니까? 바로 국체에 관해 변동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매우 중요한 사안이죠. 그  외에도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중요한 국가정책에 관하여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국민투표란 것이 아무 때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런 말씀입니다.

▲ 아, 이 으리으리한 궁전이 완전 내 거란 말이지?


그럼 황실재단, 이것도 하나의 재단에 불과한데 이걸 과연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을까요? 제가 볼 땐 없습니다. 아니, 박동재 회장이 과거에 조선황실에 어떤 죄를 지었고 어떤 미안한 마음을 아직까지 간직하다거나 그런 것이 국민투표에 붙일 만큼 중요한 사안일까요?

대통령이 인정하는 국가의 중요 정책에 관해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다는 헌법규정이 있긴 합니다만, 황실재단을 만들어 김태희를 공주로 만들고 박동재 회장이 황실에 대해 가졌던 죄책감과 미안함, 충성심 따위를 해결하는 것이 국가의 중요 정책과 하등 관련이 없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압니다.

그러니까 현재로선 김태희를 공주로 만들기 위해 국민투표를 한다, 이건 뭐 완전 100% 난센습니다. 대통령이 박동재에게 국민투표를 하겠다고 약속했다지만, 이는 지킬 필요가 없는 약속입니다. 이루어질 수 없는 꿈에 대한 약속은 일반적인 의미의 약속이 아닙니다. 약속은 반드시 지킬 것과 지킬 수 있을 것,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요구합니다. 


그러니 박동재 회장의 하나뿐인 손자요 상속자인 박해영도, 대한그룹 비서실장의 딸로서 대한그룹을 온전히 가지기 위해 박해영을 갖겠다는 야심을 가진 오윤주도 공주를 쫓아내기 위해 안달이지만 그럴 필요가 전혀 없는 것입니다. 그냥 가만히 놔두면 공주는 한여름 밤의 꿈을 실컷 즐기다가 제자리로 돌아갈 테니까요. 


자, 이렇게 적어놓고 보니 김태희가 참 불쌍하네요. 높이 날아오른 만큼 떨어질 땐 충격이 몇 배로 큰 법입니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죠. 원하지도 않았던 날개를 수도 없이 달아준 박동재 회장 덕에 김태희는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겠지요. 물론 그녀도 "아, 한여름 밤 꿈이었어!" 이러면 그뿐이긴 합니다만.

그럼 김태희는, 순종 황제의 적손이요 증손녀인 이설은 정녕 공주가 될 수 있는 아무런 방법이 없는 것일까요?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역시 답은 국민투표입니다. 헌법에 규정된 국민투표의 원칙적 목적, 바로 헌법개정입니다. 헌법을 개정하면 김태희는 공주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럼 어떤 헌법 규정을 개정해야만 하는 것일까요? 놀라지 마십시오. 제 견해는 헌법 제1조 제1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바로 이 조항을 개정해야 하는 것입니다. 어떻게? 이렇게요. "대한민국은 왕국이다." 지금은 민주주의가 대세인 시대니까 이렇게 할 수도 있겠군요. "대한민국은 입헌군주국이다."

▲ 아, 그게, 공주 되는 게 그렇게 어려운 거였어? 이제 나 어떡해!


자, 이쯤 되면 쉬운 문제가 아니지요? 이걸 과연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을까요? 단순히 황실재단 만드는 거, 그거는요. 그냥 박동재 회장이 개인적으로 황실기념재단 이런 거 만들어서 운영하면 되는 겁니다. 기껏 그거 하나 운영하자고 대한그룹 재산 전부 거덜 낼 이유도 없고 손자 가슴 아프게 할 이유도 없습니다.

김태희를 진짜 공주로 만들고 싶다면 국민투표에 붙여야 하고, 그 국민투표는 바로 대한민국의 국체를 바꾸는 것이 되는 것입니다. 아마도 이 기상천외한 국민투표가 가결된다면 김태희는 단순히 공주가 아니라 여왕의 지위에 올라야 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아니, 그렇게 되어야만 하겠지요.

세상에 국왕이 없는 공주가 있을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대통령도 없어지겠지요. 한 나라에 태양이 두 개 있을 수는 없습니다. 정치체제는 총리가 수반이 되는 내각이 책임지는 형태가 되겠지요. 그러니 현직 대통령이신 이영찬 씨. 당신 지금 큰 실수 하시는 겁니다. 

아, 본인은 5년 단임제 끝나면 아무 상관없다고요? 그때까지 대통령 자리 유지할 방책은 강구하고 있다고요? 하하, 그랬군요. 그놈에 5년 단임제가 문제였군요. 아무튼, 국민여러분은 어떻게 생각들 하실까요? 국체를 민주공화국에서 입헌군주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

하기야 그런 나라가 한 둘이 아니지요. 가장 대표적인 영국도 그렇고,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네덜란드, 스페인 등이 모두 입헌군주국입니다. 국가의 원수가 국왕인 정치체제지요.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다'는 말을 뒤집어 보면 '통치하지는 않지만, 우리 위에 군림하는' 황실을 만들겠다는 것인데….

이 황당하고 기상천외한 국민투표가 과연 가능할까요? 물론 현실은 아니지만 귀추가 주목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