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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야기 /이런저런이야기

걷기행사도 포기한 기록적 강추위, 원인은?

매달 세번째 일요일이면 <걷는 사람들>이 주최하는 걷기 행사가 있습니다. 2011년 1월은 바로 오늘이 그날입니다. 보통 11시에 경남대 정문에 모여 버스를 타고 목적지로 가서 거기서부터 걷기를 시작하는데, 저는 오늘 가지 못했습니다. 뭐 평소에도 그렇게 썩 안 빠지고 다니는 편은 아닙니다만, 아무튼 오늘도 못 갔습니다.

처음부터 안 가려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마당 한편 수돗가에 꽁꽁 언 얼음을 보면서 어릴 적 고향마을 생각이 났습니다. '그때는 늘 저랬지.' 그때는 사흘이 멀다 하고 함박눈이 펑펑 쏟아졌던 것 같습니다. 지금도 가끔 마을 어귀에서 높다랗게 휘청 늘어진 가지에 눈을 빵모자처럼 뒤집어쓰고 저를 쳐다보는 소나무를 만나는 꿈을 꾸곤 한답니다.

매주 일요일이면 마을회관 앞에 삽과 곡괭이를 들고 집합해서는 마을 공동우물을 꽁꽁 얼려놓은 얼음을 깨는 게 겨울방학 때면 국민학생이며 중학생인 제가 하는 일 중에 하나였지요. 기억하기론 얼음의 두께가 커다란 장작을 반으로 쪼개놓은 두께 정도는 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 영화 '북극'의 한 장면 @다음영화


오늘 추위가 그랬습니다. 그 시절을 회상시킬 만큼, 그때 그 시절이 느껴질 만큼 그런 추위였습니다. 어떻게 할까 열두 번도 더 이랬다저랬다 하다가 결국 오리털 패딩으로 중무장을 하고 대문을 나서 경남대 정문으로 향했지만, 300미터를 넘기지 못했습니다.

마치 코에 동상이라도 들 게 하겠다는 듯이 얼음장 같은 바람이 얼굴을 때렸기 때문입니다. 너무 추웠습니다. 아무리 <걷는 사람들>도 좋지만, 이러다간 얼어 죽거나 최소한 신종플루에 걸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도 아니면 코에 동상이 들지도 모르고 말입니다.

그래서 미안하지만 걷기 행사는 포기하고 집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집으로 돌아와서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아무리 그렇지만 이거 올해는 너무 추운 거 아냐? 삼한사온도 아니고 완전 춥기만 하다가 따뜻한 날씨는 어쩌다 한 번씩 가물에 콩 나듯이 하니. 다음달 초까지 이렇다니까, 겨울 내도록인데.'

며칠 전 뉴스 시간에 왜 이렇게 기록적으로 추운 날씨가 계속 되는 것인지 과학적 근거에 대해 설명해주는 것을 본 것이 기억났습니다. 지구 온난화 때문이라더군요. 북극은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엄청난 양의 얼음이 녹아 빙산이 되어 북극 바다를 떠다닌다고 하는데, 거참 신기한 일이죠. 

북극은 사상 최고로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는데 우린 사상 최고로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니…. 이런 걸 아이러니라고 해야 될까요, 천지개벽이라고 해야 될까요? 어쨌거나 북극은 가장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는데 우리는 왜 가장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을까요?

저도 잘 알아듣지는 못하겠지만, 그리고 이게 또 정설이라는 보장도 없지만, 북극에 따뜻한 공기가 형성되면서 제트기류가 약해졌다는 거지요. 이 제트기류는 북극의 한파를 가두어두는 역할을 하는데요, 이게 약해지니까 북극의 한기가 남하하기 시작했다는 거예요.

오늘 포털 다음 뉴스사이트에는 이런 기사가 있네요. 대륙성 고기압의 확장 때문에 한파가 찾아왔다는 건데요. 그것도 비슷한 논리겠죠. 어쨌든 북극이 따뜻해지면서 찬공기가 아래로(따뜻한 남쪽으로) 흘러내린다는 거죠. 이 때문에 눈이 많이 오고, 또 이 눈이 태양광을 반사시키면서 기온이 더 떨어지고.

완벽하게 이해하지는 못하겠지만, 이런 걱정이 덜커덕 드는군요. '아니 이거 이러다 빙하시대가 오는 거 아냐?' 그렇잖아요. 빙하시대란 게 별 건가요? 북극에 가두어두었던 찬공기가 탈출해 남하하면서 거대한 육지를 덮어버리는 거죠. 이 찬공기는 시간이 가면서 거대한 얼음을 형성하고 뭐 어쩌고저쩌고.

뭐 저는 과학 하고는 완전 거리가 먼 사람이니 너무 걱정들 하지 마세요. 제 이야기에 신빙성이라곤 거의 1% 정도에 불과하니까요. 뭐라고요? 그 1%가 뒤통수 때리면 어떻게 하느냐고요? 그야 저도 할 수 없죠. 그런 경우에 대비해 운명이라고 부르는 체념의 미학을 우리 선조들이 미리 만들어둔 거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네티즌들의 반응을 보니 이게 다 대통령을 잘못 뽑아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주장하시는 분들도 있군요. "이번 한파는 이명박의 서민죽이기 정책에 찬물을 부어주는 격이다"라는 표현은 뭐 제가 봐도 아주 그럴듯하네요. 이명박이 밉든지 곱든지를 떠나 맞는 말이죠.

하여간 구제역, 조류독감, 신종플루, 살아있는 모든 것에 재앙이 내린 것 같은 대한민국, 정말 대통령을 잘못 뽑아 그런 건 아닌지. 옛말에 나라에 재앙이 생기면 제일 먼저 왕을 잡아다 그 죄를 논하고 제단에 피를 뿌려 하늘을 달랬다, 뭐 그런 이야기가 있던데, 정말 그래야 하는 건 아닌지.

추운 겨울. 모두들 건강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날씨가 아무리 추워도 우리 이명박 대통령께서는 배부르고 등 따사롭겠지요? 이건희 딸 이부진은 신세계 백화점 모피코트 잘 팔려서 입이 함지박 만하게 벌어졌을 테고요. 그런데 이런 기록적인 한파에 노숙자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우리 동네 마산역 앞 광장 숲속에도 노숙자들이 있다던데요. 텐트도 없이 그냥 자리 깔고 잔다는데, 혹시 이 기록적 한파에 얼어 죽기라도 하는 건 아닌지. 노인 노숙자도 있고, 애 딸린 노숙자도 있다던데…. 저보고 어떤 공무원이 한번 취재 가보라고 하던 것을 너무 추워서 못가고 말았네요.

휴~ 노숙자는 서울에만 있는 줄 알았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