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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동이, 장희빈 망하니 궁중여인들 옷이 다 바뀌었네

동이, 지금 분위기는 완전 춘향전에서 거지 이몽룡이 암행어사가 되어 출두한 것과 같은 분위기입니다. 장희빈 집안은 완전 풍비박산이 나고, 폐비 민씨와 동이네 집안은 경사 났습니다. 어쨌든 보는 사람도 흐뭇합니다. 이렇듯 기분 좋은 걸 보니 저도 장희빈 편은 아닌가봅니다. 

저는 분명 일전에 장희빈이 악년가 된 데에는 정권을 장악한 노론 일파의 음해도 있었을 것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폐비가 된 인현왕후의 억울함을 호소한 김만중의 사씨남정기도 다분히 민심의 동요를 노린 유언비어 유포였을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도 장희빈 집안이 망하니 기분 좋네요. 거참~

이때의 사건을 소위 갑술환국이라 부릅니다. 1694년 4월의 일이었습니다. 이 사건으로 영원히 서인들의 세상이 됐습니다. 물론 서인들은 다시 환국 사후처리를 놓고 노론과 소론이 다투게 되는데 세상에 영원한 동지는 없습니다. 그런데 세상이 바뀌니 가장 눈에 띄게 바뀌는 게 있습니다. 바로 궁중 여인들의 옷입니다. 

우선 폐비 민씨부터 보실까요? 




그녀는 죄인입니다. 그래서 한때 왕후였던 그녀가 이렇게 하얀 소복을 입고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이 일거에 바뀌니 옷도 이렇게 바뀝니다. 보십시오. 얼마나 화려합니까? 양 어깨에는 황금빛 봉황이 빛을 발하며 위엄을 드러냅니다. 확실히 옷이 날갭니다.




자, 그럼 장희빈은 어떻게 됐을까요? 중전 옷을 벗게 된 장희빈, 표정이 참담합니다. “나 옷 벗기 싫어. 이 옷 벗기 싫단 말이야. 난 이 옷이 좋아.” 그렇군요. 장희빈은 지금 죽도록 옷이 벗기 싫습니다. 아마 이때부터 자리에서 물러나거나 직장을 그만둘 때 옷 벗는다거나 옷 벗긴다는 말이 생겼나 봅니다.  

“아무도 내 옷을 벗길 수 없어. 절대 안 벗을 테다.”




그러나 그녀는 결국 옷을 벗고 말았습니다. 중전에서 희빈으로 강등된 장옥정. 조선 역사상, 아니 전체 역사를 통틀어 보더라도 이런 일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을 겁니다. 중전 자리에 앉아 있다가 한 등급 아래의 빈으로 강등되다니…. 차라리 사약을 내려주시지 그러셨습니까, 숙종. 이보다 더한 고문이 또 어디 있습니까.

중전 옷 벗은 장희빈, 정말 초라하네요. 확실히 중전마마 옷이 최고로 고급이 맞나 봅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동이 선수는 어찌 됐을까요? 동이야말로 가장 극적으로, 그리고 가장 자주 옷이 바뀐 인물입니다. 그녀는 천민 오작인의 딸 동이에서, 장악원 노비로, 감찰부 궁녀로, 무수리로, 그리고 마침내 승은상궁으로 그 복장이 가장 많이 바뀐 그야말로 그녀의 옷만 봐도 파란만장 그 자쳅니다.

그러나 과거 노비 시절의 동이 복장은 소개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숙원마마가 된 마당에 천민 무수리 시절을 들먹이면 곧 태어나게 될 영조가 기분이 매우 안 좋을 테니까요.




그런 동이가 드디어 숙원마마가 되었습니다. 캬~ 노비 출신 동이가 저런 옷을 입고 만조백관들이 조아리는 앞을 걸어가게 되다니…, 사람 팔자 시간문젭니다.




그런데 잠깐 이 대목에서 제가 궁금한 게 있답니다. 왜 상궁들에게는 마마님이란 호칭을 붙이면서 왕과 후궁들에겐 마마라고만 부르는 걸까요? 마마보다 마마님이 더 높은 거 아닌가? ㅋㅋ 일단 모르겠습니다. 전문가이신 이병훈 피디를 믿어야지요. 

그럼 이번엔 마마님들의 복장을 한번 보실까요? 우리의 정상궁 마마님입니다.  




내명부의 실권을 잡은 동이의 최측근이죠. 확실히 줄은 잘 서야 됩니다. 바로 최고상궁으로 승차하셨습니다. 그러자 옷도 바뀌었습니다. 한복 윗도리 깃 부분에 꽃무늬가 장식돼 있지요? 아마 일반상궁들과 최고상궁을 구별하는 복색인가 봅니다.

뒤에 서 있는 정음이, 감찰부 나인이었던 그녀는 상궁이 됐습니다. 이제부턴 마마님이라고 불러야 합지요. 그녀도 복장이 바뀌었네요.




진짜 폼 나지요? 옷이 날개란 걸 증명해 보이기라도 하려는 듯합니다. 옷이 바뀐 티가 가장 잘 나는 인물이 바로 정음입니다. 이분, 그냥 왕비 시켜도 될 거 같습니다. 정말 폼 나네요. 와우~ ^^*




원래 이런 모습이었죠. 상궁 시켜준다는 말에 놀라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합니다. 속으로는 좋아서 죽을 지경입니다. 상궁 되면 당상관 관료들도 함부로 못합니다. 마마님 하고 깍듯이 존대해야죠.




자, 나란히 서 있는 우리 마마님들. 잘 어울리죠?  ^*^




그럼 이번엔 감찰부 전 최고상궁은 어떻게 됐나 볼까요? 이분들은 완전 옷 벗었습니다. 장희빈 따르다가 쫄딱 망했네요. 그러게 줄 잘 서야 된다니까요.




그러나 착한 우리의 동이, 그녀들 옷을 벗길 생각은 없나 봅니다. 다시 옷을 내려줍니다. 참수 당할 줄 알고 바들바들 떨던 그녀들 황송하고 감지덕지,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자, 비록 옷 색깔이 전에 보단 곱지 못해도 반성하는 마음으로 입고 열심히 일하도록 해. 그러다 혹시 알아? 다시 전처럼 좋은 옷 다시 입혀 줄지.”




그러나 무엇보다 제일 감지덕지 한 것은 바로 나야. 아, 지난 6년 동안 폐위된 중전마마를 따라 사가에서 흰옷을 입고 지내던 세월을 생각하니 눈물이 아니 날 수가 없구나. 흑흑~ 동이야, 너무 고마워. 그리고 정상궁, 정음이, 아니 정음이도 이제 상궁 마마님이지, 그리고 봉상궁도 정말 고마워.

아 이렇게 최고상궁 옷을 다시 입게 될 줄이야. 이게 꿈이냐 생시냐~




흑흑, 마마님. 소녀도 마찬가지이옵니다. 6년 동안이나 흰옷을 입고 다 쓰러져가는 초가집에서 우리가 살았다니. 흰옷 그거 때도 정말 잘 타는데… 아, 너무 감개무량해서 눈물이 앞을 가리옵니다.




그래, 나도 정말 기뻐. 내 재주에 감찰부에서 크긴 글렀고 진즉 동이 처소로 옮긴 것은 정말 잘 한 일이야. 정상궁 마마님, 정음아, 정말 축하해. 그렇지만 동이 마마님. 저도 옷 좀 바꿔 주세요. 저도 좋은 옷 입으면 폼 난답니다. 옷이 날개란 말에 예외가 있다는 말은 못 들어봤거든요.

그치만 아무튼 기뻐요. 흑흑~




아하, 그러고 보니 최고상궁이 된 정상궁이 정음이의 상궁 승진을 비롯한 인사발표를 하는 뒤에 서 있는 애종이의 표정이 뭔가 서운한 게 있는 모양입니다. 기쁘면서도 서운한 그런 표정. 알았어, 조금만 기다려. 너도 곧 새 옷 입혀 줄께.   




그런데 이 좋은 분위기에 마지막으로 등장을 예고한 이사람, 누굴까요? 한성부 서윤이라고 하는군요. 이름이 장 머시기? 장희빈과 같은 장씨네요. 인척은 아닐 듯한데. 장희빈이야 원래 중인 집안 출신이니까. 갑술환국으로 제주로 귀양 가기 전 장희재의 벼슬이 원래 한성부판윤이었다고 하지요? 

한성부판윤. 판서급으로 대감이죠. 중인이 대감까지 됐으니 출세 크게 한 거죠. 아무튼, 장 머시기 이사람, 원래는 이 자리가 최철호 자리였는데, 대타로 나섰군요. 동이 홈페이지에 보면 최철호가 한성부 서윤으로 동이를 괴롭힌다고 나와 있었거든요.  




그나저나 좋았던 분위기도 이번 주 뿐이겠네요. 다음 주부터는 다시 회오리 바람이 불겠습니다. 이사람, 벌써 인상부터 기분 나쁘게 생겼잖아요? 새 옷 받고 좋아하는 동이, 마냥 좋아할 때만은 아니랍니다. 세상이 늘 그렇지만 좋은 일 다음엔 반드시 나쁜 일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호사다마란 아주 불길한 말도 있으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