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가 아니라 엄마 김미순이 시력을 잃을 듯…
김탁구가 실명을 했군요. 그러나 곧 다시 시력을 회복했습니다. 천만 다행입니다. 그렇죠. 주인공이 시력을 잃으면 안 되죠. 시력을 잃은 사람들 중에도 훌륭한 명인들이 많다는 건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시력을 잃은 상태에서 제빵왕도 되고 본래의 자리도 찾는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이겠습니까.
그런데 저는 드라마를 보다가 그런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아니, 갑자기 왜 김탁구를 실명 위기로 내모는 거야, 왜? 무엇 때문에? 물론 탁구의 실명은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탁구는 잠깐이지만 실명 상태에서 자기 속에 숨어 있는 진정한 제빵왕의 면모를 발견했습니다.
빵을 향한 열정. 그것은 단순한 추억 정도가 아니었습니다. 빵은 탁구에게 생명이요 진리였던 것입니다. 탁구는 아버지 구일중이 빵 만드는 모습을 딱 한 번 보고 그 모습을 평생 간직하며 살았습니다. 지금 탁구가 다양한 빵 모양을 자유자재로 만들 수 있는 소질을 계발하게 된 것도 그 추억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시다시피 탁구는 이미 아버지를 만나기 전부터 유독 빵에 대한 후각과 관심이 남달랐습니다. 극 초반 탁구가 초등학교 동무들과 어울려 빵가게 앞에서 코를 벌름거리며 냄새를 맡던 장면을 모두들 기억하시겠지요. 탁구는 천부적으로 빵에 대한 소질을 지니고 태어났습니다. 뭐 구일중으로부터 유전된 것일 수도 있지요.
탁구의 실명은 빵을 만들겠다는 결심을 하게 했으니 무의미한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지난주 마지막 장면에서 보여준 탁구 엄마의 등장과 탁구의 실명은 뭔가 심상찮은 반전을 예감하게 했습니다. 엔딩샷에 클로즈업 된 탁구 엄마와 탁구. 제작진은 이 엔딩샷으로 무엇을 예고하고 싶었던 것일까요?
저는 그저 단순하게 김미순이 나타나자마자 김탁구가 위기에 처한 상황을 보여주려고 했던 것 아닐까,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다가 어제 드라마를 보면서는 김탁구가 실명하게 되면 다시는 엄마를 볼 수 없을 것이라는 절망적인 상황, 탁구에게 있어서 살아야 할 모든 가치를 사라지게 만드는 그런 상황을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탁구는 시력을 되찾았습니다. 탁구가 다시는 엄마를 볼 수 없을지 모른다는 절망적인 상황은 비켜갔습니다. 그러다가 무심결에 들었던 탁구 엄마와 닥터 윤이 나누는 대화가 생각났습니다. "그때까지 제 눈이 버텨줄란가 모르겠네예." 그리고 물잔을 잡으려고 내민 그녀의 손이 컵에 못 미쳐 허공을 가르는 걸 보았습니다.
그 장면을 보던 당시에는 그냥 무심결에 지나쳤지만 그건 예사로운 장면이 아니었습니다. 그때 "어? 탁구가 아니라 탁구 엄마가 실명한 거 아냐?" 하고 생각했지만, 곧 그런 생각은 그냥 드라마에 파묻히고 말았습니다. 그 이후에도 탁구 엄마는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병자처럼 보이긴 했지만) 걸어 다녔거든요.
탁구 할머니 홍여사의 무덤에 나타났을 때도 김미순은 차안에서 구일중이 성묘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지 않습니까? 그러니 탁구 엄마가 당장 시력을 완전히 잃은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어제 탁구 엄마가 보여준 모습은 분명 시력에 문제가 있음을 드러냈습니다. 물잔의 위치를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그리고 치료하러 서울의 어느 병원에 온 탁구와 우연히 마주쳤지요. 이때 김미순은 닥터 윤의 부축을 받기 위해 손을 잡은 모습이었습니다. 그때 저는 '아, 역시 김미순이 실명했구나!' 했지만 잠시 후 스스로 의자에 앉는 모습을 보며 다시 '아닌가?' 하고 의아해했습니다. 그러다가 약간 옆에 떨어져 앉아있는 탁구를 향해 고개를 돌렸지요.
김미순의 시선이 탁구에게 한참 머물렀습니다. 아마도 그녀는 뭔가 초자연적인 느낌 같은 것을 받은 듯한 표정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탁구를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그때 저는 그렇게 생각했지요. '탁구가 안 보이는 것일까? 아니면 탁구를 못 알아보는 것일까?'
글쎄요. 확실한 것은 알 수 없습니다. 오늘 저녁에 다시 김미순씨가 나올 테니 그때 한 번 물어보는 수밖에요. 어제 탁구 옆에 앉아서 한참 동안 탁구를 바라보셨는데 안 보이셨던 거예요? 아니면 탁구일 줄 모르셨던 거예요? 하고 말입니다. 그러나 단언하건대, 탁구 엄마가 탁구를 못 알아볼 리는 절대 없습니다.
보통의 엄마들이라도 아무리 열두 살 때 헤어진 아들이 스물네 살이 되어 앞에 나타났다 해서 못 알아보진 않습니다. 특히 김탁구 엄마 김미순은 보통의 엄마가 아닙니다. 그녀는 오직 탁구 하나만 보며 살아온 여자입니다. 그녀는 탁구를 위해서라면 목숨마저 내놓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런 김미순이 탁구를 못 알아본다? 탁구도 마찬가집니다. 12년 동안 오로지 엄마를 찾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녔습니다. 평생 편안한 삶이 보장되는 거성가까지 버렸습니다. 그러나 김탁구는 시력을 다쳐 눈에 붕대를 감고 있는 상태, 엄마를 알아볼 수 없습니다. 만약 김탁구가 그 상태가 아니었다면 당장 "엄마!' 하고 외치며 달려갔을 겁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김미순은 지금 서서히 시력이 상실되어 가는 중입니다. 아마 12년 전 도망치다 사고로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사경을 헤매던 김미순은 닥터 윤이 하던 보건소로 찾아갔을 것이고 닥터 윤이 지금껏 김미순을 보살피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러고 보니 24년 전 닥터 윤의 김미순에 대한 감정이 언뜻 우리 눈에 비쳤었지요.
이들은 거성식품의 주식을 사 모으고 있는 중입니다. 이 두 사람이 무슨 음모를 꾸미고 있는 것인지는 아직 확실치 않습니다. 그러나 대충 짐작할 수 있는 것은 복수를 위해 회사의 주도권을 확보하려고 하는 듯합니다. 어쩌면 이들은 서인숙과 한승재가 홍여사를 죽였고, 거성식품의 경영권을 넘보고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일단 우리 쪽 투자를 받겠답니다."
"투자를 하는 대신 지분 보유를 원한다는 데도 합의를 했구요?"
"처음엔 강하게 거부감을 보였지만 저희 쪽이 내민 조건이 나쁘지 않은 터라."
"그러면 우리가 원하는 정도의 지분을 확보하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겠습니까?"
"짧게는 1년, 길게는 2년에서 3년이면 충분합니다."
닥터 윤이 이들의 대리인과 하는 얘기를 은밀히 듣고 있던 김미순이 이렇게 말했지요.
"2년에서 3년이라…. 그때까지 제 눈이 버텨줄란가 모르겠네예."
2년에서 3년이면 탁구가 팔봉선생으로부터 제빵 비법을 전수 받고 제빵계의 1인자가 될 때쯤이겠는데 제발 탁구를 만날 때까지라도 시력을 잃어서는 안 될 텐데, 운명이란 참으로 얄궂습니다. 어떻게 12년 만에 만난 모자가 모두 시력을 잃어 병원에 치료받으러 온 상태였다니.
그렇군요. 김미순도 병원에 눈 치료를 받기 위해 나타났던 것입니다. 실명 위기는 탁구가 아니라 김미순이 더 심각한 모양입니다. 그녀의 실명은 이미 날짜를 받아놓은 것처럼 보이니…, 오호, 통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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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탁구가 실명을 했군요. 그러나 곧 다시 시력을 회복했습니다. 천만 다행입니다. 그렇죠. 주인공이 시력을 잃으면 안 되죠. 시력을 잃은 사람들 중에도 훌륭한 명인들이 많다는 건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시력을 잃은 상태에서 제빵왕도 되고 본래의 자리도 찾는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이겠습니까.
그런데 저는 드라마를 보다가 그런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아니, 갑자기 왜 김탁구를 실명 위기로 내모는 거야, 왜? 무엇 때문에? 물론 탁구의 실명은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탁구는 잠깐이지만 실명 상태에서 자기 속에 숨어 있는 진정한 제빵왕의 면모를 발견했습니다.
빵을 향한 열정. 그것은 단순한 추억 정도가 아니었습니다. 빵은 탁구에게 생명이요 진리였던 것입니다. 탁구는 아버지 구일중이 빵 만드는 모습을 딱 한 번 보고 그 모습을 평생 간직하며 살았습니다. 지금 탁구가 다양한 빵 모양을 자유자재로 만들 수 있는 소질을 계발하게 된 것도 그 추억 때문입니다.
그러나 아시다시피 탁구는 이미 아버지를 만나기 전부터 유독 빵에 대한 후각과 관심이 남달랐습니다. 극 초반 탁구가 초등학교 동무들과 어울려 빵가게 앞에서 코를 벌름거리며 냄새를 맡던 장면을 모두들 기억하시겠지요. 탁구는 천부적으로 빵에 대한 소질을 지니고 태어났습니다. 뭐 구일중으로부터 유전된 것일 수도 있지요.
탁구의 실명은 빵을 만들겠다는 결심을 하게 했으니 무의미한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지난주 마지막 장면에서 보여준 탁구 엄마의 등장과 탁구의 실명은 뭔가 심상찮은 반전을 예감하게 했습니다. 엔딩샷에 클로즈업 된 탁구 엄마와 탁구. 제작진은 이 엔딩샷으로 무엇을 예고하고 싶었던 것일까요?
저는 그저 단순하게 김미순이 나타나자마자 김탁구가 위기에 처한 상황을 보여주려고 했던 것 아닐까,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다가 어제 드라마를 보면서는 김탁구가 실명하게 되면 다시는 엄마를 볼 수 없을 것이라는 절망적인 상황, 탁구에게 있어서 살아야 할 모든 가치를 사라지게 만드는 그런 상황을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탁구는 시력을 되찾았습니다. 탁구가 다시는 엄마를 볼 수 없을지 모른다는 절망적인 상황은 비켜갔습니다. 그러다가 무심결에 들었던 탁구 엄마와 닥터 윤이 나누는 대화가 생각났습니다. "그때까지 제 눈이 버텨줄란가 모르겠네예." 그리고 물잔을 잡으려고 내민 그녀의 손이 컵에 못 미쳐 허공을 가르는 걸 보았습니다.
그 장면을 보던 당시에는 그냥 무심결에 지나쳤지만 그건 예사로운 장면이 아니었습니다. 그때 "어? 탁구가 아니라 탁구 엄마가 실명한 거 아냐?" 하고 생각했지만, 곧 그런 생각은 그냥 드라마에 파묻히고 말았습니다. 그 이후에도 탁구 엄마는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병자처럼 보이긴 했지만) 걸어 다녔거든요.
탁구 할머니 홍여사의 무덤에 나타났을 때도 김미순은 차안에서 구일중이 성묘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지 않습니까? 그러니 탁구 엄마가 당장 시력을 완전히 잃은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어제 탁구 엄마가 보여준 모습은 분명 시력에 문제가 있음을 드러냈습니다. 물잔의 위치를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그리고 치료하러 서울의 어느 병원에 온 탁구와 우연히 마주쳤지요. 이때 김미순은 닥터 윤의 부축을 받기 위해 손을 잡은 모습이었습니다. 그때 저는 '아, 역시 김미순이 실명했구나!' 했지만 잠시 후 스스로 의자에 앉는 모습을 보며 다시 '아닌가?' 하고 의아해했습니다. 그러다가 약간 옆에 떨어져 앉아있는 탁구를 향해 고개를 돌렸지요.
김미순의 시선이 탁구에게 한참 머물렀습니다. 아마도 그녀는 뭔가 초자연적인 느낌 같은 것을 받은 듯한 표정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탁구를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그때 저는 그렇게 생각했지요. '탁구가 안 보이는 것일까? 아니면 탁구를 못 알아보는 것일까?'
글쎄요. 확실한 것은 알 수 없습니다. 오늘 저녁에 다시 김미순씨가 나올 테니 그때 한 번 물어보는 수밖에요. 어제 탁구 옆에 앉아서 한참 동안 탁구를 바라보셨는데 안 보이셨던 거예요? 아니면 탁구일 줄 모르셨던 거예요? 하고 말입니다. 그러나 단언하건대, 탁구 엄마가 탁구를 못 알아볼 리는 절대 없습니다.
보통의 엄마들이라도 아무리 열두 살 때 헤어진 아들이 스물네 살이 되어 앞에 나타났다 해서 못 알아보진 않습니다. 특히 김탁구 엄마 김미순은 보통의 엄마가 아닙니다. 그녀는 오직 탁구 하나만 보며 살아온 여자입니다. 그녀는 탁구를 위해서라면 목숨마저 내놓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런 김미순이 탁구를 못 알아본다? 탁구도 마찬가집니다. 12년 동안 오로지 엄마를 찾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녔습니다. 평생 편안한 삶이 보장되는 거성가까지 버렸습니다. 그러나 김탁구는 시력을 다쳐 눈에 붕대를 감고 있는 상태, 엄마를 알아볼 수 없습니다. 만약 김탁구가 그 상태가 아니었다면 당장 "엄마!' 하고 외치며 달려갔을 겁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김미순은 지금 서서히 시력이 상실되어 가는 중입니다. 아마 12년 전 도망치다 사고로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사경을 헤매던 김미순은 닥터 윤이 하던 보건소로 찾아갔을 것이고 닥터 윤이 지금껏 김미순을 보살피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러고 보니 24년 전 닥터 윤의 김미순에 대한 감정이 언뜻 우리 눈에 비쳤었지요.
이들은 거성식품의 주식을 사 모으고 있는 중입니다. 이 두 사람이 무슨 음모를 꾸미고 있는 것인지는 아직 확실치 않습니다. 그러나 대충 짐작할 수 있는 것은 복수를 위해 회사의 주도권을 확보하려고 하는 듯합니다. 어쩌면 이들은 서인숙과 한승재가 홍여사를 죽였고, 거성식품의 경영권을 넘보고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일단 우리 쪽 투자를 받겠답니다."
"투자를 하는 대신 지분 보유를 원한다는 데도 합의를 했구요?"
"처음엔 강하게 거부감을 보였지만 저희 쪽이 내민 조건이 나쁘지 않은 터라."
"그러면 우리가 원하는 정도의 지분을 확보하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겠습니까?"
"짧게는 1년, 길게는 2년에서 3년이면 충분합니다."
닥터 윤이 이들의 대리인과 하는 얘기를 은밀히 듣고 있던 김미순이 이렇게 말했지요.
"2년에서 3년이라…. 그때까지 제 눈이 버텨줄란가 모르겠네예."
2년에서 3년이면 탁구가 팔봉선생으로부터 제빵 비법을 전수 받고 제빵계의 1인자가 될 때쯤이겠는데 제발 탁구를 만날 때까지라도 시력을 잃어서는 안 될 텐데, 운명이란 참으로 얄궂습니다. 어떻게 12년 만에 만난 모자가 모두 시력을 잃어 병원에 치료받으러 온 상태였다니.
그렇군요. 김미순도 병원에 눈 치료를 받기 위해 나타났던 것입니다. 실명 위기는 탁구가 아니라 김미순이 더 심각한 모양입니다. 그녀의 실명은 이미 날짜를 받아놓은 것처럼 보이니…, 오호, 통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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