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앞에 두고도 부르지 못하는 김탁구, 대체 왜?
늘 그게 궁금했습니다. 왜 탁구는 집으로 안 돌아갈까? 열두 살 어린 아이가 집을 버리고 어디를 그렇게 돌아다녔던 것일까? 물론 탁구가 집으로 돌아가지 않은 이유에 대해 우리는 이미 다 알고 있습니다. 한승재와 약속을 했기 때문이죠. 엄마(김미순)를 해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해주는 대가로 거성가를 나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다고 한 겁니다.
탁구는 왜 집으로 안 돌아가나?
그러나 그 약속은 이미 휴지조각이 된 지가 오랩니다. 한승재는 틈만 나면 김미순과 김탁구를 죽이기 위해 갖은 수단을 동원했습니다. 주로 돈을 이용해 폭력배들을 동원하는 좀 전근대적이고 비열한 수법들이 사용되었던 것이죠. 그러니 김탁구가 한승재에게 거성가를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다고 한 약속 따위는 원인무효인 것입니다.
그런데 궁금한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최소한 김탁구는 한승재가 자기 엄마를 해치려고 시도했었고, 14년의 실종에도 깊이 연루돼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일까요? 어릴 때는 그렇다 치더라도 스물여섯 살이 된 지금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요? 게다가 탁구는 한승재가 보낸 조폭들에게 죽을 뻔 했지 않습니까?
인적 없는 으슥한 창고에서 조폭들에게 흠씬 두들겨 맞은 김탁구 앞에 한승재가 나타났었죠. 그리고 이렇게 말했잖습니까. "왜 경고를 무시하고 다시 나타난 거냐?" 사실 김탁구가 그들 앞에 나타나려고 나타난 것도 아닙니다. 단지 우연히 한승재가 김탁구를 발견한 것뿐이었지요.
한승재는 조폭들에게(이들이 한승재가 거느린 부하들인지, 돈을 주고 산 깡패들인지는 모르겠지만) 조용히 처리하라고(죽이라고) 지시하고는 자리를 떴습니다. 승합차에 어디론가 끌려가던 김탁구는 구사일생으로 탈출했지요. 그리고 얼마 후, 팔봉빵집에서 다시 만난 김탁구와 한승재. 저는 기절할 뻔 했습니다.
아니 어떻게 이런 일이? 불과 얼마 전에 자기를 살해하려 했던 자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한적한 공원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물론 대화 내용은 날이 서 있었지만. 당장 신고부터 해야 되는 거 아닌가? 확실한 증거가 없어서? 아무튼, 제 상식으로는 좀 거시기 했습니다. 이쯤 되면 김탁구는 알았어야 하는 겁니다.
"한승재. 니가 우리 엄마를 죽였지? 어떻게 한 거냐, 어서 바른대로 대!"
왜 한승재를 그냥 놔두고 있는 걸까?
이렇게 몰아붙였어야 하는 게 정상 아니냐는 거죠. 그러나 김탁구는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조진구도 그렇습니다. 김탁구는 12년 동안이나 조진구를 찾아 헤맸습니다. 오로지 바람개비 문신이 팔뚝에 새겨진 남자를 찾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전국을 떠돌았습니다. 그리고 바람개비 문신의 주인공 조진구를 만났습니다.
그런데도 김탁구는 조진구에게서 아무것도 얻어낸 것이 없습니다. 누가 사주한 것이냐? 어떻게 했느냐? 우리 엄마는 어떻게 됐느냐? 죽었느냐, 살았느냐? 아마 탁구는 조진구로부터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것만을 보았을 뿐 그 이후엔 흔적도 알 수 없다는 말을 들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 말이 나오는 장면을 보지는 못했지만, 느낌이 그렇습니다.
이건 완전 이율배반입니다. 12년이나 엄마를 찾아 헤매던 탁구가, 오로지 엄마를 찾기 위해 부잣집 아들 자리까지 포기한 탁구가 유일한 단서라고 믿었던 바람개비 문신을 찾았는데도 그렇게 허무하게 주저앉고 말다니. 최소한 누가 사주했는지는 알아냈어야 하는 거 아닐까요?
그렇다면 김탁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이었을까요? 구일중을 찾아가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구일중에게 따졌어야 하는 겁니다. 그리고 함께 대책을 세웠어야 하는 겁니다. 한승재가 자기에게 벌인 흉계에 대해서도 폭로했어야 하는 겁니다. 그리고 경찰에 신고할 것인지, 아니면 좀 더 사태를 지켜보면서 비밀을 캐내려고 할 것인지 결정했어야 하는 겁니다.
왜 아버지를 보고도 모른 척 하는 걸까?
김탁구는 소리만 버럭버럭 지를 줄밖에 모르는 바보인 것일까요? 제가 보기엔 틀림없이 바보입니다. 그는 어제 구일중을 만났습니다. 팔봉빵집 제빵실에서 마주친 김탁구와 구일중. 14년만의 부자상봉입니다. 구일중은 김탁구를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저 같으면 얼른 알아 볼 텐데, 좀 그렇더군요.
그러나 김탁구는 구일중이 자기 아버지인 줄 잘 압니다. 늘 그리워했던 아버지가 아닙니까? 12년 동안 팔도를 전전하면서 빵 반죽을 만들었던 것은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추억 때문이었다고 자기 입으로 말했었지요. 그런데 왜 아버지 앞에서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혹시 안 하는 것일까요? 기분 나빠서?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아버지를 만난 감동이 탁구의 흐려진 눈동자를 촉촉이 적셔주고 있는 것이 보였거든요. 그럼 왜 김탁구는 자기를 숨기는 것일까요? 이름을 물어보는 아버지에게 그저 김군이라고 부르면 된다는 식으로 얼버무리며 빠져나갔습니다. 왜 그랬던 것일까요?
그날 밤, 김탁구는 구마준에게 아버지에 대한 감정을 드러냈습니다. 아버지를 만나고 싶지만, 아버지 앞에 나타나고 싶지만 이런 모습으로는 싫다, 좀 더 당당한 모습으로 떳떳하게 아버지 앞에 서고 싶다는 말을 하는 김탁구를 보며 저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탁구는 엄마 찾기를 포기한 걸까? 그렇다면 왜 집을 나온 걸까?
모르겠습니다. 저도 지금 탁구의 마음이 무엇인지 감을 잡을 수가 없습니다. 그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요? 아무튼, 김미순은 굳이 탁구가 찾지 않아도 탁구 앞에 모습을 나타낼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도 거성식품의 대주주가 되어 탁구에게 큰 힘이 되겠지요. 그리고 탁구는 인간경영을 하게 될 겁니다.
팔봉선생의 첫 번째 경합 과제처럼, 배를 부르게 해주는 빵을 만들게 되겠지요. 그러나 어떻든 저로서는 김탁구가 왜 아버지에게 자신의 존재를 숨기는 것인지에 대해선 요해가 잘 안 됩니다. 아무리 이해해보려고 노력해도 잘 안 되는군요. 간단하게 모든 것을 밝히고 엄마를 찾는 것이 순리일 것 같은데…, 뭔가 심오한 뜻이 있겠지요.
하여간 갈수록 재미있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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