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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동이' 장희빈 깜짝 몰락, 최철호 때문?

체포되는 최철호, 눈에 눈물이 글썽글썽
"아, 이렇게 허망하게 끝나는구나!"














장희빈이 동이가 쳐놓은 덫에 빠졌군요. 그런데 그 덫이란 게 간단한 것이 아니라 아주 치명적인 함정이었던 것입니다. 도저히 빠져나오기 힘든 함정. 장희재는 반역죄를 벗어나기 힘든 상황에 빠졌고요. 오윤과 오윤의 부하도 마찬가집니다. 그들은 모두 현행범으로 체포됐습니다.

동이가 쳐놓은 등록유초의 덫에 걸린 장희빈  

등록유초. 우리는 모두들 궁금해 했습니다. 대체 그 등록유초란 것이 뭘 어쩐다는 거지? 그게 어떻게 장희빈을 몰락시키고 폐위된 인현왕후를 복위시킨다는 거지? 동이가 등록유초를 들고 숙종에게 고하겠다고 방방 뜰 땐 그 의구심은 더욱 커졌습니다. 글쎄 그게 등록유초인 건 맞는데 그게 장희재하고 뭔 관계람?

그러나 <동이> 팀은 그런 모든 궁금증들을 일거에 해소시켰습니다. 마치 전광석화처럼. 어제 하루는 지난 수년간의 역정을 압축한 한편의 드라마 스페셜이었습니다. 아무튼, 장희빈은 신들린 듯 동이와 동이와 관계된 모든 인물들을 궁중연회를 빌미로 한자리에 불러 모은 다음 그들의 처소를 뒤지게 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동이의 처소에 숨겨진 등록유초를 찾아내는데 성공했습니다. 감찰부 최고상궁 최상궁, 뭔가 군기가 딱 잡힌 주임상사 같은 모습이 늘 우스웠는데―이건 놀리는 게 아니라 칭찬이랍니다. 저는 정상궁(김혜선)과 대비되는 최상궁역의 임성민이 어울린다고 생각한답니다, 남들이야 뭐라든―이번에도 그녀는 공을 세워 장희빈을 궁지로 몰 모양입니다.

최상궁은 훌륭한 궁인이지요, 최소한 장희빈에겐. 그러나 너무 지나치게 열심을 떨어서 이렇게 가끔 탈을 일으킵니다. 대충 뒤지다가 못 찾았으면 장희빈이 동이가 쳐놓은 함정에 빠질 일도 없었을 테지요. 사실 동이가 들고 있는 등록유초는 그걸 필요로 하는 장희빈 일파에게 넘어가지 않는 한 아무 쓸모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열심히 동이 처소를 뒤져 등록유초를 장희빈에게 전하는 최상궁, 훌륭해요...


장희빈이 지옥행 급행열차를 타게 된 이유가 뭘까

그런데 그건 그렇다 치고 말입니다. 왜, 무엇 때문에, 이렇게 급작스럽게 하루 만에 장희빈은 천국에서 지옥을 오가는 급행열차를 타게 된 것일까요? 이런 일을 치르려면 나름대로 충분한 긴장관계와 준비가 필요할 텐데 말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mbc 방송국의 입장에서도 바람직한 것 아니겠습니까?  

최소한 몇 회에 걸쳐서 진행될 이야기가 단 하루 만에 아작이 나고 말았으니 방송사로서도 크나큰 손실이라 아니할 수 없지요. 저야 뭐 무슨 스페셜을 보는 것처럼 핵심만 뽑아내 빠르게 달려가는 스토리를 보며 신이 나기도 했지만 말입니다. 갑자기 장희빈과 장희재가 와르르 무너지는 소리를 듣는 것도 그리 기분 나쁘진 않았거든요.

그러나 무엇 때문에 갑자기 장희빈으로 하여금 등록유초를 훔치도록 하여 사태를 마무리 지은 것일까요? 사실은 이런 스토리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어리둥절할 뿐 아니라 당혹스럽게 만드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등록유초를 청나라에 넘기는 행위로 말하자면 이완용이 일본에 나라 팔아먹은 행위에 비견될 만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엉뚱하리만치 무모한 무리수를 두었을까요? 왜 장희빈은 그토록 다급하게 엉성한 일을 꾸민 것일까요? 또 왜 느닷없이 청나라의 태감이 조선의 서울에 나타난 것일까요? 그는 청의 황제가 민대인이 등록유초를 얻기 위해 꾸민 일을 알고 이를 사과하고 사태를 바로잡기 위해 파견한 밀사라고 했지요. 

갑작스런 장희빈의 몰락과 청국 태감의 등장 배후는 최철호

진짜 그랬을까요? 모르긴 몰라도 청의 황제라면 민대인에게 큰 포상을 내렸어야 할 일인데 뭐가 아쉬워서 밀사까지 파견해 조선의 국왕에게 사과를 하겠다니. 아니면 혹시 일이 틀어진 것을 눈치 채기라도 한 것일까요? 그것도 그렇습니다. 중국의 북경이 어디 개성쯤 되는 가까운 거리도 아니고. 게다가 그때는 비행기도 없었고, 휴대폰도 없었지요.     

그러니까 등록유초 사건을 바라보는 우리의 가슴 한구석이 답답한 것은 바로 그것입니다. 시원하긴 했지만, 무언가 어정쩡하고 찝찝한 구석이 분명 있는 것입니다. 그게 무얼까? 결국 그에 대한 대답은 최철호에게 들을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최근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최철호의 폭행 사건.

그게 아니라면 달리 이 당혹스러운 장희빈의 급작스러운 몰락을 설명할 길이 없었습니다. 마치 드라마 스페셜이라도 하듯이 요약된 줄거리가 어둠을 헤치고 달리는 급행열차처럼 내달을 수는 없는 것입니다. 최철호를 하차시키기 위한 장희빈의 몰락? 물론 장희빈은 어차피 몰락하게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허술하게 몰락할 장희빈은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국모의 자리에 있는 그녀가 국경수비대 기밀문서를 청국에 팔아넘기기 위해 후궁의 처소를 뒤지게 한다는 이 기이한 시나리오는 소화불량에 걸린 답답함을 우리에게 던져주었습니다. 그럼에도 <동이> 제작진은 최철호 하차에 대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신속하지만 위험이 따르는 작전을 감행할 수밖에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최철호 하차에 손일권도 함께 하차하나

어찌 되었건 이렇게 해서 최철호의 <동이> 하차는 종결된 것으로 보입니다. 갑작스러운 최철호의 탈락으로 인해 앞으로 전개될 시나리오에 뼈아픈 변화가 불가피하겠지요. 그러나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입니다. 어떤 경우에도 폭력은 용납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최철호의 부적절한 행동으로 인해 선의의 피해자도 많이 생겼을 것입니다. 그중에는 기생 행수 설희를 맡은 김혜진도 있습니다. 그러나 누구보다 가장 큰 피해자는 손일권이 아닐까 합니다. 손일권이 맡은 역할은 오윤의 사촌동생이며 심복인 홍태윤입니다. 그도 오윤과 함께 내금위장 서용기에게 현행범으로 체포됐으니 <동이>에서 하차하는 것이 불가피합니다.

잡혀가는 오윤(최철호)과 홍태윤(손일권). "아쓰, 나는 무슨 죄가 있다고!"


최철호든 손일권이든 반역죄를 도모하다가 체포되었는데 다시 등장한다면 그것 참 말하기 곤란한 일이 되겠지요. 이로써 최철호와 함께 손일권도 하차하게 되었습니다. 그가 저지른 죄목은 무엇이었을까요? 최철호의 폭행 현장에 함께 있었다는 연좌제? 또는 폭행 장면을 목격하고도 제지하지 않은 불성실죄?

한편 생각하면 최철호나 손일권이 불쌍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정치인들 중에도 술자리에서 폭행, 성추행 등 온갖 추잡한 일을 다 저지르고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최근에도 한나라당 모 국회의원의 발언이 문제가 돼 소속 정당에서 제명되는 등 파문이 일고 있기도 합니다.  

최철호가 불쌍해지는 이유

이런 일은 보수정당의 정치인들만 벌이는 것은 아닙니다. 진보정당을 자처하는 곳에서도 가끔 이런 일이 벌어집니다. 폭력, 성추행, 도저히 있어서는 안 될 일을 저지르고도 같은 편이라고 옹호하고 은폐하고 하는 것은 똑같습니다. 진심으로 사과하지 않는 것도 똑같습니다. 

그리 생각하니 최철호가 더 불쌍해집니다. 그는 눈물을 흘리며 사과했습니다. 그러고도 그는 연기자로서 치명적인 중도하차라는 철퇴를 맞았습니다. 거기에다 드라마 <동이>는 돌연한 시나리오 수정으로 "형편없이 작품의 격이 떨어졌다"는 혹평을 들어야 했습니다. 연기자들의 파워가 역시 정치인들에는 미치지 못하는 모양입니다.

확실히 한국사회에서 가장 잘 나가는 인생들은 정치하는 사람들입니다. 저는 아직 그들이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키고도 낙마하는 꼴을 한 번도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기자회견장에 나와 최철호처럼 눈물을 흘리며 사죄하고 스스로 의원직에서도 물러나는 그런 양심적인(?) 사람 더더욱 본 적이 없습니다.

그리하여 오늘 이 순간 최철호가 너무나 불쌍합니다. 그를 영원히 TV 화면에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던 저이지만, 막상 어제 서용기에게 체포되면서 눈가에 글썽이는 눈물을 보았을 때 마음이 약해지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가 자청한 기자회견장에서 보였던 눈물이 생각났기 때문일까요?

아무튼, 불쌍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