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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로드넘버원, 적보다 더 무서운 적은?

로드넘버원이 한자리수 시청률로 고전하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엄청난 제작비와 물량을 투입한 드라마로 방영 전부터 기대를 모았던 드라마의 초라한 성적표가 안타깝기만 합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 여러모로 생각해보았습니다만, 오늘은 일단 그 이야긴 접어두고 다른 이야기를 한 번 해볼까 합니다.

신태호 소위 때문에 개죽음하는 병사들

로드 넘버원 홈페이지를 살펴보다가 재미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시청자 게시판이었는데요. 신태호 소위(윤계상) 때문에 병사들이 개죽음 한다는 겁니다. 안 그래도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신태호는 교범과 원칙에 충실한 훌륭한 군인입니다. 그러나 지나친 자만심과 질투심이 그를 망가뜨리고 있습니다.

북진하던 2중대가 보은 읍내를 탈환하기 위해 작전회의를 하는데 이장우 소위(소지섭)와 신태호 소위의 의견이 대립됩니다. 이장우 소위는 시가전에서 화공은 필수라고 말하며 적의 매복 반격이 예상외로 셀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그러나 선임소대장으로 공석인 중대장의 임무를 수행하던 신태호는 이를 묵살합니다.

절대 화공을 써선 안 된다는 명령을 이장우 소위에게 내리게 되죠. 이때 김덕실 중사가 나서서 윤삼수 중대장이 전사하기 전 내린 지시를 전달합니다. 자기가 죽거든 중대의 지휘를 이장우 소위에게 맡기라는 마지막 명령이었지요. 그러나 선임소대장 신태호를 제치고 내린 지시를 반신반의하며 전달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김덕실 중사의 증언은 그러나 묵살됩니다. 오종기 상사는 선임소대장이 중대 지휘를 맡는 게 당연하다고 주장하고, 신태호 소위도 결국 자신이 지휘권을 행사하겠다고 선언합니다. 보은 시가지 진공 작전은 결국 이장우의 예상이 맞아떨어졌습니다. 적은 건물 옥상 등에 중화기를 설치하고 강하게 저항하고 있었습니다. 

신태호의 명령을 어기고 화공을 쓰는 이장우


전투가 격렬해지고 아군이 위험에 처하게 되자 이장우는 신태호의 명령을 어기고 화공을 씁니다. 화공으로 적의 중화기를 제압한 이장우와 소대원들에 의해 보은 시가지를 점령하지만, 4명의 전사자와 10여 명이 부상을 당하는 피해를 입게 됩니다. 

신태호는 훌륭한 군인이다, 그러나 이장호는 타고난 군인이다

낙동강 전선에서 중대장 윤삼수 대위가 누군가의 질문에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신태호 소위는 훌륭한 군인이다." 그럼 이장우 소위는 어떠냐고 묻자 그는 다시 이렇게 말했었지요. "이장우는 타고난 군인이다." 전장에서 전투를 잘 이해하는 군인은 신태호가 아니라 이장우라는 것입니다.    

보은에 도착한 대대장은 중대원들을 모아놓고 이장우 소위를 일계급 특진시켜 2중대 중대장에 임명하게 됩니다. 질투와 분노로 얼굴이 굳어진 신태호, 그러나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신태호의 마음속에서 꿈틀꿈틀 솟아오르는 질투와 오종기 상사의 뱀 같은 혀는 그의 이성을 서서히 마비시키고 있습니다. 

여주를 점령하기 위해 진격하던 2중대는 신태호가 이끄는 1소대가 아군으로 위장한 적 패잔병을 기습 공격하는 바람에 작전을 변경하게 됩니다. 이미 적에게 아군의 위치와 병력규모가 노출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신태호는 이장우의 질책을 인정할 수 없습니다. 

여주는 연합군에게 넘기기로 하고 연평쪽으로 방향을 잡은 2중대는 중간에 고지를 하나 만납니다. 그 고지를 넘어서면 연평입니다. 정찰 결과 겨우 1개 소대 병력만이 진을 치고 있습니다. 모두들 그냥 쓸고 지나가자고 하지만, 이장우는 그건 속임수일 거라고 판단합니다. 적이 지름길을 이토록 쉽게 포기하고 내어줄 리가 없다는 거죠.  

이번엔 신태호가 이장우의 명령을 무시하고 고지를 넘어 적 본대를 향할 듯


이장우는 신태호에게 명령을 내립니다. 1소대를 인솔 은밀히 접근하여 공격하되 적당히 적을 섬멸한 후 8부 이상을 넘지 말고 즉시 돌아오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고지 뒷편의 적을 끌어내 적 병력 규모를 파악한 후 작전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었죠. 

명령을 어기고 전공을 세우려는 신태호

적의 참호를 기습 제압한 신태호는 생포한 적 장교로부터 중요한 정보를 입수합니다. 고지 뒤편 본대에 인민군 대좌가 있다는 것입니다. 오종기 상사는 옆에서 이장우의 명령 따위는 신경 쓰지 말고 고지를 넘어가 대좌를 잡자고 부추깁니다. 산채로 잡은 대좌 하나면 일계급 특진은 시간문제라면서. 그러면 다시 이장우와 동등해지는 겁니다. 

여기까지가 이번 주의 마지막 장면이었습니다. 예고편을 보니 신태호는 이장우의 명령을 어기고 고지를 넘어 적 본대를 공격할 거 같습니다. 이장우의 예상대로 신태호 소대는 큰 타격을 입게 되겠지요. 어쩌면 소대원이 거의 몰살되는 피해를 입을지도 모릅니다. 

신태호는 이장우가 중사였던 때부터, 그리고 얼마 전 신임소대장이었을 때까지도 이장우에게 늘 이렇게 소리쳤습니다. "군인에게 가장 무서운 적은 명령에 복종하지 않는 부하다!" 그러면서 권총을 이장우의 이마에 겨누길 여러 차례 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입장이 바뀌었습니다. 그가 그토록 경멸하던 명령에 복종하지 않는 부하를 스스로 자초한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물론 이 말 역시도 시청자 게시판에 올라 있었습니다.)  

"적보다 무서운 적은 명령에 복종하지 않는 부하다?
맞는 말이야. 그러나 그보다 더 무서운 게 있단다. 
적보다 더 무서운 적은 바로 무능한 상급자다!"  

그러고 보니 신태호는 낙동강 도하작전 때도 이장우의 말을 무시하고 속도전을 전개하다가 부하들이 개죽음을 당했었지요. 제가 볼 때, 신태호도 나름 투철한 군인정신과 뛰어난 작전수행능력을 보유한 훌륭한 군인으로 보이는데 왜 저렇게 하는 짓마다 사고를 치는 것일까요? 

선임소대장과 신임소대장 시절 신태호는 늘 이장우에게 '적보다 무서운 건 명령에 불복하는 부하'라고 했다.


적보다 더 무서운 적? 바로 무능한 상급자

연적을 향한 질투심 때문이라고 말하기엔 상황이 너무도 엄중한 전쟁 상황입니다. 자신과 부하들의 생명을 좌우하는 생사의 갈림길에서 그의 판단 하나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빨리 깨달아야 할 텐데요. 아, 그러고 보니 이런 예가 생각나는군요. 이건 훌륭한 경영자를 구별하는 기준에 관한 이야긴데요. 

경영자를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누면 1) 똑부형, 2) 멍부형, 3) 똑게형, 4) 멍게형, 이렇습니다. 이중에 어떤 형이 가장 좋은 경영자의 모습일까요? 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우선 답을 말씀드리면 3번, 똑게형입니다. 똑똑하고 전체를 파악하고 있으면서도(똑) 부하들에게 자율성을 최대한 부여해 동기를 부여하는(게) 지휘자가 바로 똑게형이란 거죠.
 
신태호는 그럼 이 네 가지 유형 중 어디에 해당할까요? 제가 보기엔 현재로선 2번 멍부형에 해당하지 않나 싶습니다. 이 유형이 최악의 모습인데요, 부하들을 여럿 죽일 스타일입니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고집만 세우고 사람들을 들볶는 형이죠. 멍부형보다는 차라리 멍게형이 훨씬 낫습니다. 모르기 때문에 아무것도 안 하니 부하들이 고생할 일은 거의 없습니다. 

신태호는 지금 질투심에 사로잡혀 이성을 잃었기 때문에 최악의 유형인 멍부형 지휘자로 보이지만 곧 정신을 차리게 되면 아마도 똑부형 스타일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스타일도 전장에서 그렇게 훌륭하다고 말할 만한 지휘자 유형은 아닙니다. 너무 무리하게 밀어붙이다 보면 반드시 어느 한구석에서 탈이 나게 마련이거든요. 

아무튼 오늘의 문제, 적보다 더 무서운 적은? 무능한 상급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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