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뉴시스
남아공 월드컵의 재미있는 관전 포인트 중 하나가 바로 징크스에 관한 것입니다. 월드컵에는 유독 깨지지 않았던 몇 가지의 징크스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징크스들은 이번 월드컵에서 대부분 깨졌습니다. 먼저 개최국은 반드시 결승 토너먼트에 진출한다는 징크스가 깨졌습니다. 남아공이 16강에 진출하지 못했기 때문이죠.
다음 유럽팀은 유럽 대륙 밖에서는 한 번도 우승한 적이 없다는 징크스도 깨졌습니다. 우루과이가 준결승전에서 탈락함으로써 유럼팀만 남았으므로 이번 대회 우승팀은 어쨌든 유럽팀 중 하나가 되게 생겼습니다. 이제 남은 징크스는 오직 하나, 그러나 세상에 가장 많이 회자되는 징크스이기도 합니다.
펠레의 저주!!!
각국 축구 대표팀 감독들에게는 그 이름만 들어도 무시무시한 저승사자 같은 존재입니다. 만약 펠레의 입에 자국팀이 우승후보로 거론되기라도 하는 날엔 그날로 바로 지옥행입니다.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서도 펠레는 예의 그 저주(?)를 어김없이 쏟아냈는데요.
처음에 이 저주에 걸린 팀은 늘 세계 최강의 전력을 가졌다고 인정받으면서도 단 한 차례도 월드컵을 들어본 일이 없는 스페인이었습니다. 그러나 다행히 월드컵 예선 첫 경기에서 부진을 보이자 펠레는 스페인에게 걸었던 저주를 철회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팀들에게 이 저주를 옮겼습니다.
브라질, 아르헨티나, 독일, 이 세 팀이 스페인 대신 저주에 걸린 것이었습니다.
과연 펠레의 저주는 건재할까? 세계의 호사가들의 이목이 이 세 팀에 집중됐음은 물론입니다. 메시와 카카가 이끄는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은 역대 최강의 팀으로 손색이 없었습니다. 그 어떤 팀도 이 무적의 팀을 무너뜨린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처럼 보였습니다. 이번에야말로 펠레의 저주도 그 힘을 다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웬걸? 펠레의 저주는 건재했습니다. 브라질이 네덜란드에 덜미를 잡혔습니다. 아르헨티나는 독일에 4:0이란 엄청난 스코어 차로 참패를 당했습니다. 그토록 화려하던 리오넬 메시, 이과인, 테베스의 삼각편대는 단 한 골도 넣지 못했습니다. 마치 진짜 펠레의 저주에 걸려 힘을 못쓰기라도 하듯 어이없이 무너졌습니다.
마지막으로 독일 역시 스페인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8강전에서 보여주었던 젊은 게르만들의 넘치는 패기도 펠레의 저주 앞에서는 소용이 없었던 것일까요? 70 노인이 된 펠레가 이 소식을 듣고 어떤 기분이 되었을까요? 아마 이랬을지도 모르겠군요.
“음, 아직 내 건강엔 별 문제가 없군. 앞으로 12년은 끄떡없을 거 같아!”
읔, 12년이면 혹시 성사될지도 모를 2022 한국월드컵까지! 아무튼 펠레의 저주에서 우여곡절 끝에 해방된 스페인과 처음부터 펠레의 저주는 받아보지도 못한 네덜란드가 결승에 맞붙게 되었습니다. 한 번도 월드컵을 안아보지 못한 두 팀, 과연 월드컵은 어느 팀의 품에 안기게 될 것인가.
설마 펠레가 다시 이 두 팀 중 한 팀에 저주를 거는 그런 불상사를 만들지는 않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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